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는 무라카미 라디오 27회에서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에 나오는 음악을 두 곡이나 선곡했다. 두 명의 청취차의 사연을 소개했다. 가나가와 현에 사는 40대 여성은 고등학교 도서관에서 발견하고 처음 읽은 하루키의 소설이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입니다. 말 그대로 마음을 뚫어 버렸어요. 그 후로 계속 하루키 소설의 팬이 되었다고 했다. 대니 보이를 꼭 듣고 싶다고 했다.


20대 여성 카오루는 소설 속에 나오는 빙 크로스비의 대니 보이를 듣고 싶습니다. 제 인생에서 하루키 씨의 작품은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요. 감사합니다. 몇 년이나 지났지만 대니 보이를 흥얼거려요.


하루키는 빙 크로스비의 대니 보이를 아무리 찾아도 찾을 수 없어서 마할리아 잭슨의 소울 가득한 대니 보이를 대신 틀어준다. 물론 레코드판으로.


대니 보이는 주인공이 그림자도 없고 마음도 없는 벽 너머의 세계에서 음을 찾아서 흥얼거리는데 그 음이 대니 보이의 음이었다. 주인공은 마음이 없는 벽에 둘러싸인 마을에서 눈의 빛도 잃은 채 꿈 읽기만 계속하다 대니 보이의 음을 계속 쳤다. 선율과 코드는 자연스럽게 손가락 끝에서 흘러나왔다. 멜로디가 마음에 스며들고 몸 구석구석에서 굳게 굳은 힘이 빠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주인공은 알게 되었다. 오랜만에, 실로 오랜만에 노래를 들으니 몸이 얼마나 이를 간절하게 원하고 있었는지를.


그리고 하루키는 일각수의 꿈에 나오는 노래를 한 곡 더 튼다. 보브 딜런의 [A Hard Rain’s A-Gonna Fall]


도쿄에 사는 50대 여성의 사연이 이어진다. 일각수의 꿈에 나오는 보브 딜런의 [A Hard Rain’s A-Gonna Fall]을 신청합니다. 음악에 흥미가 생겨서 여러 음악을 듣기 시작한 것과 하루키 씨의 소설을 읽기 시작한 것이 비슷했고, 음악의 영향으로 소설을 읽었는지, 소설의 영향으로 음악을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시너지 효과겠지요. 비치 보이스는 별로 듣지 못했지만 보브 딜런에게는 푹 빠져버렸습니다.


하루키: 네, 저는 이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를 치바현의 나라시노 집에서 쓰기 시작해서 가나가와현의 후지사와로 넘어와서 적었습니다. 이 소설은 어려워서 무척 힘들었습니다. 결말을 몇 번이나 다시 썼습니다. 그런데 이 작품이, 내가 쓴 소설 중에서 가장 좋아한다는 사람이 적지 않게 계신 것 같습니다.


나에게도 이 소설이 세 가지 버전으로 있다. 제목이 일각수의 꿈으로 번역된 버전도 있다. 나 역시 이 소설이 너무 좋아서 그런지 하루키의 소설 중에서 가장 많이 다시 읽었다. 대략 10번은 읽은 것 같다. 이상하지만 매년 겨울이 다가오면 꺼내서 읽게 되었다. 벽 너머의 세계-마음을 잃고 그림자를 읽고 영원히 살아가는 세계 이외도 현실 세계에서 등장하는 야미쿠로, 지하통로, 괴짜박사, 통통한 손녀, 기호사들과 계산사들. 정말 흥미로운 이야기다. 안 그러려고 하지만 읽고 있으면 라디오헤드의 노래를 듣는 기분이 들고, 라디오 헤드의 노래를 듣고 있으면 이 소설을 읽는 기분이 든다. 대니 보이를 들어보자. 주인공이 그녀를 향한 마음이 열리는 그 장면을 떠올리며.


Bing Crosby- Danny Boy (1945)

https://youtu.be/Q2QtBYR7NJs?si=YJPKfvcHT4XLgI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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