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 여행 에세이 – 비 내리는 그리스에서 불볕천지 터키까지


이 에세이는 책 표지에 조그마한 글자로 말하듯이 우천염전 에세이의 리메이크? 복제판이다. 겉표지만 다르지 안의 내용은 토씨하나 틀리지 않고 똑같다.


요즘에는 그러지 않지만 예전에는 어? 하루키 에세이가 새롭게? 야호! 하며 덥석 구입했다가 실망한 경우가 꽤 있었다. 알면서 손을 뻗는 거랑 모르고 구입해서 호기롭게 펼쳤다가 뭐야? 하는 경우에는 아 젠장 하게 된다.


김진명의 소설도 그런 경우가 있고, 특히 무라카미 류(하루키만큼 류의 책도 대부분 가지고 있는데) 씨도 같은 내용의 책을 제목과 겉표지를 다르게 해서 출간하는 경우가 많다.


아마 작가보다는 출판사가 당신의 소설(내지는 에세이가)이 인기가 있으니 이번에는 겉표지와 제목을 바꿔서 출간을 합시다. 같은 모종의 거래를 제안해서 그렇게 출판하지 않았나 싶다.


그런데 다른 작가들에 비해 하루키의 복사판을 모르고 구입을 하면 이상하게 허탈감이 더 든다. 이게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처럼 재판했을 때 책의 두께가 엄청 줄어들었지만 내용면에서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로 새롭게 번역을 하면 괜찮지만 그저 똑같은 내용에 겉표지만 다르게 출판을 하면 출판사에 대한 적개심마저 든다.


이번 신간의 원본 격인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같은 경우는 3가지의 버전을 가지고 있는데 출판사가 다르고 번역가가 달라서 읽는 재미가 있다. 문장이 세 가지의 번역본이 조금씩 다르다.


‘어둠의 저편’과 ‘애프터 다크’역시 번역가가 다르고 출판사가 달라서 각각 읽는 재미가 있다. 비슷하지만 다른 문장이 보이면 또 기분이 흐뭇해진다.


이 에세이에서 아내인 요코 씨가 사진작가로 동행하지 않고 에이조 군이 동행한 이유가 몇 가지 있겠지만 두 사람의 여행의 시작이 여자는 없는, 오로지 남자 밖에 없는 아토스에 있는 수도원의 섬으로 가면서 시작을 한다.


오직 남자 수행자들과 순례를 하는 남자 여행객들뿐이다. 심지어 고기도 먹지 않는데 통통하게 살이 찐 고양이들도 전부 수놈이 아닌가 할 정도다.


비가 내리고 혹독하게 젖은 몸을 이끌고 행군을 계속하는 여행이라 아내에게는 무리였을 터, 가는 곳마다 ‘우조’라는 기가 막히게 괴랄한 술을 대접받는데 뒤로 갈수록 이 우조에 대해서 호의 있게 변하는 하루키와 에이조 군.


이 에세이를 읽으면 험난한 길을 다니는 군, 하면서도 저 우조라는 술을 한 번 마셔봤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하루키가 현지인들의 일상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부분은 정말 재미있다.


[주문을 받으면 생선의 배를 가른 후 양쪽으로 벌려 구워준다. 생선구이 전문점이기 때문에 생선 요리 외에 다른 메뉴는 없다. 맛있을 것 같아 들어가 봤더니 정말 맛있었다. 뭐랄까. 쓸데없는 맛을 가미하지 않은 담백한 맛이다. 토마토 샐러드와 빵을 함께 먹었다. 가장 비싼 다랑어 맛과 비슷한 생선을 주문했더니 살이 튼실하고 길이가 30센티미터 정도는 되어 보이는 생선이 한 사람 앞에 한 마리씩 나와서 도저히 다 먹을 수가 없다. 반 이상을 남겼다. 마실 것을 시키고도 둘이 합해 800엔 정도였다. 터키에서 이 정도면 매우 비싼 가격이다. 유럽은 어디를 가나 그렇지만 아무리 해안 근처 마을이라도 생선 요리는 고기 요리에 비해 좀 더 비싸다. 잘 보면 주변에 앉아 있는 서민 아저씨들은(물론 이런 곳의 손님은 모두 남자들뿐이다. 종업원도 남자) 모두 150엔 정도의 전갱이 비슷한 것을 먹고 있었다. 그것도 매우 맛있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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