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당시에 케니 지의 색소폰 연주가 어디에나 울려 퍼질 때였다. 강력한 슬래시 메탈을 듣던 우리들에게까지 캐니 지의 ‘고잉 홈’은 파고들었다. 케니 지의 연주가 흐르는 카페는 어쩐지 손님들이 많은 것 같았고 분위기 역시 편안하게 느껴졌다. 케니 지의 앨범 한 장 정도는 가지고 있는 녀석이 있어서 모여서 같이 듣곤 했었다. 여기 케니 지가 한국으로 와서 음캠에서 고잉 홈을 연주하는 영상이 있다.  https://youtu.be/p9TgFPHnFoI?si=_5kHFnS4d4y2mDnI


90년대 초 걸프전으로 미국의 아티스트들은 – 가수들 뿐 아니라 미셸 파이퍼(는 늘 그 얼굴에 그 몸매에 그 비슷한 모습을 유지하며 지낸다. 배우니까, 할리우드 배우니까 당연한 거 아니야?라고 할지 모르지만 인간의 신체라는 게 혹독한 절제와 노력을 가하지 않으면), 리차드 기어, 메릴 스트립, 브룩 쉴즈, 칼라 구기노 등 배우들까지 총 출동해서 ‘Voices That Care’를 불렀다. 배우뿐 아니라 마이클 조던 등 당시 잘 나가던 운동선수들까지 목소리에 힘을 실었다. 지극히 미국적인, 제국을 드러내는 미국의 냄새가 가득한 노래지만 세계적으로 큰일이 닥쳤을 때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는 건 어느 나라나 아티스트들인 것이다. 특히 전쟁과 기근과 마약근절에 목소리를 꾸준하게 내 온 사람들이 아티스트들이다.


Voices That Care https://youtu.be/Ol6vr5_CY1o?si=_vf46B590UHZW998


보이시스 댓 케어를 부르는 아티스트들 속에는 루더 밴더로스도 아직 살아서 노래를 부르고 있고, 지금은 병으로 움직이는 것도 노력이 필요한 디바, 셀린 디옹이 중추적으로 노래를 한다. 역시 간주 부분에 케니 지가 색소폰 선율로 연주를 한다. 여기에 전부 모여서 한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는 메릴 스트립과 칼라 구기노는 정말 예쁘게 보인다. 물론 영화 속에서 캐릭터로서도 훌륭하지만 이 영상 속 칼라 구기노는 그야말로 환한 얼굴을 그대로 드러내고 노래를 부른다.


걸프 전에 참가한 군인들이 무사 귀한 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부르는 보이시스 댓 케어 속에는 아티스트가 거의 100명 가까이 목소리를 냈다. 위에서 잠깐 말했지만 좋은 곡이며 좋은 취지고 좋은, 다 좋은데 지극히 미국적이다. 지금도 세계의 곳곳에서는 전쟁이 일어나고 있다. 전쟁의 참상을 실시간으로 알 수 있는 현재 누가 잘못했고 누가 나쁜 나라며 누가 편을 들어야 하는 것이 무의미하고 모호하다. 걸프전 당시 한국도 다국적군의 일원으로 의료진과 군수송기가 투입되었다.


이번에 나온 영화 크리에이터를 봐도 잘 알 수 있다. 미국은 아시아에서 만드는 인공지능로봇을 전부 없애려 한다는 명분하에 노매드를 만들어 인공지능로봇뿐 아니라 사람들도 전부 다 죽여 버린다. 스타워즈에서도 그렇고 제국의 모습이란 그렇다. 크리에이터 마지막 장면에서 알피 때문에 뭉클했다. 초반 라디오 헤드의 Everytjing in it’s right place가 흘러나올 때 정말 좋았다. 키드 에이 앨범의 수록곡으로 미래적이며 형이상학적인 음악이다. 키드 에이도 그렇고, 수록곡들이 전부 빠져든다. 키드 에이 앨범을 들었을 때 아, 라디오 헤드, 톰 요크는 정말 지구인이 아니구나 같은 생각이 들었다. 이 앨범을 하루키의 해변의 카프카에서 15살 터프한 소년 다무라 카프카가 숲 속에서 며칠 동안 홀로 지내면서 듣는다. 고독하고, 고독하게 듣는다. 철저하게 고독하게 되면, 더 이상 상실하지 않을 때 고독을 받아들이게 된다. 아무튼 영화 속 라디오 헤드의 노래 선곡은 끝내줬다.



위의 이야기와 이어지는지 모르겠지만 걸프전 다음 해인가 다다음 해인가 영화 ‘삼총사’가 나왔다. 달타냥으로 배트맨 3과 배트맨과 로빈으로 뜬 로빈 역의 크리스 오도넬, 찰리 쉰, 키퍼 서덜랜드, 올리버 플랫이 삼총사로 나온다. 크리스 오도넬은 배트맨 3에서는 발 킬머 배트맨과 연기를 했고, 배트맨과 로빈에서는 조지 클루니와 연기를 했다.


그때가 발 킬머의 전성기라고 할 수 있을까. 발 킬머는 톰 크루저와 함께 탑건을 찍을 때에도 정말 멋졌다. 36년 전 매버릭은 삐딱하고 말을 듣지 않았다. 반항하며 자기 멋대로였다. 매버릭은 그래서 36년 전 꼬꼬마 조종사 시절에 아이스맨과 대립을 했다. 자로 잰 듯 정확하고 컴퓨터 같았던 아이스맨은 매버릭을 잡아먹을 듯 내내 노려보고 언젠가 너의 그것(천방지축 제 멋대로)때문에 너는 안 될 것이다.라고 한다. 그러나 대립의 끝을 보여주었던 아이스맨은 매버릭의 수호천사였다.

36년이 흐른 후 매버릭과 아이스맨의 해후 장면은 뭉클했다. 후두암으로 말을 할 수 없는 아이스맨은 매버릭에게 있는 힘을 다해서, 마지막으로 서로가 필요한 때라고 말한다. 이 장면은 실제 후두암으로 말을 전혀 할 수 없는 발 킬머가 자신의 아들이 녹음한 목소리를 자기고 아이스맨의 목소리로 탄생시켰다.


삼총사는 코믹하고 엉뚱하고 재미있는 삼총사들과 달타냥의 이야기다. 권선징악이 있고 아토스, 아라미스, 포르토스가 후에 달타냥도 총사대에 넣어주는, 다 아는 이야기지만 흥미롭다. 빌런으로 팀 커리가 나온다. 나 홀로 집에 2의 호텔 지배인이어던 팀 커리가 악당으로 나와서 더 재미를 준다.

이 영화의 주제곡 ‘올 포 러브’를 부르기 위해 세계에서 가장 허스키 보이스를 가진 아티스트들이 모인다. 브라이언 아담스, 스팅, 로드 스튜어트가 모이게 된다. 이 세 명이 모인다는 게 사실은 불가능에 가깝다. 전부 한 번 움직이려면 가수에게 몸 담고 있는 회사의 직원들 역시 긴장을 해야 하는 시기였지 않을까 싶다. 몸값도 어마어마하고 스케줄을 조율한다는데 만만찮은 일이기 때문이다.


이들 세 명은 지금도 최고의 자리에 있다. 로드 스튜어트는 축구를 너무 잘해서 선수출신이라고 하는데 당시에 축구를 해서 유명해질까, 음악을 해서 유명해질까 고민했다고. 그래서 술도 마음껏 마시고 여자들도 마음껏 만날 수 있는 가수가 되었다고 한다. 로드 스튜어트는 세 번 결혼을 했는데 아마 더 많은 여성을 만났겠지. 그의 딸 킴벌리는 금발에 183이나 되는 키로 모델인데 얼굴도 예쁘다. 아무튼 다 가졌다.


허스키 목소리로 따지면 로드 스튜어트가 가장 허스키하고 브라이언 아담스, 그리고 스팅 순이지 싶다. 뮤직비디오를 보면 셋 중에 가장 늦게 나타는 것도 로드 스튜어트고 긴장도 없다. 초반에 스팅이 로드 스튜어트를 따라 해 보는 허스키 목소리로 노래가 시작된다.


브라이언 아담스는 인터뷰에서 “플리즈 포기븐 미의 녹음을 끝내고 마이클 카멘(삼총사 영화음악 감독)에게 연락이 왔어요, 영화에 참여하고 싶냐고요. 그래서 절박하게 그러고 싶다고 했어요. 스팅에게 연락을 했고 한 명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설득했죠 하지만 로드는 그렇게 쉬운 사람은 아니었어요”라고 말했고 스팅은 “브라이언에게서 연락이 왔어요. 영화에 들어갈 노래가 있는데 같이 하겠냐고요. 그래서 좋다고 했죠. 노래를 들어보겠냐고 해서 그럴 필요가 없다고 했어요. 그는 좋은 목소리를 가지고 있으니까요. 같이 부르고 싶다고 했죠. 스트디오에 갔더니 한 명 더 있으면 좋겠다고 했어요. 그래서 누구냐고 물었더니 로드라고 말했어요. 그래서 “정말요? 재미있겠네요”하고 말했어요. 놀랐죠. 전 런던에서, 로드는 엘에이에서 녹음했어요. 그리고 우리 셋은 뮤직비디오를 위해 유에스의 뉴저지에서 만났죠. 근데 로드는 늦었어요"라고 말했다. - 20211128 현지운


올 포 러브는 우리 모두가 바라는 말일지도 모른다. 그 예전 걸프전 당시에도, 그리고 삼총사가 나왔을 때에도, 그리고 지금 현재 우리에게 올 포 러브가 필요할지 모른다. 지금의 사람들은 자기 생각과 다르면 기분이 나쁘고 그 기분대로 행동하게 된다. 크게는 전쟁, 작게는 대립이 비일비재하다. 그 속에서 피해자들은 늘 약한 자들 뿐이다. 비질란테를 보면 괜스레 시원하다. 이미 그런 사회에 접어들었다. 사랑하자 같은 말은 글이나 영화에서나 가능하지 현실에서 그런 것 떠들어봐야 손해 보는 사람은 자신뿐이야,라고 하는 것만 같다. 그래서 더욱더 올 포 러브가 필요하다.



Bryan Adams, Rod Stewart, Sting - All For Love https://youtu.be/ofA3URC1wyk?si=mamtKgsTi1mxcXF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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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3-11-16 16: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덕분에 정말 오랜 만에
Voices That Care 를 들어 봤네요.

후반 떼창에 한 시절을 풍미했던
알리사 밀라노도 나오고...

작고한 휘트니 휴스턴의 말썽쟁이
남표니 바비 브라운도 한 몫하네요.
윌 스미스는 아마 프레시 프린스로
활동하던 시절이지 싶습니다.
너무 앳되서 깜놀했다는.

전성기 시절 포이즌의 브렛 마이클
스의 모습도 죽기더군요.

개인적으로 로드 스튜어트의 마지막
불꽃 같았던 곡이었다고 생각하는
˝Lost in You˝를 찾아 들어봅니다.

all for one, one for all

교관 2023-11-17 11:10   좋아요 1 | URL
저도 오랜만에 실컷 보이시스 댓 케어를 들었습니다 ㅎㅎ 바비 브라운은 말썽쟁이로만 말하기에는 너무 개놈의시키같아서 ㅎ 캐빈도 보이고, 저에게 포이즌, 넬슨 앨범도 있었어요 ㅋㅋ 전부 다 멋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