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의 여러 에세이 중 80년대 미국을 이야기는 에세이 ‘더 스크랩’은 소확행 에세이와는 다른 재미가 가득하다.


책의 내용 중에 ‘존과 메리’라는 챕터에는 하루키가 여행지에서 'JON&MEARY'라는 글씨가 인쇄된  티셔츠를 입고 있는 사람을 보고 생각을 한다.  하루키는 저 문구는  'JOHN&MARY'를 쓴 것일 텐데, 하며 이름이 JON이나 MEARY인 사람이 없을 텐데 음, 하며 저런 이름으로 인쇄를 하다니 어지간하군. 하며 여행지에서 돌아와서 집 근처를 걷다가 'JIMY&EMIRY'라는 티셔츠를 입은 아주머니와 스쳐 지나가면서 '지미 앤 에마이어리' 라니, 'JIMMY&EMILY' 일 거야. 참 어지간하군. 이런 식으로 셔츠를 찍어 내다니. 하루키 본인도 당황스럽지만 일본을 여행하는 현지인이 본다면 충격을 받을 것이라고 하루키는 말하고 있다.


하루키의 이런 활자에 대한 집요함을 읽으며 큭큭 하다가 우리나라는? 같은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도 식당이나 기차역, 터미널에 알 수 없는 영어문구가 많았다. 예전에 정부에서 한창 한식세계화를 알릴 때 추신수가 접시를 한 손에 들고 한 손으로는 젓가락으로 불고기 한 접을 집어서 들어 보이는 사진이 있고 그 옆에 영어로


Hi. l'm choo shin-soo.

l'm an outfielder for the texas rangers.

spring's here and i'm ready to play!

and do you know what got me through training? bulgogi.

try some at your favorite korean restaurant.

it's delicious!

뭐 불고기를 홍보하는 내용이다. 내가 왜 이 고된 훈련을 받느냐 바로 불고기다. 한국 식당으로 와서 불고기를 먹어라. 맛있다. 뭐 이런 내용이다. 그런데 이 광고를 본 미국 국립공영라디오의 시니어 에디터 루이스 클레멘스가 여러 측면에서 이해하기 어려웠다며 쓴소리를 했다.


그는 특정한 식품회사가 아닌 한국 음식인 불고기 자체를 홍보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비슷한 예를 상상하기도 어렵지만, 예를 들자면 미국 팝스타, 저스틴 팀버레이크가 영국 신문에 햄버거의 기막힌 맛을 선전하는 것과 같을 것, 이라며, 버거킹이나 맥도널드, 웬디스도 아닌 그냥 햄버거 말이다, 라며 광고의 의도가 불명확하다고 지적했다.


요컨대 이탈리아의 스파게티를 광고하는 이탈리아 축구 선수나 이탈리아 가수는 없다. 하물며 농심제품 불고기를 광고하는 것도 아니며 한국의 음식을 저렇게 광고를 한다는 것이 나도 이해하기 힘들다. 그러니까 음식은 문화다. 문화라는 건 눈에 보이지 않는 긴 시간과 수많은 사람들이 만들어 가는 것이다.


그리고 미국언론은 광고카피에 쓰인 부자연스러운 영어표현에 대한 문제점도 지적했다. 추신수 선수가 불고기를 권하는 사진 좌측에 위치한 짧은 네 문장의 광고 카피 중, 봄이 왔고 난 경기할 준비가 됐다!, spring's here and i'm ready to play!라는 표현은 원어민이 쓰지 않는 표현일뿐더러 느낌표 사용도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홍보가 아니라 단단히 망신을 당한 것이다. 정부는 우리의 영웅 추신수를 왜 그런 곳에 남발하는지 모르겠다. 그 당시 자신의 광고와 미국 내 언론의 반응을 보고 추신수는 아 하며 한숨을 쉬었을지도 모른다. 동료들은 너 왜 저러고 있어? 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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