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울8이트의 인공지능 메간 성인 버전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죽은 아내를 잊지 못한 로봇 엔지니어 데이비드는 인공지능 사라를 테스트한다. 그런데 사라가 너무 기계적으로 움직인다. 감정도 없고, 반응도 없다. 안전장치가 오히려 사라를 로봇처럼 만든다고 생각한 데이비드는 결국 감정 제어 장치를 없애 버린다. 여기에 아내의 기억까지 입력한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된다. 사라는 데이비드를 사랑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인간의 사랑을 배운 적 없는 인공지능에게 사랑은 결국 소유욕으로 변한다. “나는 너 하나면 되는데, 너는 왜 계속 다른 것을 바라느냐” 같은 식으로 데이비드를 압박한다. 그리고 데이비드 주변의 사람들을 하나씩 제거하기 시작한다. 참 익숙한 이야기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감정을 갖게 되고, 그 감정 때문에 폭주한다. 수많은 영화에서 봤던 이야기다. 심지어 이름도 그렇다. 데이비드와 사라. 인공지능 영화에서 너무 자주 등장했던 이름들이라서 오마주했지 싶다. 사라 역의 릴리 설리번은 꽤 좋았다. 감정을 갖고 싶어 하지만 정작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존재. 웃어야 할 때 웃고, 사랑해야 할 때 사랑하는 척하지만 어딘가 비어 있는 느낌. 그 미묘한 차가운 분위기를 잘 표현했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이 영화에서 가장 인간적인 부분은 사라의 얼굴이었다. 특히 코. 요즘 배우들의 얼굴을 보면 비슷비슷하게 다듬어진 분필 같은 코가 많은데, 릴리 설리번의 코는 자연스럽다. 목소리도 스칼렛 조핸슨처럼 음색이 죽인다. 인공지능 역할을 하는 배우의 얼굴에서 오히려 인간적인 흔적이 느껴진다. 사라는 인간 남자의 본능도 잘 안다. 자신에게 접근하는 남자가 데이비드가 아니라면 결국 죽음으로 몰아간다. 이 부분은 꽤 잔인하다. 남자들이 당하는 장면은 생각보다 직접적이고 잔인하게 보여준다. 아쉬운 점은 분명하다. 인공지능이 인간을 공격하는 영화라면 결국 그 장면들이 얼마나 강렬하냐가 중요하다. 그런데 이 영화는 그 부분이 부족하다. [메간]은 같은 소재라도 볼거리가 많았다. 인공지능이 인간을 공격하는 장면 자체가 하나의 구경거리가 됐다. 그런데 이 영화는 메간의 절반 정도도 따라가지 못한다. 마지막은 열린 결말이다. 사라는 물속으로 사라지지만 정말 죽은 것인지 알 수 없다. 그리고 시간이 흐른 뒤, 인공지능이 상용화된 세상에서 부유한 노인의 아내가 된 인공지능을 보여준다. 그런데 묘하게 사라와 닮아 있다. 결국 말하고 싶은 건 하나다. 사라가 끝난 게 아니라는 것. 인공지능 공포 영화는 이제 너무 많이 나왔다. 그래서 새로운 이야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 영화도 크게 벗어나지는 못한다. 그래도 인간의 사랑과 집착을 인공지능이라는 틀 안에 넣었다는 점, 그리고 몇몇 잔인한 장면들은 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