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기담집에 실린 단편 중에 ‘우연한 여행자’가 있다. 제일 먼저 나오는 단편 소설이다. 도쿄기담집은 하루키가 소설에 직접 등장하는 사소설 형식이다. 하루키가 들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 단편집에 실린 소설은 주로 인간의 우연과 운명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미 정해진 것처럼.


우연한 여행자의 주인공은 40살의 피아노 조율사로 게이다. 그런 연유로 여성과의 사랑은 실패다. 후에 그 사실을 받아들이고 주위에게도 자신의 성정체성을 알리며 지금은 3살 어린 남자와 10년째 평온하게 지내고 있다.


그는 매주 화요일에 쇼핑센터 카페에서 책을 두어 시간 읽다가 온다. 베스트셀러도 아닌 찰스 디킨스의 황폐한 집을 읽는다. 주인공은 찰스 디킨스를 무척이나 좋아한다. 그렇게 집중해서 읽고 있는데 한 여성이 다가와 책에 대해서 묻는다. 그리고 실은 자신도 그 책을 지금 읽고 있는데 신기해서 왔다고 한다. 그리고 두 사람은 이야기를 하고, 내친김에 식사도 하게 된다.


여성은 아이가 둘 있는 유부녀였다. 여성에 대해서 이야기를 들으며 그와 그녀는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일주일 후 다시 만나게 된다. 따로 떨어져 책을 읽고 후에는 같이 식사를 하며 지난번 보다 친밀하게 시간을 보낸다.


차 안에서 그녀가 그에게 적극적으로 호감을 드러낸다. 그러나 그는 게이였다. 결국 그는 여성에게 그 사실을 털어놓으며 일이 이렇게 된 것에 대해서 사과를 한다. 여성은 일상에서 이렇게 대화를 하고 풀어지는 건 오랜만이라며 누군과와, 누군가에게 그저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녀는 유방암 검사에서 뭔가가 나와서 재검사를 앞두고 불안해하고 있었다. 그녀는 눈물을 흘린다. 그는 그녀를 안아준다. 그때 그녀의 귀에 난 점을 보게 된다.


그와 가장 친했던 친누나도 귀에 똑같은 점이 있었다. 친누나와 연락을 끊은 지 10년이 흘렀다. 게이라는 사실이 들통나고 당시 누나가 결혼하는데 자신이 게이라는 문제가 친누나와 매형 될 사람에게 스트레스를 주었던 것이다.


그는 그녀를 보내고 난 후 그녀의 상황을 떠올린다. 그저 평범하게 보내고 싶었으나 남편의 무관심, 커가는 아이들, 그녀는 그를 만나면서 10대로 돌아간 기분이었다고 했다. 그녀의 잔상이 점점 희미해지며 멀어지는데 귀의 점은 뚜렷하게 남아있다.


그는 10년 만에 어렵게 누나에게 전화를 건다. 누나는 처음에는 퉁명스럽게 받지만 전화를 받기 전에 울었다는 것을 직감한다. 그리고 누나는 그에게 온다. 누나와 오랜만에 만나 지난 일들을 이야기하는 동안 그와 누나의 유대가 조금씩 완만해진다. 그리고 누나에게 듣는 말이 충격적이었다.


나 내일 유방암 때문에 한쪽 가슴 절제 수술을 받으러 가.


두 사람의 이야기는 어떻게 될까. 이 소설을 유튜브에서 안소연 성우가 낭독을 한다. 전문 성우라서 낭독할 때, 각주를 말할 때, 주인공이 말할 때, 그녀가 말할 때, 누나가 울먹일 때 전부 다르게 낭독을 한다. 마치 한 편의 영화가 머릿속에서 필름처럼 테이크 원, 투, 쓰리 하며 흘러가는 게 보일 정도다.


책을 읽으면서 들어도 좋다. 특히 누나가 눈물을 흘리며 대사를 할 때에는 정말 우는 것처럼 들린다.



https://youtu.be/m-IAPGPTw04?si=obW-Xcx_X7K3BbQ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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