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원이 무엇일까 궁금하지만 이 소설에서 소원은 맥거핀에 지나지 않는다. 소원이 무엇일까에 독자들은 관심을 가지지만 정작 중요한 건 소원이 무엇인가 하는 것 따위가 아니다.


이따금 그 스무 살 생일날 밤에 일어난 일이 모두 다 환상이었던 것처럼 생각되기도 해. 어떤 작용 같은 것이 일어나 실제로는 없었던 일을 그냥 있었다고 믿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하지만 말이지, 그건 틀림없이 실제로 일어났던 일이야.


내 인생에 깜짝 놀랄 행복한 순간을 맞이했어도 시간이 지나면 그 기억은 조금씩 퇴색되어 간다. 그리고 기억은 그 끈을 놓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지만 시간은 자꾸 나를 타이르고, 어느 순간 보면 그때 그 일이 있었지 같이 되어 버린다.


아주 특별한 물건도, 특별한 사람도, 특별한 사랑도 일상에 되어 버리면 무섭도록 고요해진다. 스무 살 생일에 어떤 소원을 빌었는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소원으로 인해 다가올 그녀의 미래가 옳은 선택을 하고도 옳지 못한 결론에 도달할 수 있고, 혹은 그 반대로 옳지 못한 선택을 했는데 올바른 결론에 닿을 수도 있다. 어떠한 결론이라도 도달하면 그녀 자신이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이란 어떤 것을 원하든, 어디까지 가든, 자신 이외의 존재는 될 수 없는 것이구나,라는 것. 단지 그것뿐이다.


후기를 보면 사소설 형식으로 ‘나‘는 하루키다. 소설 속에도 하루키가 등장한다. 생일은 매년 찾아오지만 스무 살의 생일이란 한 인간에게 딱 한 번 찾아온다. 그녀는 노인에게 소원을 빌면서 스무 살 생일을 평범하게 보내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일종의 마음의 텅 빈 공동이 생겼을지도 모른다.


인생은 그 공동을 어떤 식으로 채워나가느냐 하는 문제다. 그걸 채울 수 있는 사람은 오로지 자신. 자신 이외의 존재는 될 수 없다고 하루키는 말하고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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