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재미없다고 하기는 애매하다. 그렇다고 재미있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남들은 꽤 재미있다고 하는데, 나는 끝까지 보면서 계속 비슷한 생각을 했다. 재미가 없는 건 아닌데 이상하게 몰입이 잘되지 않는다. 뭔가 사건은 계속 벌어지고 이야기도 쉴 새 없이 앞으로 나아가는데, 정작 나는 그 사건 안으로 깊숙이 들어가지 못한 채 한 발짝 떨어져서 바라보는 느낌이었다.

가장 아쉬웠던 건 이야기의 중심에 여고생들이 들어오면서부터다. 처음에는 무지막지하게 밀어붙이는 전개가 나름의 힘이 있었다. 그런데 여고생들이 본격적으로 사건의 중심에 들어오면서부터 그 속도에 계속 태클이 걸리는 느낌이다. 그렇다고 여고생들이 등장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오히려 그들이 사건의 중요한 열쇠가 되고 이야기를 움직이는 구조는 충분히 이해한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인물들의 행동이나 사건의 연결이 지나치게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는 것이다.

드라마라는 게 어느 정도의 과장은 필요하다. 현실에서 일어나기 어려운 일이 벌어져도 그것을 납득하게 만드는 힘이 있으면 괜찮다. 그런데 이 작품은 인물들이 움직이는 방식이나 사건이 전개되는 과정에서 ‘왜 저렇게까지 하지?’라는 생각이 자주 든다. 한 번 정도라면 그러려니 넘어갈 수 있는데, 그런 장면이 계속 쌓이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는 이야기에 빠져들기보다 작가가 다음 사건을 만들기 위해 인물들을 억지로 움직이고 있다는 느낌까지 받게 된다.

게다가 공개 방식도 개인적으로는 아쉬웠다. 한꺼번에 몰아서 볼 수 있는 작품이었다면 조금 달랐을지도 모르겠다. 뜨문뜨문 한 회씩 공개되다 보니 다음 이야기를 기다리면서 긴장감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았다. 한 회가 끝나면 ‘그래서 다음에는 어떻게 되는 거지?’라는 궁금증이 강하게 남아야 하는데, 나는 오히려 시간이 지나면서 그 긴장감이 조금씩 식어버렸다.

배우들의 연기도 생각보다 아쉬웠다. 특히 출연진의 이름을 생각하면 더 그렇다. 김혜수와 조여정처럼 연기력으로는 이미 충분히 인정받은 배우들이 나오는데, 이상하게 이 작품에서는 두 사람의 연기가 조금 겉도는 느낌이다. 분명 장면 안에서는 열심히 연기하고 있고 감정을 쏟아내고 있는데, 그 감정이 이야기 속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들지 않는다. 배우가 캐릭터를 끌고 가는 게 아니라 캐릭터와 배우가 따로 노는 것처럼 보이는 순간들이 있었다.

8화에 이르러서는 솔직히 쌍둥이 빌런이 저 답답한 가족들을 그냥 싹 정리해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했다. 그만큼 가족들의 행동이 답답하게 느껴졌다. 그런데 그렇게 해버리면 이야기가 끝나버리니까 결국 쌍둥이 빌런이 당하는 쪽으로 흘러간다. 여기서 또 답답함이 생긴다. ‘아니, 왜 이렇게까지 당하고 있어?’ 싶은 장면을 보고 있자니 긴장감보다는 어이가 먼저 생겼다.

여기에 여고생들의 동성 간 사랑까지 주요하게 끌어오면서 이야기가 더 복잡해진다. 어떤 형태의 사랑이든 이야기의 소재가 될 수 있고, 제대로만 다뤄진다면 충분히 의미 있는 서사가 될 수 있다. 그런데 이 작품에서는 그것이 이야기 전체의 흐름 속에서 자연스럽게 느껴지기보다는 또 하나의 자극적인 장치처럼 보이는 순간이 있다. 여고생들이 사건의 중심으로 들어오는 과정과 그들의 관계, 가족의 불륜과 욕망까지 한꺼번에 얽히다 보니 이야기가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보다 ‘얼마나 많은 자극을 집어넣었는가’가 먼저 보일 때가 있다. 남들은 재미있다는데 나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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