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의 소설에는 엄청난 음악이 나온다. 2000년대 이전에는 소설을 읽으며 등장하는 음악을 가슴에 품었다가 나중에 찾아서 들었겠지만(더 이전에는 음반을 구하러 다녔겠고 – 생각해 보면 하루키 팬들이 모여 독서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다 같이 음반가게 들러 음반을 고르며 소설에 등장한 음악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면 아주 재미있었을 것 같다) 요즘은 소설에 음악이 나오면 바로 검색을 해서 틀어 놓고 소설을 읽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게 마냥 좋은 것이냐고 한다면 나는 잘 모르겠다.


노르웨이 숲에도 재즈가 왕창 나온다. 하루키가 재즈카페를 하면서 접한 재즈의 경험을 노르웨이 숲에 많이 녹여냈다.


버드 파렐, 셀로니어스 몽크, 데사피나도, 이파네마의 소녀, 토니 베네트(토니 베넷은 지난달에 세상을 떠났다. 그와 듀엣으로 가장 핫 했던 최근의 인물이 할리 퀸으로 나올 레이디 가가였다. 둘이 부르는 노래를 듣고 있으면 진정 재즈, 재즈의 중심에 서 있는 듯한 묘한 기분이 든다. 레이디 가가는 토니 베넷과의 듀엣에서 마치 60년대를 빙의한 듯하다), 오네트 콜만, 마일드 데이비스 등 재즈가 잔뜩 나온다.


노르웨이 숲에 나온 곡은 아니지만 토니 베넷과 레이디 가가의 듀엣이 너무 좋아서.

Tony Bennett, Lady Gaga - I've Got You Under My Skin https://youtu.be/xyTa_gJkYwI


[일요일 아침, 나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책상에 앉아 나오코에게 편지를 썼다. 큰 컵으로 커피를 마시고, 마일스 데이비스의 옛 레코드를 들으면서 긴 편지를 썼다]


“비가 오는 일요일은 나를 좀 혼란스럽게 만들어. 비가 오면 빨래를 할 수 없고, 다리미질도 못하게 되니까. 산책도 못하고, 옥상에서 뒹굴지도 못하지. 책상 앞에서 앉아 [카인드 오브 블루]를 자동 반복으로 틀어 놓고 몇 번이고 들으면서 비 내리는 마당 풍경이나 멍하니 바라보는 정도가 고작 내가 할 수 있는 일이야.”


카인드 오브 블루는 한 시간가량 정도의 마일드 데이비스의 앨범이다. 와나타베 녀석처럼 우리도 이 앨범을 반복으로 틀어 놓고 소설 노르웨이 숲으로 빠져 들어간다.


비가 오는 일요일 오전에 마일드 데이비스를 들으며 편지를 쓰는 모습은 이제 동경이 된 것 같다. 상실의 시대가 나온 시기가 일본은 전공투, 한국은 민주화 운동이 한창때라 세상이 시끌시끌했다. 무차별적인 폭력에 대항하기 위해 목숨이 사라지기도 했다.


그런 분위기가 지금 21세기에도 변하지 않고 일어나고 있어서인지 이렇게 느린 재즈로 뭉쳐있는 마일드 데이비스의 음악을 들으며 일요일 비 오는 아침 커피를 마시며 편지를 쓰고 싶은 동경이 더욱 깊어만 간다.


현실 속에 있는 비현실적인 생활. 현실 앞의 초현실의 세계가 손을 뻗으면 닿을 것 같지만 닿지 않는 세계. 그 세계를 향한 끝없는 동경의 목마름이 하루키의 소설 속에 존재한다.


마일즈 데이비스 - 카인드 오브 블루 https://youtu.be/vDqULFUg6CY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위스키소다를 두 잔 째 주문하고, 피스타치오를 먹었다. 셰이커가 흔들리고 유리잔이 부딪치고 제빙기에서 얼음을 가느라 달그락 소리가 나는 뒤쪽에서, 사라 본이 옛 러브 송을 부르고 있었다]


Sarah Vaughan - Misty https://youtu.be/lJXLqAutql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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