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고 있을 때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은, 하늘에 떠 있는 구름과 비슷하다. 여러 가지 형태의 여러 가지 크기의 구름. 그것들은 왔다가 사라져 간다. 그렇지만 하늘은 어디까지나 하늘 그대로 있다. 구름은 그저 지나가는 나그네에 불과하다. 그것은 스쳐 지나서 사라져 갈 뿐이다. 그리고 하늘만이 남는다. 하늘이란 존재하는 동시에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실체인 동시에 실체가 아닌 것이다. 우리는 그와 같은 넓고 아득한 그릇이 존재하는 모습을 그저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라고 하루키는 말하고 있다.


이 말을 쉽게 말하자면 달리고 있을 때는 아무 생각이 없다는 말일지도 모른다. 매일 긴 거리를 달리고 있어서 하는 말이지만 달리면서 공상에 젖어들고, 갖은 상상과 많은 생각을 하는 건 똥 같은 이야기다. 그저 묵묵히 달리는 것에만 신경이 집중하고 있어서인지 아무 생각이 없다.


생각은, 달리지 않을 때에도 충분히 하고 있기 때문에 조깅을 할 때만은 생각을 하기도 싫고, 하지도 않고 할 수도 없다. 어떤 생각을 하고 있다가도 조깅을 하다 보면 그 생각이라는 자체가 연기처럼 펑 소거되어서 그저 멍하게 달리게 된다. 멍하게 달리는 것, 그게 조깅에는 필요할 뿐이다. 요즘처럼 폭염이 발밑에서부터 날름날름 혀를 내두르는 날에는 특히 더 그렇다.


이런 날에 자신이 가지고 있는 육체의 한계를 느낄 수 있어서 좋다. 그 한계에 다다르면 더 나아갈 수 있느냐, 아니면 과하지 않게 여기서 끊어야 하는지 알게 된다. 그러다가 서서 하늘을 보면 구름이 보인다. 조지아 오키프의 남편이자 사진작가 스티글리츠의 구름 연작시리즈 ‘이퀴벌런트’를 통해 구름은 인간의 내면과 비슷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인간의 내면이란 귀의 모양처럼 다 다르고, 같은 마음이 없다. 심지어 한 인간의 내면이라도 늘 같을 수 없고 매일 달라진다. 구름 역시 그렇다. 매일 보는 구름이지만 같은 구름이 없다. 천일이 지났다면 구름은 천 가지의 모양으로, 십만 구천일이 지났다면 구름은 그만큼의 모양으로 하늘에 스쳐 지나갈 뿐이다. 말 그대로 나그네일 뿐이다.


이런 사진학을 보면 하루키의 언어가 참으로 타당하고 정확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인간의 내면도 존재하는 동시에 존재하지 않고, 실체인 동시에 실체가 아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