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자이 미즈마루 – 마음을 다해 대충 그린 그림


어쩜 이리도 제목을 잘 지었을까.


안자이 미즈마루는 이 세상에서 내가 마음을 허락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사람 중 한 사람이었다. 는 하루키의 말로 시작하는 안자이 미즈마루 씨의 그림 에세이다. 안자이 미즈마루 씨의 꼬꼬마 시절의 사진부터 초년병 시절의 하루키와 함께 한 사진까지. 그리고 미즈마루 씨, 그의 ‘마음을 다해 대충 그린 그림’들로 궤적을 따라간다.


아무튼 큭큭큭하며 볼 수 있는 그림들이며 재미있다. 단지 미즈마루 씨는 영화에도 꽤 깊은 관여를 하여 많은 작업을 했는데 오즈 야스지로의 영화를 많이 본 나는 야스지로의 영화와 배우들이 나오는 그림을 보며 오오 하며 알겠지만 그 외 6, 70년대 일본 배우들은 모르니까 그저 보면서 고개만 끄덕여진다.


하루키의 인사말로 시작하는데 하루키는 안자이 미즈마루 씨를 서른 살 때 만났다. 그 시절 미즈마루 씨는 36살이었는데 나이차는 꽤 나는데 그런 차이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친구처럼 지냈다. 술이 강한 안자이 미즈마루 씨를 따리 2차로 갔을 때에는 그곳에서 일하는 여성들과 댄스를 추는데 하루키는 못한다며 거절을 했다.


그때 미즈마루 씨가 와서 평소와는 다른 얼굴로 여자가 권유하는 춤을 거절한다는 것은 몹시 실례다. 그래서 하루키는 여성과 같이 댄스를 췄는데 그다음 날부터 하루키는 은근히 여자들을 좋아하는 거 같아.라는 말이 나돌았다고 한다. 우리가 너무나 잘 아는 재미있는 이야기다.


하루키는 잠시 귀국한 날 미즈마루 씨에게 연락해서 술 약속을 잡았는데 미즈마루 씨가 나오지 않아 사무실에 전화를 하니 비서가, 몸이 좋지 않아 오늘은 못 오신다고 합니다.라는 소리를 끝으로 더 이상 볼 수 없는 곳으로 갔다고 했다.


두 사람 사이를 알 것 같은 즐거운 풍경에 대해서도 책에 사진과 함께 실려 있다. 호놀룰루 마라톤에서 막 돌아온 하루키. 맞은편 미즈마루. 독일에서 산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며 꺼내는 하루키. 선물을 풀어보는 미즈마루. 색채가 귀여운 어린이 그림을 받은 미즈마루. 트리를 선물하는 미즈마루. 카드에 사인을 해서 건네는 하루키. 이런 재미있는 두 사람의 모습과 다양한 하루키를 마음을 다해 대충 그린 그림들까지.


입꼬리가 슬쩍 올라가는 책이 있는데 미즈마루 씨의 에세이가 그렇지 않을까.

미즈마루 본인 그림 ㅋㅋ


정말 실물과 그림이 너무 닮았


미즈마루 씨 하면 하루키를 빼놓을 수 없죠 흑흑


하루키가 기억하는 미즈마루 씨의 마지막


두 사람은 붙어 다니며 작업을 같이 했다


정겨운 풍경


별거 없는 일상인데 재미있음


하루키 에세이에서는 하루키가 보는, 또는 하루키가 말하는 세상을 우리가 같이 따라가면서 보는 재미가 있었다면 안자이 미즈마루 씨의 에세이에는 안자이 미즈마루 씨가 말하는 하루키를 볼 수 있다.


이게 생각보다 재미있다. 어쩐지 두 사람의 말투는 비슷하면서도 다른 게, 같은 라면인데 끓이는 사람에 따라 맛이 다른 것과 흡사할지도 모른다. 미즈마루 씨의 에세이에는 아무래도 작업을 가장 많이 한 하루키의 이야기가 많다.


특히 다양한 하루키에 대한 챕터는 큭큭큭 하게 만든다. 하루키를 처음에 만나고 알게 되었을 무렵에도 어슬렁어슬렁 길을 가다가 우연히 마주치거나 했다고 한다. 하루키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는 두 사람이 같이 작업을 한 ‘해 뜨는 나라의 공장’을 위해서 지역에 견학을 갔을 때 하루키는 늘 반바지만 입고 다녔다고 한다.


그런데 막상 공장관계자들을 만나게 되었을 때는 그 반바지가 거슬렸는지 긴 바지로 갈아입더라,라고 했다. 또 미즈마루 씨는 영화를 무척 좋아해서 하루키에게 미국 영화에 대해서, 이 영화 알아?라고 물으면 하루키는 다 봤다는 것이다. 그리고 원작까지 전부 찾아서 읽었더라. 라며 그런 사람이라니 같은 뉘앙스.


두 사람이 만나면 아주 많은 이야기를 한다. 그런데 문학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고. 그저 만나면 술 이야기, 영화 이야기, 음악 이야기를 한다. 하루키는 참 말수가 없는데 쓸데없는 이야기를 할 때에는 주절주절 참 많은 말을 한다고. 아무튼 미즈마루 씨가 말하는 하루키는 엉뚱하고 재미있는 사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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