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그림은 ‘헤드 앤 바틀(1975)’라는 작품이다. 필립 거스턴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추상화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해서 추상을 하다가 구상으로 돌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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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문인지 미술계에서 박해받았지만, 그 덕분에 대중에게는 환호받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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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가 쏟긴 술병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그림에서 남자는 집 안에 혼자였음이 분명하다. 그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고독을 삼키기 위해 술을 마시고 집으로 와서 마지막 남은 한 병의 술을 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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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만 술병은 넘어져 술이 쏟아지고 남자는 그 모습을 혼이 나간 듯 바라보기만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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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나 입 같은 건 필요가 없다. 오로지 술을 향한 욕망과 안타까움을 술병을 향한 시선으로 일관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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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에 두껍게 접힌 주름과 철사처럼 강한 수염이 난 꺼칠꺼칠한 턱은 남자의 지나간 시간을 말해주고 있다.

남자는 붓으로 생활하는 그림쟁이일 테지. 아마 거스턴 자신일 것이다. 늦은 사랑을 잃어버렸거나 생활고에 대한 비관에 술을 찾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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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술병은 넘어져 술이 그대로 탁자에 쏟기고 말았다. 피 같은 술이라는 말처럼 거스턴은 술을 붉은색으로 채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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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리코를 가장 사랑했다는 거스턴의 그림에는 낯선 그리움과 익숙한 고독이 옅은 비애감처럼 스며든다.



거스턴의 그림을 아주 좋아해서 자주 따라 그려본다. 그림 속 주인공의 고독이 낯설지 않아서 그런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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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은 ‘커플 인 배드’ 제목인데, 거스턴의 다른 그림에 비해 거의 유일하게 연인을 끌어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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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을 꼭 쥔 손으로 봐서 화가인 주인공은 아마도 자신을 말하지 싶다. 주인공은 그림도 연인도 놓을 수 없어서 다리를 오므리고 붓을 놓지 않고 절대적으로 연인을 끌어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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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불속에서 사랑을 속삭이고 있지 않을까. 당신을 그렸어,라고 달콤하게 말을 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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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 어두운 화가의 방에서 비좁은 침대 위에서 사랑은 무럭무럭 자라난다. 진정한 어둠은 빛이 없는 게 아니라, 빛이 들어오지 않는다는 믿음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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