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림은 하루키 단편 소설집 ‘일인칭 단수’에 수록된 단편 소설이다. 2020년 9월쯤인가, 이미 한국에 하루키의 ‘일인칭 단수’가 나왔어야 하는데 내 생각에 너무 늦어지는 것 같았다. 일본에서 출간이 되고 1년 정도가 지나면 한국에도 하루키의 소설이 출판이 되는데 오래 걸리는 기분이 들었다. 너무하잖아? 이러다간 신간이 아니라 재출판물 같은 기분이었다.


신간의 반대말은 무엇일까. 헌간? 지금도 생각 중이다.


하루키의 ‘일인칭 단수’에 실린 신간은 한 편을 제외하고 2019년에 뉴요커에 전부 실렸다. 하루키는 언젠가부터 뉴요커와 밀접한 관계가 되었고 인터뷰를 종종 가지며 자신의 개인적인 이야기와 신간, 지나간 소설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뉴요커는 젊디 젊은 하루키 적 시절에 이미 알아본 거지. 아 이 사람은 세계적인 소설가가 되겠구나, 뭐 이런 미래를 보고 꾸준하게 하루키와 접촉을 해왔다.

하루키가 근래에는 일본 내에서 도쿄 FM 라디오 디제이도 하고(무라카미 라디오), 일본의 여러 잡지와 인터뷰도 진행하면서 자신의 소설이 영화가 된 이야기도 뱉어내고 있다. 드라이버 마이카, 버닝 같은 영화를 언급하면서 이창동 감독이나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에 대한 이야기도 했다.


이전의 하루키를 보면 일본문단에서 하루키를 너무 적대시하니, 일본문단! 흥!하며 늘 외국에 체류하면서 소설을 쓰고, 일본 내에서 인터뷰는 거의 하지 않은 것에 비하면 하루키도 인자하고 마음씨 좋은 할아버지 같은 모습이 된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작가뿐 아니라 배우도 화가도 너무 인자하고 마음씨 좋은 것보다 깐깐하고 욕도 하고 침도 뱉고 하는 게 좋은데 나이가 들면 대체로 뭔가 나는 자연이구나, 같은 모습이 되는 것 같다.


아니면 톰 크루즈처럼 다른 나라에 비해 한국을 유달리 좋아하는 것처럼 보인다던가. 사실 11번이나 내한을 했다는 건 그냥 스케줄만으로만 그렇게 할 수가 없다. 이번 미션 임파서블을 촬영 중에 영국에서 톰 크루즈는 자신의 BMW 차령을 도난 당해 그 안에 있던 개인 소유물과 돈이 없어진 것에 분노했다. 그래서 더 많은 수행원들을 대동해서 이동을 했다. 화가 난 거지.


그런데 이번 한국, 아니 늘 한국에 올 때에는 단출한 수행원을 대동해서 서울의 밤거리를 저렇게 헤헤 다니고 있다. 과격한 팬들이 달려들 법도 해서 경호원이 톰 크루즈에게 빨리 들어가자,라고 하니까 톰이, 이봐 괜찮아, 여긴 괜찮다고. 하는 장면이 이번에 포착되었다.

사인만 두 시간 했다지


톰 크루즈가 그도 그럴 것이 엄청난 제작비가 들어간 미이라가 전 세계적으로 개봉을 했을 때 모든 나라에서 폭망 했는데 한국에서만 370만이 관람하며 흥행을 이루었다. 백만이 넘을 수 없는 영화였는데 한국관객들이 톰 크루즈를 보고 달려든 것이다.


그렇지만 톰 크루즈는 개인 생활이 철저하게 벽으로 가려져 있다. 잘 나가는 배우 한 명 정도는 그래도 좋을 것 같다. 오래전 우리나라 최은희나 신성일처럼 약간 거리를 두고 멋있는 모습을 보이는. 최은희 하니까 디마지오와 결혼한 먼로가 일본으로 신혼여행 중에 혼자 잠시 한국으로 와서 한국전에 참전한 미군을 위해 공연을 하는데 그때 최은희가 동행을 했다. 최은희는 영화 속에서 늘 이국적이었는데 한복을 입은 최은희는 단아하고 먼로는 금발의 미녀였다.

정말 사진만 남는구나


아, 그래서 하루키의 단편 소설집에 실릴 단편 소설이 한 편을 제외하고 뉴요커에 실렸는데 그중에 ‘크림’을 번역해서 책자로 몇 권 만들어봤다. 판매목적으로 만들면 안 된다. 그저 취미로 책자를 만들어 보는 것이다. 디자인도 나름대로 하고 영차영차 해서 몇 번 수정 작업을 거쳐 책자로 만들었다.


몇 권 만들어서 하루키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나눠줬다. 이렇게 만들어 본 건 후에 제대로 된 한국 출판물이 나왔을 때 비교해서 보면 얼마나 다를까 하는 그런 기대가 있었다.

먼저 번역을 하고


뉴요커지의 크림을 번역해 본 책자


좌: 한국 출판물,  우: 번역본 책자


그때를 생각하면 재미있는 일은 번역을 하면서 무라카미 라디오도 동시에 듣고 있었는데 하루키가 그 당시에 장편 소설 하나 정도는 쓸 수 있겠다고 하는 것이다. 아마 당시의 무라카미 라디오를 듣던 사람들은 –일본인이건 다른 나라 독자들이건, 일큐팔사만큼 길고 긴 이야기를 써 주길 바라겠지만 그렇게 되지는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때 장편소설 한 편쯤, 하던 게 지금은 일본에서는 새로운 장편소설이 출판되어 있다. 4월에 일본에서 출판이 되었으니 한국에도 곧 나올 것이다. 이미 여러 블로그에서는 장편소설을 읽고 번역해서 올리는 사람도 있다.


나 얼마 전에 일큐팔사 세 권을 다시 읽었는데 이로써 일큐팔사를 여섯 번인가? 읽어버렸다. 하지만 머리가 나빠서 그런지 대략적인 줄거리는 알지만 좀 세세한 것들은 잘 기억이 벌써 안 난다. 해변의 카프카도, 일각수의 꿈도 거의 열 번 정도 읽었는데 기억은 나의 편이 아니다.


그래서 크림을 번역해서 책자로 만들어서 들고 있다가 나중에 ‘일인칭 단수’가 출간되었을 때 날름 구입해서 비교를 해보았는데 너무나 허무하게 비슷해서 맥이 풀렸다. 이게 뭐랄까 하루키의 소설을 많이 읽고 또 읽고 – 나 같은 재미없는 인간은 새로운 무엇을 보고 듣고 느끼기보다 읽었던 소설을 또 읽고 자꾸 읽는다, 계속 읽다 보니 하루키 소설의 분위기를 알게 되었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 단편 소설집은 사소설 형식으로 주인공이 하루키다. 그래서 소설 '일인칭 단수'에서 아내의 식성에 대해서 말하는 문장은 에세이 '하루키 일상의 여백'에 나오는 문장을 그대로 옮겨다 놓았다고 할 정도로 똑같은 부분도 많다. 이것도 재미있는 부분이라 나중에 한 번 이야기를 하자.


나에게 크림 책자가 한 권이 남아 있어서 가끔 앉아서 읽곤 했는데, 오늘 다시 읽어보려고 찾아보니 또 없어졌다. 거참 기묘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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