
공포 스릴러로 보면 신민아가 혼자서 영화를 끌고 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쌍둥이 자매가 있다. 동생은 눈이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어느 날 동생이 죽는다. 경찰은 자살로 사건을 마무리하려 하지만 언니는 동생이 자살할 리 없다며 직접 진실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두 자매 모두 유전적으로 시력을 잃게 되는 병을 앓고 있다. 동생이 죽은 뒤 진실을 알아가는 과정에서 이번에는 언니의 시력까지 급격하게 나빠지고, 결국 수술을 받게 된다. 앞이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사건을 쫓고, 자신을 위협하는 존재와 맞서야 하는 이야기다.
원작은 스페인 영화 [줄리아의 눈]이다. 스페인은 역시 스릴러 하나는 잘 만든다. 소간지가 그걸 잘 캐치해서 수입하기도 한다.
영화 자체는 흥미롭고 나쁘지 않다. 그런데 보면서 답답한 부분이 너무 많다. 많다기보다는 답담함이 강력하다.
스토커로 나오는 현민은 형사 도혁에게 정말 개 맞듯이 처맞는다. 엄청 맞는다. 이 정도면 정신을 잃어야 정상인데, 맞으면서 웃는다. 코피 좀 난 얼굴로 다시 일어나더니 칼로 사람을 찌르고 아무렇지도 않게 도망간다. 개성파 배우 김준배와 비 오는 날에 한판 붙는 장면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맞아도 벌떡벌떡 일어난다. 이쯤 되면 인간이라기보다 거의 불사신이다.
형사들도 너무 영화적인 스테레오타입이다. 정적이고 무표정하고, 사건이 터지고 나서도 별 역할이 없다. 이런 형사 캐릭터는 이제 좀 지겹다.
그리고 영화를 보다 보면 범인이 누구인지 대충 짐작이 간다. 그래서 ‘범인이 누구냐’보다는 ‘저 사람은 왜 저렇게 미친 사이코가 되었을까’가 궁금해진다. 그런데 정작 그 이유가 너무 간단하게 나와 버린다. 범인의 행동은 그렇게까지 극단적인데 원인은 생각보다 싱겁다.
차라리 [줄리아의 눈]에서처럼 어두운 공간에서 몸을 움직이고 주변을 더듬으면서 조금씩 상황에 적응해가는 모습을 제대로 보여줬다면 훨씬 좋았을 것 같다. 앞이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범인에게 쫓기고, 그 상태로 뭔가를 해결해야 하는 이야기는 이미 꽤 많이 나왔다. 결국 이런 영화는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얼마나 긴장감 있게 활용하느냐가 중요한데, 그 부분에서 원작이 오히려 더 인상적이다.
영화의 공간도 너무 밀폐되어 있다. 그래서인지 오히려 2010년에 나온 원작이 지금 영화보다 더 현대적으로 느껴진다.
결국 영화에서 기억에 남는 건 캐릭터 하나하나가 아니라 신민아의 연기다. 스토커의 집착이라는 키워드가 영화 전체를 끌고 가는 만큼, 심장을 조여 오는 심리적인 공포도 거의 신민아의 몫이다. 그 역할은 제대로 해냈다.
아쉬운 부분은 분명히 많은데 그렇다고 재미없는 영화는 아니다. 오히려 이런 영화는 몇 가지 재미있는 포인트를 찾아가면서 보는 맛이 있다.
그게 뭔지는 각자 영화를 보면서 찾아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