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달리다 보면 분기별로 코스를 바꾸어도 그걸 10년 정도 하니까 늘 가던 곳에서 음료를 마시거나 지인이 하는 폰 가게에서 물을 얻어 마시기도 하는데 그럴 때마다 하루키의 글에서처럼 “무척 의지가 강하시군요” 같은 말을 듣게 된다.


그러나 하루키의 말처럼 의지가 강해서라기 보다 그저 하다 보니 성격에 맞아서 매일 할 수 있게 된 것이 아닐까 싶다.


위의 저런 말을 들을 때마다 하루 24시간 중에 고작 1시간이나 1시간 30분 정도를 달릴 뿐인데 정말 대단한 일일까 같은 생각이 든다.


의지와 무관하게 우리는 매일 하는 것들이 있다. 이건 무의식 적으로 하게 되는데, 요컨대 매일 옷을 갈아입는다. 옷을 입을 때 왼팔을 먼저 넣는 사람이 있고, 바지에 오른발을 먼저 넣는 사람이 있다. 또 오른쪽 양말을 먼저 신는 사람이 있고, 눈 뜨자마자 좀비처럼 화장실로 바로 가는 사람이 있다. 이런 행동은 무의식의 발로다.


이런 무의식적 행동에서 좀 더 확장을 하면 매일 밥을 먹고 매일 잠을 잔다. 밥을 먹고 잠이 드는 건 무의식보다 의지로 이루어지는 행동이지만 무의식처럼 하게 된다. 의지가 있을 수 있지만 의지가 크게 작용하지 않는다. 이처럼 매일 무엇인가 하게 되는 건 좋아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것이다.


밥을 먹고 잠을 자는 건 생존과 밀접하게 관계를 맺고 있지만 사람이라면 밥과 잠을 다 좋아한다.


하루키의 말처럼 인간이라는 존재는 좋아하는 것은 자연히 계속할 수 있고, 좋아하지 않는 것은 계속할 수 없게 되어 있다. 물론 거기에 의지와 같은 것이 조금은 관계하고 있겠지만, 의지가 무척 강한 사람이라도 마음에 들지 않은 일을 오래 계속할 수는 없다.


그래서 의지가 강하다고 해서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잘 안 되는 일, 잘 못하는 일을 의지만으로 밀고 나가면 어딘가에서 삐거덕 거리게 되어있다.


의지는 생활에서 반드시 필요하다. 아침에 일어날 의지가 없으면 회사에 매일 지각을 하게 될 것이고 결국 불이익을 당하게 된다. 그러나 의지만 있다고 해서 매일 달릴 수는 없다. 인간의 생활을 문학적으로 보면 의지보다는 마음이 필요하다. 마음을 잃어버리게 되면 우리는 우선순위를 정하지 못한다.


만약 회사에서 사장이 급하게 당장 시키는 일과 눈앞의 꽉 찬 쓰레기통이 보인다면 마음이 없는 사람은 쓰레기통을 먼저 치우게 된다. 사장이 시킨 급한 업무는 뒷전이 된다. 사랑과 일 중에 눈앞에 일이 있으면 사랑보다 일을 택하게 된다. 마음이 사라지면 그렇게 된다.


매일 달리는 것처럼 매일 글을 쓰는 사람이 있다. 요즘 같은 메타버스 시대에 문학을 한다는 건 정말 바보 같은 짓이다. 미친 짓이지. 그러나 요즘 같은 시대라서 문학을 하는 건 너무나 멋진 일이다. 의지보다는 좋아하는 마음이 있다면 가능한 일들이 내 옆에 있다는 걸 알아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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