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번째 무라카미 라디오는 2월 27일에 송출된 방송으로 주제는 무라카미가 소개하는 ‘버블 껌 뮤직’이다. 버블 껌 뮤직은 말 그대로 풍선껌처럼 씹고 있으면 기분 좋은 음악들이다. 1970년대에 세계 시장으로 폭풍처럼 밀려 나왔다.


하루키: 1970년 전후에는 꽤 날카롭고 공격적인 음악인 록 뮤직이 휩쓸고 있었습니다. 지미 헨드릭스, 도어즈, 레드 제플린, 크림. 그리고 아트 록이나 사이키델릭 혹 따위의 것이 그 맹위를 떨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렇게 어렵고 무거운 음악보다 가볍고 쉬운 음악이 좋아! 하면서 나온 음악들을 소개하고 있다. 죽 소개하고 음악을 들려주다가 영국 그룹 루벳츠(Rubettes)의 슈가 베이비 러브를 소개한다.


하루키: 크리스티에(앞서 소개한 그룹) 이어 곧이어 버블 껌 영국산 히트송을 들어 보세요. 그러고 보면 버블 껌 뮤직은 의외로 영국산이 많습니다. 우선 ‘더 루벳츠’라는 밴드의 ‘슈거 베이비 러브’, 1974년에 발매되어 전 세계적으로 900만 장이라는 어마어마한 앨범을 팔아 치웁니다. 뭐랄까 어디까지나 멍하게 듣다 보면 ‘해피 슈가’한 사운드가 깨끗하다고 할까요. 이 곡은 일본에서는 ‘캔디즈’가 일본어 가사로 커버하고 있습니다. 어때요 듣고 싶지요? 역시 듣고 싶지요. 그럼 들어주세요. 슈가 베이비 러브. 루벳츠와 캔디즈가 계속 부릅니다.


마지막에 네코야마 상- 고양이 씨가 냐옹하는데(무라카미 라디오에 자주 나오는 고양이 녀석이다), 캔디즈도 걸린다는 말인데 이 말을 곱씹어 보면 이렇게 생각한다. 하루키는 캔디즈 같은 노래를 어떻게 봐도 썩 좋아하지 않음에도 노래가 좋아서 하루키도 걸려들어 버린다?로.


하루키는 세계적인 인기맨, 인기가수인 홀리오 이글레시아스의 노래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다. 여자들에게 인기나 있고, 계속 축구나 하지, 뭐 때문에 가수로 전향해서 좋은 목소리로, 스페인어로 여자들을 홀리는 흥. 같은 뉘앙스로 이야기를 자주 했다.


캔디즈는 3인조 여성그룹으로 70년대 일본을 대표(한다고 해야 할까)하는 가수다. 노래들이 아주 발랄하고 즐겁고 유쾌하다. 일본도 한국도 6, 70년대가 음악적으로 무척이나 활발하던 시기였다. 우리 영화 ‘고고 70’을 보면 알겠지만 억압 속에서 예술은 활활 불타오르기 마련이다.


70년대 우리나라에서는 번안곡을 주로 부르며 대학가에서 최고의 인기를 달리는 트윈 폴리오, 그 사이를 뚫고 자작곡을 들고 나오는 이장희와 한대수가 있었고, 미 8군에서 노래를 부르던 패티 김, 또 미니스커트의 윤복희, 록 밴드 신중현과 엽전들까지 무척이나 다양했다. 이들은 거의 모든 술집과 클럽에서 노래를 불렀고 사회를 비판했다.


우리나라와는 달리 일본은 경제 부흥의 발동이 걸리는 시기여서 바블 껌 뮤직이 와르르 나오기 시작했다. 불꽃의 70년대를 화려하게 여성 가수들이 나오는데 야마구치 모모에, 핑크 레이디, 캔디즈 등이 나온다.


캔디즈는 3인조로 바블 껌 뮤직의 이름답게 경쾌하고 발랄한 곡으로 화음 위주의 템포가 약간 빠른 음악을 했던 섹시 그룹이었다. 73년에 데뷔한 캔디즈는 귀여운 안무, 그리고 깜찍한 표정으로 사람들을 사로잡았다. 하루키는 ‘슈가 베이비 러브’를 소개했지만 75년에 발표한 ‘연하의 남자아이’가 인기 최고였다.

들어보자 캔디즈 슈가 베이비 러브 https://youtu.be/fMaqYSdtwDY

영상출처: Candies Forever


그리고 80년대 말, 90년대 초에는 캔디즈보다 더 깜찍하고 귀여운 여성 2인조 ‘윙크’가 등장해서 인기 있는 팝송은 전부 커버해서 불렀다. 물론 슈가 베이비 러브도 불렀다. 발음이 슈가 베이비 라부로 이어지는데 캔디즈에서 애교와 깜찍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었다고 보면 된다. 무표정의 깜찍한 표정의 원조라면 윙크가 아닐까 싶다.


먼지 같은 생활을 하고 있던 중학생 시절에 수업이 끝나면 음악감상실에 틀어 박혀 있었다. 그곳에서 유일하게 일본 음악을 들을 수 있었다. 엑스제팬을 듣기 위함이었지만 마츠다 세이코의 노래도 들을 수 있었다. 물론 윙크의 노래도 들었다. 윙크가 부른 슈가 베이비 러브보다 ‘사랑이 멈추지 않아 Turn it into love’가 최고의 인기였다. 이 노래는 수면 위에서 나오지는 않았지만 약간 음지의 공간에서는 무수히 많이 나왔다. 학생들이 많이 가는 카페, 길거리 뮤직박스, 학생 클럽 같은 곳에서는 단골 곡이었다. 기묘하지만 내가 사는 달동네에서도 이 노래는 어딘가 누구의 집에서 흘러나왔다. 신기한 일이었다.


윙크의 무대를 보면 묘한 분위기가 있었다. 사치코가 노래를 부르면 아이다 쇼코가 무표정으로 한 손을 머리 위로 올리고 뱅뱅 도는 안무를 하는데 묘하게 빠져들었다. 또 쇼코가 노래를 부르면 사치코 역시 무 표정의 얼굴로 옆에서 혼자서 따로 요상한 안무를 하는데 역시 빠져든다.


노래 중 후렴구에 찌루 찌루 찌루 하는 부분이 있는데 그게 나중에 알았지만 jin이었다. 윙크는 카일리 미노그와 제이슨 도노반이 같이 부른 명곡 ‘이즈페셜리 포 유’도 커버해서 불렀다. 카일리 미노그와 제이슨 도노반이 부른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음악 감상실에서 카일리 미노그의 음악도 많이 듣고 뮤직 비디오도 많이 봤다. 덕분에 카일리 미노그의 앨범도 두 장이나 가지고 있다.


일단 들어보자 윙크의 사랑이 멈추지 않아 https://youtu.be/7gK4GRsBWGk영상출처: MAME MAME


윙크는 90년대 초까지 인기를 죽 끌다가 해체를 하고 각자의 길로 가는데 두 사람의 길이 완전히 달랐다. 아이다 쇼코는 그 예쁜 얼굴을 잘 간직한 채 작곡도 하고 노래도 부르며 의사와 결혼도 하여 아이도 낳아서 안정된 생활을 하면서 영화 ‘하나와 엘리스’에서 아리스 엄마로도 나오고 ‘도쿄 구울’에서 구울로도 나로는 등 활발하게 활동을 해오고 있지만, 사치코는 솔로의 실패와 더불어 유사 포르노까지 찍는, 너무 밑으로 떨어져 버렸다.

하루키가 소개하는 영국의 루벳츠, 캔디즈를 비롯해서 윙크의 ‘슈가 베이비 러브’를 들으면 신난다. 첫 인트로부터 그저 신난다. 풍선껌 음악이라는 이름에 딱 걸맞다. 음악을 듣는 동안 걱정이 없고 행복한 생각에 젖어든다.



완전 신나는 원곡, 루벳츠의 슈가 베이비 러브, 74년 라이브 https://youtu.be/ax1piWZbRm4영상출처: Glotz63


윙크 버전의 슈가 베이비 러브 라이브, 88년 4월 발매 https://youtu.be/9AzT2I9w0So영상출처: 일본음악여행(Japan Music Travel)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