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 소설 – 위드 더 비틀스


이 소설은 일인칭단수 소설집에 수록된 단편소설로 사소설 형식이다. 주인공은 하루키이며 하루키가 64년에 만났던 한때 여자 친구였던 사요코와 그녀의 오빠 이야기다.


하루키의 사소설 중에는 진짜인지 가짜인지 기묘한 소설이 있다. 치즈 케이크를 닮은 가난과 같은 소설은 확실하게 사실을 쓴 것 같지만, 시나가와 원숭이가 나오는 두 편(15년 전에 한 번, 일인칭 단수에서 나이가 든 시나가와 원숭이를 만나는 한 편)은 말 그대로 소설이다.


위드 더 비틀스는 기기묘묘하다. 진짜인지 공갈인지 말이다.


65년의 어느 일요일에 사요코와의 약속 때문에 데리러 그녀의 집으로 갔으나 그녀와 다른 가족은 없고 그녀의 오빠가 하루키를 맞이하고 둘만 집 안에서 사요코를 기다리며 어색한 분위기를 보낸다. 그러다가 아쿠타가와의 톱니바퀴를 하루키는 사요코의 오빠 앞에서 낭독을 하게 되고, 아쿠타가와는 35살에 자살을 한 것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그리고 사요코의 오빠를 다시 만난 건 18년이 지난, 서른다섯 살이 된 하루키가 결혼을 하여 아내인 요코 씨와 도쿄에 살고 있을 때 시부야의 길에서 만나게 된다.


사요코의 오빠에게서 사요코의 소식을 듣게 된다. 그녀는 스물여섯 살에 두 아이를 남겨두고 의사에게 처방받은 수면제를 모아뒀다가 한꺼번에 먹고 일어나지 못하게 된다.


그리고 하루키는 사요코에게 상처를 준 것을 떠올린다. 좋아하는 여자가 생겼어, 큰맘 먹고 털어놓았지만 사요코는 상처를 받았다. 그 자리에서 일어났고 그 모습이 마지막 모습이었다.


그리고 하루키는 사요코가 64년에 비틀스의 위드 더 비틀스 앨범을 들고 있던 열여섯의 소녀의 모습을 떠올린다. 사요코는 초반에 나오지만 비틀스 앨범을 들고 있었을 뿐 그녀는 비틀스 음악에는 흥미가 없었다.


그녀가 즐겨 듣던 장르는 만토바니 오케스트라, 퍼시 페이스 오케스트라, 앤디 윌리엄스 같은 계열의 온건한, 중산계급적인 음악을 들었다고 했다.


앤디 윌리암스는 한국인에게는 빙 크로스비만큼 캐럴 곡으로 유명한 가수다. 스탠더드 팝, 이지 리스닝 계열의 음악 창시자 같은 사람이다. 앤디 윌리암스의 차분한 분위기를 이어받은 가수가 마이클 부블래 같은 가수다. 술렁술렁 차분하게 스탠더드 팝을 부르는.


그래서 사요코는 63년에 발매한 비틀스의 2집 앨범 위드 더 비틀스의 노래와는 거리가 있다. 어떤 누군가를 떠올릴 때 실은 그 사람의 가장 소중한 것보다 그저 처음 보거나 마지막에 본 그 사람의 모습을 떠올리는 경우가 있다.


일드 반경 5미터를 보면 우리 주변에 굴러다니는 일상적인 것들에 관한 이야기를 잘 다루었다. 내가 서 있는 곳부터 반경 5미터, 사실 그 속에 모든 세상이 있다. 너무 하찮아서 눈여겨보지 않게 되는 것들이 실은 굉장히 소중한 것이다. 자궁경부암으로 자궁을 들어내는 수술을 앞두고 모든 것이 싫고 짜증 나지만 그러지 않아야 가정이 유지된다는 압박을 견디며 꾹꾹 참고 있는데 남편이 씻어주는 냄비 하나에 뭔가가 터지는 마루야마의 아내.


비틀스 앨범은 사요코에게 전혀 중요하지 않다. 그러나 사요코를 생각하면 비틀스의 앨범이 떠오른다. 소중하지는 않을지 모르나 비틀스의 앨범 같은 하찮은 것들이 반경 5미터 안에 모여서 진정으로 한 인간의 삶을 만들지도 모른다.


Andy Williams - Moon River (Year 1961) https://youtu.be/LK4pmJQ6zgM?si=GqK7oP5AFveoKcG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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