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가 찰리 푸스를 선곡해서 깜짝 놀랐다는 말은 좀 거짓말이지만 이야 하루키 영감님 찰리 푸스도 좋아하고 멋진 영감님이야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키는 9월 24일에 방송한 무라카미 라디오 54회에서 첫 곡으로 찰리 푸스의 ‘루저’를 들려주었다.


가장 최근에 방송한 무라카미 라디오로 하루키는 이번 방송에서 “스마트폰이나 인터넷 덕분에 우리 생활은 꽤 편리하게 되었지만 그만큼 충전해야 하고, 비밀 번호를 외우는 일에 시간과 노력을 많이 빼앗기는 거 같아요. 여러 기기를 부지런히 충전하고, 패스워드를 기억하고, 그러다가 인생이 마냥 스르륵 지나가는 것 같아요. 저는 기억력이 좋지 못해서 패스워드를 잊어버립니다” 같은 이야기로 시작을 한다. 그러면서 집에서 들고 온 찰리 푸스 노래를 첫 곡으로 선곡한다.


하루키는 이 방송에서 노르웨이 숲은 400자 원고지에 만년필로 쓴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댄스 댄스 댄스에서부터 워드 프로세서를 사용하여 지금까지 연필이나 만년필이 아닌 첨단기술로 된 기기들로 집필하고 있다. 그는 타니자키 준이치로,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이야기를 하며 그때에는 저장하는 기기도 없고 충전하는 기기도 없었기에 그저 만년필을 들고 꾸준하고 차분하게 원고를 쓴 것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했다.


개인적으로도 들고 다니는 기기가 몇 대 있다 보니 충전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다. 애플워치를 하지 않고 카시오 전자시계를 차고 있는데, 가끔 왜 스마트워치를 하지 않냐는 말을 듣는다. 스마트워치를 한다고 해서, 아이패드나 아이폰만큼 생활이 크게 달라지지도 않으며 이 죽일 놈의 충전의 굴레 속으로 더 빠져들 뿐이다. 어쩌다 무슨 일인지 충전이 아침에 되지 않았다? 불안할 뿐이다.


나 같은 인간은 매일 달리고 나서 매일 샤워를 하는 것도 귀찮은데 – 씻는 건 너무나 귀찮지만 그래도 샤워는 좀 낫기에 땀을 흘리고 샤워는 그냥저냥 매일 하게 되지만 그때에도 카시오 손목시계는 벗지 않는다. 그냥 일 년 열두 달 계속 차고 있다. 그래서 가끔 빼서 좀 닦아 주는 것 빼고는 귀찮을 일이 없다.


충전이라는 건 이제 일상 깊이 침투해서 폰이나 아이패드에 충전이 50% 밑으로 되어 있으면 슬슬 불안해지기 시작한다. 그래서 내가 다니는 활동 반경 내에 충전기를 배치해 놓고 어디를 가던 그곳에서 충전을 할 수 있게 해 놨다. 이 무슨 해괴한 일인가. 충전이 가득 되면 알 수 없는 희열도 느낀다.  이 무슨 이상한 일인가. 이 죽일 놈의 아이패드와 충전기는 이제 일상이 되었다.


매일 열심히 뭔가를 적는 건 기기가 나오기 전이나 지금이나 비슷했다. 아이폰이 나오기 전에는 주머니에 작은 수첩과 불펜을 넣어 다녔다. 그러다가 뭔가가 생각이 나면 길거리라도 벽면에 붙어서 생각난 것들에 대해서 메모를 했다. 아이폰이 나오기 전에 아이팟 터치 3세대를 먼저 구입했다. 메모가 무한정이었다. 정말 그것 하나만으로도 다른 세상이었다. 자주 가는 카페에서는 그게 뭐냐며 신기해했고 소설을 읽다가 필사하고픈 문장은 메모장에 타이핑을 했다. 타닥타닥 하는 소리도 듣기 좋았다. 하지만 배터리가 금방 동이 났다. 그때부터 충전기를 들고 다녔다. 그때 구입한 충전기를 아직도 들고 다닌다. 그러다가 아이패드, 키보드 등 충전이 필요하다. 건전지를 넣어줘야 하거나. 편리해진 만큼 불안요소도 늘어난 것 같다. 충전의 굴레 속으로 들어와 버린 것이다.


다시 무라카미 라디오 이야기로 돌아가서,

현재 찰리 푸스는 한국공연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래서 찰리 푸스 선곡이 더없이 반갑다. 찰리 푸스 같은 말랑말랑한 팝은 안 들을 것 같지만 하루키는 재즈와 클래식만 고집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고전문학만 최고야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 현대문학, 지금 나오는 소설은 문학이라 할 수 없어! 같은 자세를 하루키는 취하지 않는다.


그런 부분은 김영하도 그렇다고 생각한다. 독립책방에 들어가는 자신의 소설 겉표지는 다르게 다지인이 되게 해 놨다. 거대 출판사가 아닌 소규모 출판사에서 출간한 소설이나 에세이들이 꽂혀 있는 독립책방을 돌며 토크도 하고 사람들을 만나 사인도 해주며 현재 나오는 소설도 살뜰히 살핀다. 김영하는 나만 괜찮으면 그만이야! 같은 자세에서 벗어난 태도를 지니고 있다. 하루키도 그렇다.


새미가 한 차례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 찰리 푸스가 공연을 하고 있다. 찰리 푸스는 그 엄청난 부와 인기에 비해 늘 꾀죄죄한 얼굴과 평범한 의상을 입고 고교 때 만난 첫사랑과 사랑을 죽 이어가고, 방탄이들과도 작업을 하며 한국 팬들도 엄청나게 많다.


하루키가 소개하는 곡 외에 찰리 푸스의 좋은 곡들이 많지만 세계적인 인기를 확 끌었을 때가 위즈 칼리파와 ‘씨 유 어게인’을 불렀을 때였다. 그즈음에 메간 트레이너와 ‘마빈 게이’를 불러서 인기를 확고히 했다.


마빈 게이처럼 사랑을 하자 뭐 그런 내용의 노래인데 메간 트레이네와 정말 환상의 듀엣이었다. 뮤비는 살짝 야하다. 두 사람은 공연에서 진한 키스를 당겨 버리기도 해서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유튜브에 있으니 궁금하면 보기 바람. 아주 진한 키스다.


마빈 게이는 실력이 좋아 당시 퀸시 존스가 수장으로 있던 모타운 소속 가수가 된다. 모타운은 마이클잭슨이 속해 있는 회사로 흑인 아티스트들이 포진되어 있었다.


그러나 마빈 게이는 모타운의 음악이 흑인들을 위한 흑인음악이 아니라 백인들을 위한 흑인음악이라 모타운을 나오게 된다. 그리고 마빈 게이는 무하마드 알리와 함께 흑인 운동을 하기도 했다. 마빈 게이의 노래는 너무나 좋다. 찰리 푸스가 노래를 얼마나 잘 만드냐 하면 ‘마빈 게이’를 부를 때 마빈 게이의 명곡 ‘렛스 겟 잇 온’을 가사에 집어넣어서 만들었다. 마빈 게이의 이 명곡은 1973년 곡인데 왜 2023년에 만든 곡처럼 들릴까.


마빈 게이의 음악은 영혼을 달래주는 음악이다. 70년 만에 깨어난 캡틴아메리카도 팔콘에게 마빈 게이를 권한다. 마빈 게이의 음악은 언제 들어도 좋지만 아침에 눈을 떴을 때 흘러나오면 너무 좋다. 마빈 게이의 죽음은 미스터리로 남아있다. 아버지의 총에 맞아 죽었는데 미스터리다.


찰리 푸스가 메간 트레이너와 마빈 게이를 부를 때는 둘 다 학생 같은 얼굴이었다. 메간 트레이너는 요즘 너무 날씬해졌지만 이 노래를 같이 부를 때에는 통통했으나 예뻤다. 화사가 메간 트레이너의 노래를 거의 비슷하게 따라 해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는데 두 사람의 노래를 믹스한 뮤비가 유튜브에 있는데 들어보면 하나의 노래처럼 들린다.


하루키가 소개한다. "첫 곡은 찰리 푸스의 노래 ‘루저’입니다. 그녀가 떠나고 이것저것 후회하는 남자의 노래입니다."


무라카미 라디오 54화 https://www.bilibili.com/video/BV1R8411v7a4/?spm_id_from=333.788.recommend_more_video.0


찰리 푸스와 메간 트레이너의 마빈 게이 https://youtu.be/igNVdlXhKcI?si=nJWJMuMWeG_KdiFk


마빈 게이의 렛스 겟 잇 온 https://youtu.be/x6QZn9xiuOE?si=6GCGPnAoaMm3R7b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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