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이야기는 셀린저와 그의 수작인 ‘호밀밭의 파수꾼’의 이야기다. 호밀밭의 파수꾼이 ‘모비딕’이나 ‘위대한 개츠비’보다 많이 팔렸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는 빙 크로스비의 화이트 크리스마스 음반과 필적하는 숫자라 한다. 하루키는 샐린저도 좋아하지만, 위대한 개츠비를 세 번 읽은 사람과는 친구가 되어도 좋다고 할 정도로 피츠 제럴드를 좋아한다.


위대한 개츠비는 직유 가득한 문장이 정말 사람을 홀딱 빠지게 만들었다. 우리나라 번역본으로 여러 공룡 출판사에서 잘 나가는 작가들이 번역을 했는데 아무래도 가장 인기가 많은 번역본은 문동의 김영하 버전의 위대한 개츠비가 아닐까 싶다. 민음사의 김동욱, 열림원의 김석희도 개츠비를 번역했다.


김영하와 김석희는 의역을 했고, 김동욱은 직역을 했다. 김동욱의 버전은 원문에 충실하다. 문장을 비교해 보면.


"다들 썩었어." 내 외침이 잔디밭을 건너갔다. "너는 그 빌어먹을 인간들 다 합친 것보다 더 가치 있는 인간이야." - 김영하


"그 인간들은 썩어 빠진 무리예요. 당신 한 사람이 그 빌어먹을 인간들을 모두 합쳐 놓은 것만큼이나 훌륭합니다." 나는 잔디밭 너머로 소리쳤다. - 김동욱


어떻든 하루키가 좋아해 마지않는 피츠 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보다 많이 팔려나간 소설이 샐린저 일명 제리의 호밀밭의 파수꾼이다. 홀든 콜필드 녀석은 셀린저의 모습을 많이 빼닮았다. 소설보다 더 재미있는 이야기는 샐린저의 이야기다.


니콜라스 홀트가 제리로 분한 샐린저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든 ‘호밀밭의 반항아’를 보면 샐린저를 잘 알 수 있다. 샐린저는 전쟁에 차출되어 나가지만 거기서도 홀든 콜필드를 생각했다. 손에 펜이 들렸던 총이 들렸던 창작은 결코 멈추지 않는다며 샐린저는 장편을 쓰기 위해 막사에서 훈련을 받으면서도 홀든을 썼다.


샐린저는 전투에 참전하게 되고 거기서 포탄으로 전우의 다리가 떨어져 나가는 끔찍한 장면을 목격한다. 제리 제발 날 죽여줘, 샐린저는 그 악몽 같은 시간을 홀든을 생각하며 보냈다. 추위에 양말을 챙겨주던 전우는 동사하고 샐린저는 점점 홀든과 자신의 경계가 모호해지기 시작했다.


홀든 콜필드는 반 정도 쓰고 못 쓰게 된다. 제대 후 홀든 콜필드를 끝까지 적어가는 한 인간의 처절한 생존기를 영화는 담아내고 있다. 영화는 제리가 호밀밭의 파수꾼이 어떻게 탄생하는지에 대한 비화와 홀든 콜필드 출간 이후 샐린저가 겪은 변화를 보여준다.


이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이런 제목으로 출간한 나라는 대한민국밖에 없다. 이탈리아는 한 남자의 인생, 일본은 인생의 위험한 순간들, 노르웨이는 모두들 자신을 위해 그리고 악마는 최후 순간을 취한다, 덴마크는 추방당한 젊은이, 독일이 호밀밭의 남자 등이다. 니콜라스 홀트는 전기영화에도 잘 어울리는지 톨킨에서 톨킨을 맡기도 했다.


하루키 에세이에도 나오지만 호밀밭 속에는 237개의 갓댐과 58개의 바스타드 내지는 퍽큐 혹은 싯! 이 나온다. 욕이 많이 나온다는 말이지. 미국은 과감하게 이 소설을 공립학교의 교재로 사용했다. 10 여전에 미국에 있는 친구에게 들었는데 뉴욕주에 있는 고등학교에서는 존 가드너의 그렌델도 교재로 사용하고 있다고 해서 놀랐다. 나는 그 소설을 너무나 재미있게 읽었는데 소설 속에는 처참한 모습도 많이 나온다.


읽을수록 재미있는 하루키 에세이.



오늘의 선곡은 하루키가 무라카미 라디오에서 선곡한 클로다인 런짓의 I Love How You Love Me https://youtu.be/B9QOq5p_KI8?si=PIAMryLVm4x4sJJ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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