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런 영화가 딱 내가 빠져드는 영화다. 요르고스 란티모스스럽고, <경계선>처럼 모호하다. 뭔가를 알 것 같으면서도 끝까지 확실하게 알 수 없고, 그래서 더 알고 싶어진다. 배경도 그렇고 서사도 그렇고 인물들도 그렇다. 정상적인 것처럼 보이는데 가만히 보고 있으면 하나같이 어딘가 이상하다.

<서번트> 시리즈를 볼 때 엄청 빠져들어서 봤는데 딱 그때의 기분이다. 영화 속 핀란드는 대체로 이런 분위기다. 햇빛은 거의 없고 짙은 녹색의 숲이 이어진다. 숲속에는 사람이 살고 있지만 사람이 사는 곳 같지 않은 기괴한 환경이 나온다. 핀란드 코미디 영화를 봐도 웃기기는 한데 이상하게 배경은 비슷하다. 웃긴데 배경은 쓸쓸하고, 평범한데 어딘가 기분이 이상하다. 이 영화의 부부는 핀란드 깊은 숲속 별장 같은 저택에서 거의 고립된 채 살아간다.

그러다 아기를 낳는다. 그런데 아기가 인간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아기가 태어난 병원에서도, 주변 사람들도, 심지어 남편까지 진실을 외면하려 든다. “아이가 건강하게 태어났어요.” 그 말로 모든 걸 덮으려 한다. 그런데 아이의 울음소리가 이상하다. 단순히 우는 소리가 아니라 숨통을 조여 오는 것처럼 기괴하다. 엄마의 젖을 물어뜯고 모유를 먹지도 않는다.

생고기를 먹고 피를 마신다. 아이와 붙어 지내는 시간이 가장 많은 엄마 사가는 조금씩 무너져간다. 처음에는 불안해하는 정도였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자신이 보고 있는 것이 정말 이상한 것인지 아니면 자신이 이상해진 것인지 구분하기 어려워진다. 남편 위즐리 역으로 루퍼트 그린트가 나온다. 이제 루퍼트 그린트는 흔히 생각하는 ‘몸매 관리 잘하는 배우’와는 좀 거리가 있다.

오히려 그런 모습이 이 영화에서는 묘하게 잘 어울린다. <서번트>의 루퍼트 그린트가 떠오르기도 한다. 진실을 어느 정도 알고 있으면서도 애써 외면하는 사람. 그러면서 아이를 어떻게든 바꿔보려고 한다. 이 영화는 핀란드 설화에서 시작됐다. 숲의 정령이 인간의 갓난아기를 훔쳐가고 빈 요람에는 자기 새끼를 놓아둔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영화 속 아기는 정령이라기보다는 거의 괴물에 가깝다.

재미있는 건 아기의 얼굴을 끝까지 제대로 보여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기는 주로 엎드려 있다. 그르릉거리고, 이상한 소리를 내며 울고, 엄마의 젖을 물어뜯는다. 할머니의 귀를 잡아 뜯기도 한다. 그런데 얼굴은 안 나온다. 그러다 보니 머릿속에서 계속 아기의 얼굴을 만들어낸다. 얼마나 괴물처럼 생겼을까. 생고기를 먹고 피를 마시니까 늑대인간인가, 뱀파이어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

그렇게 온갖 상상을 하면서 영화를 보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에 드디어 아이의 얼굴이 나오는데, 맙소사. 직접 보여주는 괴물보다 보여주지 않는 괴물이 더 무서울 때가 있다. 이 영화가 그렇다. 사가가 아이를 두려워하면서도 자기 아이이기 때문에 곁을 떠날 수 없다는 것도 중요하다. 육아에 지쳐가는 과정이 단순히 공포영화의 장치처럼 보이지 않는다. 아이와 함께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사가 자신도 조금씩 아이처럼 변해간다. 영화는 괴물의 모습을 계속 보여주면서 겁을 주는 방식이 아니다.

오히려 소리와 분위기, 작은 행동들을 쌓아간다. 처음에는 별것 아닌 것 같았던 장면이 나중에 돌아보면 전부 이상한 징후였다. 초반에 사가의 손톱이 유독 눈에 들어온다. 아주 잘 다듬어진 네일이다. 그런데 그 손톱이 시간이 지나면서 어떻게 변하는지를 보면 묘한 느낌이 든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사가가 어떤 상태가 되어가는지 알 수 있다. 또 하나 재미있는 건 주변 사람들의 태도다.

사가가 아이가 이상하다고 말할 때마다 사람들은 산후우울증이나 불안 때문이라고 한다. 당신이 너무 예민한 거라고 한다. 괜찮은 아기라고 한다. 사가는 분명 뭔가를 보고 있는데 아무도 그것을 인정하지 않는다. 그러다 아이에게 이상한 징후가 계속 나타나고 사가의 확신이 점점 강해질수록 남편과 가족은 오히려 그녀를 착란에 빠진 사람처럼 취급한다. 그때부터 부부 사이에도 금이 간다.

이 부분이 꽤 현실적으로 느껴졌다. 가장 행복해야 할 아이의 탄생이 오히려 부부를 무너뜨리는 경우가 있다. 아이를 낳는 것보다 아이를 키우는 일이 훨씬 길고 힘들기 때문이다. 육아라는 게 한 사람이 감당할 수 있는 일이 아닌데, 한쪽으로 책임이 몰리면 결국 관계가 망가진다. 그런데 아이가 어느 날 다른 아이들과 다른 징후를 보이고 평범에서 벗어나면 부부는 일상이 조금씩 무너진다.

이 영화가 무서운 건 괴물 아기 때문만은 아니다. 아이 하나를 둘러싸고 가족이 조금씩 무너지는 과정이 더 무섭다. 그리고 그 과정이 너무 현실적이라서, 괴물이 나오는 영화인데도 보고 나면 괴물보다 기기괴괴한 사람 쪽이 오래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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