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가 일어나고 인터넷 뉴스 기사에는 정말 이상하고 쓰레기 같은 댓글들이 수두룩 했다. 유튜브 실시간으로도 댓글은 누가 더 호러블 한 지 내기를 하는 것처럼 험하기만 하다. 오직 라디오 만에 조용하게 새벽 방송부터 애도를 하고 추모곡에 해당되는 노래들이 나오고 있다. 실시간으로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사람들 역시 더 이상 사망자가 나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라디오는 지금 정오까지도 적정 수준의 온도를 유지하며 애도에 동참하고 있다. 라디오는 이렇게 인간의 곁에 남아서 진심으로 위로를 해주고 있다. 티브이가 나왔을 때 라디오는 없어질 거라, 인터넷이 보급되었을 때 더 이상 라디오 같은 건 누구도 듣지 않을 거라고 했지만 라디오는 조용하게 사람들의 곁에서 마음을 보살피고 있다.


그래서 하루키 역시 라디오의 음악에 심취하고 라디오로 보내는 사람들의 사연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하루키는 일회성으로 시작했던 ‘무라카미 라디오’에서 라디오 디제이를 맡았는데 지금은 몇 년째 하고 있다. 그리고 2019년 12월 15일 ‘무라카미 라디오‘ 10회에서는 청취자들이 하루키에게 궁금한 것을 질문하고 대답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번이 3편으로 마지막이다.


그럼 시작합니다.



하루키: 이 앨범은 참 재미있습니다. 이건 제가 산 게 아니라 선물로 받은 것입니다. 뉴욕에 갔을 때입니다. 케네디 공항에서 맨해튼 미드타운에 있는 호텔까지 리무진을 탔습니다. 그때 그 운전기사분에게 받은 것입니다. 저는 보통 리무진 같은 차를 타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그때는 출판사에서 저를 초대하면서 리무진 서비스를 포함시켰습니다. 부담 갖지 말고 이용을 부탁한다고 해서 탔습니다. 그런데 도로가 아주 막혔습니다. 그래서 흑인 고령 운전사와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는데 기사분이 일본에 몇 번이나 갔다고 하는 겁니다. 어째서 그러냐고 물으니 운전기사는 재즈 기타리스트로 여러 밴드에서 기타를 쳤고 일본으로 방문해서 공연을 했다고 합니다.


[길 에반스 밴드에 참여해서도 일본에 갔고, 로버타 플랙 밴드에서도, 그레고리 하인즈의 밴드에서도 갔구나]

[길 에반스 악단으로 일본에 왔다고 하면, 카와사키 료가 기타를 연주하고 있을 무렵인가?]

참고: 길 에반스는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로 1912년 5. 13 ~ 1988. 3. 20. 카와사키 료는 기타 연주가로 1947. 2. 25 일본 ~ 2020. 4. 30.

[아, 그렇지, 료와 둘이서 함께 기타를 연주하고 있었다면,,, 미네라고 하는 색소폰 연주자가 있었네]

[미네 후스케?]

[응, 그래, 맞아]

그런 이야기가 이어져 둘의 분위기가 고조되었습니다.


그 운전기사는 키스 러빙이라고 하는데, 로버타 플랙의 Feel Like Makin’ Love에서도 뒤에서 기타를 연주했습니다. 지금도 아들들과 함께 밴드를 구성해서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뮤지션만으로는 먹고살기가 어려워 아르바이트로 이렇게 리무진 운전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헤어질 때 Family Portrait라는 제목으로 된 자신의 새로운 CD를 꺼내서 ‘이걸 선물로 드리겠습니다’라고 해서 선물로 받았습니다. 그만큼의 팁은 드렸습니다.


그 CD에서 한 곡 틀겠습니다. 그의 오리지널 제목은 De-Twah. De-Twah는 디트로이트의 애칭입니다. 꽤나 깨끗하고 멋진 기타 연주입니다.



청취자: 타탄 (50대, 학원 강사, 남성)

무라카미 씨, 16년째 같이 살고 있는 아내가 얼마 전부터 전혀 저와 말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메일로 자신을 내버려 두었으면 한다, 당신과 적극적으로 함께 할 이유 같은 것을 찾지 못하겠다고 합니다. 이 말은 정말 저와 헤어졌으면 좋겠다는 말인가요? 저는 정말 어떡하면 좋습니까.


하루키:

이거 정말 안타까운 일입니다만 역시 [당신과 더 이상 함께 살고 싶지 않다]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잠자코 있으면 곤란해질 겁니다. 일부러 당신에게 메일을 보냈다는 것은 아직은 가망이 있다는 말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니까 뭐든 좋으니 아내에게 굽신굽신 사과를 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억지 부리지 않고 성의를 다해서 아내에게 마음을 전하는 겁니다. 그거밖에 방법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것이 인생입니다. 심호흡을 하고 힘을 내세요.


청취자: 치요타츠코 (50대 여성)

무라카미 씨, 만약 당신이 하루만 고양이가 될 수 있다면 어떤 고양이가 되어서 무엇을 하고 싶습니까? 저는 크고 검은 고양이가 되어 숲을 마구 뛰어다니고 싶어요.


하루키:

만약 내가 고양이가 된다면 꼬리를 이용해서 실컷 나쁜 짓을 하고 싶습니다. 평소에는 꼬리라는 게 없기 때문에 고양이가 되었을 때만큼은 충분히 꼬리를 가지고 즐기고 싶습니다. 어떤 나쁜 짓을 할까? 그건 그때에 생각을 해보겠습니다. 도대체 무엇을 할까요?


청취자: 표리 야마네코 (40대, 회사원, 남성)

이전에 무라카미 씨로부터 라디오 네임을 받은 표리 야생 고양이입니다. 무라카미 씨에게 질문이 있습니다. 2019년의 첫 번째의 추억은 무엇인지 알고 싶어요.


하루키:

그걸 도저히 라디오에서 공식적으로 말할 수는 없습니다. 말하면 큰일이 납니다. 세상이 뒤집어 질지 모릅니다. 하지만 두 번째로 멋진 건 야쿠르트 스왈로즈의 19세, 무라카미 무네타카 군이 활약을 했다는 겁니다. 팀은 불행하게도 바닥이었지만 그는 아주 훌륭했습니다. 19살인데 신기할 정도로 잘했습니다. 다음 시즌이 기대됩니다.


청취자: [사이]라는 이름의 고양이 (50대 회사원 남성)

얼마 전에 와다 마코토 씨가 돌아가셨습니다. 안자이 미즈마루 씨에 이어 무라카미 씨의 작품에 빼놓을 수 없는 일러스트레이터가 하늘로 가셔서 팬들도 섭섭한 마음입니다. 와다 씨와 안자이 씨 두 분에 얽힌 추억담을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하루키:

와다 씨도 미즈마루 씨도 꽤나 자주 함께 일을 하신 분이기 때문에 두 분 다 돌아가셔서 저로서는 정말 섭섭한 마음입니다. 우리 셋은 전부 아오야마 근처에 살고 있거나 사무실을 두고 있어서 꽤나 근처에서 자주 만났습니다. 와다 씨의 집에서는 귀중한 영화를 16mm 필름으로 보기도 했습니다. 정말 영화와 재즈를 좋아하시는 분이었어요. 그런 얘기를 하다 보면 그는 너무 행복해 보였습니다.


미즈마루 씨는 예쁘고 젊은 여성과 함께 있는 것을 자주 보았습니다. 그 여성은 미즈마루 씨에게 [저는 무라카미 씨의 팬입니다,라고 하면 미즈마루 씨가 다음에 소개해 줄게]라고 했지만 한 번도 소개를 받은 적은 없어요. 그녀를 위해 책에 사인을 받아갔습니다(웃음). 미즈마루 씨는 개와 고양이를 아주 무서워하는데 복수하는 마음에 우리 암고양이를 슬쩍 보내기도 했어요. 이건 참 재미있는 추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신보라고 하기엔 좀 오래되었을 수도 있습니다만, MANIC STREET PREACHERS의 비교적 최근 앨범 RESISTANCE IS FUTILE 중 한 곡입니다. ‘저항은 소용없다’라는 뜻입니다. 무엇에 저항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이 앨범에 제일 먼저 들어가 있는 ‘people Give In(사람은 굴복된다)’라는 곡을 저는 좋아해서 달리면서 즐겨 듣습니다. 세상 밖으로 나와서 유행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꽤 히트를 한 곡입니다. 가사가 좋아요.


사람은 지친다

사람은 늙는다

사람은 잊혀진다

사람은 사고 팔린다


모든 일에 통용되는 이론 따위는 없다

흠잡을 데 없는 개념은 없고, 그냥 넘어갈 범죄는 없다


사람은 좌절한다

사람은 옮겨간다

사람은 항거할 수 없다

그러나 사람은 강한 존재다


전체적으로 해비 한 가사입니다만 듣고 있으면 왠지 용기가 생깁니다. 그렇지, 사람은 피곤하고, 늙지,,,,처럼.



이 CD도 선물 받은 것입니다. 이스라엘 지인으로부터 선물로 받았습니다. 이스라엘 재즈 피아니스트 야론 헤르만이 연주하는 ‘Libera Me’. 가브리엘 포레의 ‘레퀴엠’ 중의 곡입니다. 의미는 우리를 영원한 죽음에서 해방시켜라. 마음을 울리는 아름다운 음악입니다. 야론 헤르만 씨의 피아노 솔로 연주도 정성이 가득 담긴 연주입니다.


오늘의 마지막 말은 엘튼 존과 콤비를 이루었던 작사가 버니 토핀의 말입니다. 그가 차에 타고 있을 때 문득 ‘로켓맨’ 가사의 첫 부분이 딱 떠오릅니다.


<한 구절이 머릿속에 불쑥 떠올랐다. [그녀가 어젯밤 비행을 위해 짐을 싸줬다. 발사 예정 시간은 오전 아홉 시] 나는 차에서 뛰어내려 부모님 집으로 달려갔다. [아무 말도 걸지 말아 줘, 이 가사를 적어둘 때까지는]라고 외치면서 말이야>


그런 갑작스러운 영감이 떠오르는군요. 저는 거의 경험한 적이 없습니다만.

그러고 보니 얼마 전에 영화 [로켓맨]을 봤습니다. 비행기를 11시간이나 탔고, 다른 보고 싶은 영화도 없었습니다. 어땠나?

음, 글쎄요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솔직히 엘튼 존의 열성 팬이 아니라서요. 죄송합니다.


올해는 이것이 마지막 방송입니다. 하지만 내년에도 죽 이어집니다. 내년에 다시 만나요.




오늘의 선곡은 바로 그 운전기사의 밴드가 연주하는 De-Twah https://youtu.be/1PNrvCy4ATg영상출처: Keith Loving and the Fam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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