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스 리틀 선샤인]의 감독들은 부부다. 뮤직비디오를 찍던 사람들이었고, 이 영화가 첫 장편영화였다. 그런데 첫 영화부터 참 이상한 걸 만들었다. 영화의 시작도 엉뚱하다. 각본가가 텔레비전에서 아널드 슈워제네거가 고등학생들을 상대로 연설하는 장면을 봤다고 한다. 내용인즉슨 성공해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인생에서 낙오하면, 실패하면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으니 성공하라는 식이었다. 각본가는 그걸 보면서 생각했다. 아널드가 고등학생들한테 개소리를 하는군. 그리고 시나리오를 썼다. 영화 속 아버지가 바로 그런 사람이다. 실패하면 안 된다. 성공해야 한다. 그는 자신의 ‘절대무패 9단계 이론’을 팔아먹으려고 한다. 그런데 정작 자기 인생은 성공과 거리가 멀다. 아내는 그런 남편을 경멸한다. 가족이 먹는 건 매일 배달시킨 치킨이다. 거기에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가 살아남은 삼촌이 있고, 마약 때문에 양로원에서 쫓겨난 할아버지도 있다. 정말 엉망진창이다. 그런 가족에게 막내 올리브가 있다. 일곱 살. 올리브가 어린이 미인대회에 출전하게 되면서 가족 전체가 낡은 차를 타고 길을 나선다. 그리고 그때부터 이 영화는 이상한 가족여행이 된다. 당시 할리우드 영화치고는 제작비도 작은 편이었다. 물론 지금 생각하면 100억 원이 넘는 돈이지만 할리우드 기준으로는 작은 영화였다. 원래는 미국 서부를 가로지르는 이야기였는데 제작비 때문에 계속 줄이고 줄였다. 그러다 고물 미니 버스가 중요해졌다. 낡고 볼품 없는 차, 이 가족을 대변한다. 내리막길에서는 차가 굴러가다가 시속 30킬로미터 정도가 되면 시동이 걸린다. 평지에서는 가족들이 차를 밀어야 한다. 30킬로미터까지. 그래서 차가 멈출 때마다 온 가족이 내려서 민다. 이 장면이 계속 나온다. 처음에는 그냥 우스운데, 보다 보면 이상하게 이 장면이 가족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혼자서는 차를 움직일 수 없다. 누군가는 밀어야 한다. 마음에 들든 안 들든 같이 밀어야 한다. 영화 속 올리브를 연기한 애비게일 브레슬린은 몸을 더 통통하게 보이게 하려고 보형물을 착용했다. 어린이 미인대회에 나오는 다른 아이들도 재미있다. 그 아이들은 배우가 아니었다. 실제 어린이 미인대회 참가자들과 가족들을 섭외했다. 그러니까 영화에서 보는 그 기괴한 미인대회 분위기는 만들어낸 것만은 아니다. 실제로 저런 세계가 있다는 얘기다. 그게 더 웃긴다. 그리고 할아버지가 욕을 엄청 한다. 너무 많이 해서 당시 미국에서는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을 받았다. 그런데 애비게일이 듣지 못하게 해야 했다. 할아버지가 욕을 할 때는 어린 애비게일에게 헤드폰을 씌우고 노래를 들려줬다고 한다. 영화 속에 잘 나온다. 이 영화에서 가장 병맛이고 똘아이 같은 인간이 바로 그 할아버지다. 그런데 마지막에 이 사람이 올리브와 이야기를 한다. 대회 직전이라 올리브는 긴장한다. 아빠는 성공해야 한다고 했다. 나는 다른 아이들보다 뚱뚱하다. 예쁘지도 않은 것 같다. 그러자 할아버지가 말한다. 너 진짜 예쁘다고. 그냥 하는 말이 아니다. 진짜 예쁘다고. 그리고 실패가 무서워서 아예 시도하지 않는 사람이 진짜 루저라고 한다. 그런데 너는 이미 시도했잖아. 그러니까 너는 루저가 아니라고. 그 장면이 너어어어무 좋다. 평생 성공해야 한다고 떠들던 아버지의 반대편에서, 평생 욕이나 해대고 마약이나 하던 할아버지가 정작 가장 중요한 말을 해준다. 그 역할을 앨런 아킨이 했다. 그는 오랫동안 연기를 했지만 이 영화 전까지 아카데미 연기상을 받지 못했다. 이름도 잘 알려지지 않은 감독들의 독립영화에 출연했고, 결국 이 영화로 남우조연상을 받았다. 평생을 연기한 사람이 마지막에 아주 작은 영화에서 자기한테 딱 맞는 대사를 만난다. 정든 님에서 이어 이어 이어 이어진 언어의 마법사 김세윤 영화 작가의 말에 의하면 사람을 울게 만드는 영화는 오히려 쉽다고. 눈물은 한 번 맺히면 중력 때문에 흘러내린다. 그런데 웃게 만드는 건 다르다. 입꼬리를 위로 올려야 한다. 중력을 거슬러야 한다. [미스 리틀 선샤인]은 그 어려운 걸 한다. 웃기면서 마음이 짠하다. 그런데 억지로 감동을 끌어내지 않는다. 그냥 이 가족을 계속 보고 있으면 웃음이 나오고, 어느 순간 마음 한구석이 조금 이상해진다. 삶이 무료하다면 김밥을 하나 들고 [미스 리틀 선샤인]을 보자. 김밥은 한 줄이면 된다. 그리고 이 부부 감독이 처음 찍었던 뮤직비디오가 세기의 명곡 스매싱 펌킨스의 ‘1979’다. 영화에서 돈을 계산하는 장면에 19달러 79센트가 나온다. 세상에 완벽한 가족이 어딨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