캥거루 날씨


우리는 한 달 전에 한 지방지에 실린 기사를 보고, 새끼 캥거루가 태어났음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한 달 동안, 새끼 캥거루를 구경하기에 알맞은 날의 아침이 오기를 참을성 있게 가디라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날의 아침은 좀처럼 오지 않았다. 어떤 날 아침에는 비가 내렸고 다음날 아침에도 역시 비가 내렸다. 그다음 날 아침에는 땅이 질퍽거렸고, 그 후 이틀 동안은 역겨운 바람이 불었다. 또, 어떤 날 아침에는 그녀가 충치를 앓았고, 다른 어떤 날 아침에는 내가 구청에 볼일이 있었다. 나는 별로 대단한 말은 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굳이 말한다면, 그것이 인생인 것이다.


그런 식으로 한 달이 지나갔다. 한 달 정도는 정말 순식간에 지나가 버린다. 이 한 달 동안 대체 무엇을 했는지, 나는 통 기억이 나질 않았다. 여러 가지 일을 한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고, 아무 일도 하지 않은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월말이 되어 신문사의 수금원이 구독료를 받으러 올 때까지, 한 달이 지나가 버린 것조차 나는 알아채지 못했다. 그렇다. 그게 인생인 것이다.


- 캥거루 날씨 [하루키]



인생은 생각처럼 흘러가지 않습니다. 그저 흘러가는 인생에 몸을 싣게 되면 마음은 좀 더 편할지도 모르겠네요. 이 단편을 읽고 있으면 마치 새끼 캥거루를 구경하게 되는 착각마저 듭니다.


건조하고 단조롭지만 기묘하게도 따뜻함이 비처럼 오소소 떨어지는 단편입니다. 그래도 맛있게 먹었는데 끝 맛은 씁쓸한 맛이 미미하게 남습니다. 하루키의 오래된 단편을 읽으면 그런 기분입니다.


Sam Most-House of Bread Blues https://youtu.be/FbE9VsgEHrw?si=1HhSTadzYDBQZeup


음악은 11월 26일에 송출한 무라카미 라디오 56화에서 소개한 샘 모스트의 [House of Bread Blues]입니다. 56화의 무라카미 라디오는 몽땅 재즈를 하루키가 소개하는데 아주 좋습니다. 정말 하루키의 재즈 에세이를 듣는 것 같은 기분입니다.


하루키는 재즈 곡을 틀어주면서 토니 스콧, 스탠 겟츠 같은 연주가들의 이야기도 들려줍니다. 아무튼 재미있죠. 이 곡의 첫 음을 베이스로 시작을 하는데, 하루키는 이 베이스 연주가에 대해서도 언급을 합니다.


[정말 블루지한 베이스의 인트로로 시작합니다. 연주하는 사람은 빌 크로우. 스탠 게츠의 밴드에 있던 분입니다. 저는 이번 봄 뉴욕에 갔을 때 베이스 연주가인 크로우 씨와 만나서 저녁 식사를 했습니다. 벌써 90세가 넘었는데 너무 건강하셔서 지금도 밴드를 이끌고 재즈 클럽에 나가신다고 하셨습니다. 일본에도 또 가고 싶다고 하셨는데 오시면 좋겠네요] - 하루키


하루키의 단편은 오래된 재즈 같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