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좀비가 나올 때도 됐다. 좀비는 오랫동안 세계 영화 시장에서 가장 강력한 콘텐츠 가운데 하나였다. 웬만한 설정은 이미 다 써먹었다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전환점은 브래드 피트 주연의 [월드워 Z]였다. 무리를 지어 파도처럼 몰려드는 좀비는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공포를 보여줬다. 이후 [더 라스트 오브 어스]는 동충하초라는 설정을 더해 좀비 장르를 한 번 더 확장했다. 이제는 새로운 변이가 없으면 좀비 영화가 살아남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 그런 의미에서 연상호의 군체는 분명 흥미로운 시도다. 감염체들은 군집을 이루고 신경망처럼 정보를 공유한다. 처음에는 네 발로 움직이다가 두 발로 서고, 시간이 흐를수록 인간을 식별하며 진화한다. 단순히 달려드는 괴물이 아니라 하나의 생명체처럼 행동한다는 점이 가장 신선했다. 영화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설정은 군체의 정보 공유 시스템이다. 감염체들은 집단의 정보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기 때문에 독단적으로 움직이지 못한다. 상반된 명령이 동시에 전달되면 서로 같은 자리만 맴돌며 시스템에 오류가 생긴다. 이런 설정은 몇 장면으로 끝내기엔 아까웠다. 영화보다 시리즈였다면 훨씬 밀도 있게 활용할 수 있었을 것이다.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에서 기립박수를 받으며 출발했지만, 막상 영화를 보고 나면 기대만큼의 완성도는 아니다. 연상호 감독에게 늘 따라붙는 ‘좋은 아이디어에 비해 마무리가 아쉽다’는 평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그럼에도 빌딩 안에 고립된 사람들이 진화하는 감염체에게 쫓긴다는 상황 자체는 긴장감을 유지한다. 연상호 특유의 인간 군상도 여전히 살아 있다. 위기 앞에서 드러나는 이기심, 감정에 휘둘리는 선택, 통제 불가능한 기술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무너지는 공권력까지 그의 관심사가 선명하게 드러난다. 연상호는 장점과 약점이 분명한 감독이다. 놀라울 정도로 빠른 제작 속도를 보여주면서도 매번 새로운 설정을 들고 온다. 많은 배우를 자연스럽게 활용하는 능력도 강점이다. 반면 이야기의 밀도와 마무리는 늘 조금 아쉽다. 완벽한 영화는 아니다. 하지만 새로운 좀비를 보여주겠다는 목표만큼은 분명히 성공했다. 그래서 관객 594만이 선택을 했을 정도로 군체는 성공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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