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치소에서 교도대가 생활하는 막사에는 야외 빨래 건조 장소가 있습니다. 거기는 좀 기묘한 곳으로 막사 안에서는 볼 수 없고 순찰을 돌아도 그 안으로 들어가야만 볼 수 있는 장소라서 야간 순찰에도 그곳에 체크포인트가 있습니다. 야외이기는 하나 삼면이 구치소 건물로 둘러싸여 있어서 바람도 잘 불지 않고 밖의 소음도 차단되어 그 안에서는 잘 들리지 않았습니다. 안에서 빨래를 널고 있으면 꼭 진공관 같은 곳에 들어와 있는 기분이 듭니다. 빨래 건조하는 장소에 선임들은 거의 들어오지 않습니다. 애매한 장소로 짝대기 하나짜리도 그 안에서 머무르기를 꺼려했습니다. 빨래만 빨리 널거나 걷어서 막사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문이 있는 것도 아니고 안과 밖의 개념도 아닌데 그 안으로 들어가는 건 이상하게도 몸속의 숨어 있는 영혼을 흔드는 것 같았습니다. 빨래 건조대가 내무반별로 설치되어 있었는데 바람이 잘 불지도 않는데 빨래는 잘 말랐습니다. 그것도 좀 이상하다면 이상한 일이었습니다. 어쩐 일인지 빨래는 언제나 바짝 잘 말랐습니다. 그곳에는 호봉이 오른 짝대기 두 개짜리들이나 세 개짜리들이 막내나 막내 바로 위의 아이들을 교육시키는 장소였습니다. 그 안에서는 구타가 심하게 일어나도 전혀 밖으로 새어 나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쫄다구들에게는 그 장소는 공포의 장소였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 들어갈 때에는 혼자서 빨래를 널러가는 것보다 될 수 있으면 이인일 조로 들어갔습니다. 그곳에서는 다른 내무반 선임을 만나도 혼이 나거나 구타를 당했습니다. 그곳에서의 선임들은 얼굴에서 표정이라는 것이 몽땅 빠져나가 있는, 그림 속의 몽타주 같은 얼굴로 그곳에 오는 쫄다구들을 을 차례를 주었습니다. 쫄다구들은 선임들을 만났다가 그곳에서 나가면 땀을 연심 흘리거나 기운이 다 빠져서 나갔습니다. 그 장소에서 타 내무반 선임에게 구타를 당하고 나면 재수가 없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떤 선임들은 을 차례를 주고 구타를 하다가 제풀에 더 화가 나서 군화를 벗어서 군화를 들고 군화의 뒤꿈치로 머리를 마구 때렸습니다. 머리를 구타당하면 띵 하는 영혼이 빠져나가는 느낌이 강하게 들뿐 외관상으로 표가 전혀 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군화로 머리를 많이 내려쳤습니다. 하지만 어떤 선임은 그런 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내키는 대로 주먹질을 하기도 했습니다. 교도대는 법무부 소속의 군인들로 국방부 소속의 군인들과는 좀 달랐습니다. 국방부에서도 구타가 일어나면 쉬쉬하는 분위기가 있지만 예전보다는 나아졌습니다. 그러나 법무부 소속의 교도대 중소 대장들은 다 일반 직원들입니다. 군인들의 구타가 밖으로 새 나아가 청으로 보고가 올라가면 감봉에 전출에, 가족이 힘들어지기 때문에 구타는 어떻게든 안에서 해결하려고 하고 듣지도 보지도 않으려 합니다. 막사에는 100명의 대원들 중에 가장 악질로 소문난 선임이 있었습니다. 멀리 떨어진 섬에서 온 선임이었는데 그 지역 방언을 심하게 쓰며 구치소 가까이 사는 애들이 이 구치소로 배정을 받으면 집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외박을 받아도 집으로 가지 못하는 자신의 처지를 비교하며 집이 가까운 신병들을 이 잡듯 때려잡았습니다.
어느 날 빨래 건조 장소에 거위 두 마리가 들어왔습니다. 어디서 어떻게 들어왔는지 모릅니다. 구치소 근처에는 종합운동장과 축구전용 경기장이 있고 큰 호수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주위가 온통 숲으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호수를 따라 오리구이나 장작 집 같은 이름의 가든식 식당이 많습니다. 거위 두 마리는 어쩌면 그 식당 중 한 곳에서 탈출하여 여기까지 오지 않았나 싶었습니다. 거위 두 마리는 서로 목을 꼬기도 하고 아주 다정해 보였습니다. 쫄다구들은 거위가 먹을 음식을 준비해서 돌아가며 거위에게 먹이를 가져다주었습니다. 거위인데 마치 강아지처럼 우리를 졸졸 따라다녔습니다. 여러 날 동안 거위와 친해져서 머리에서 긴 목으로 떨어지는 그 가냘픔을 쓰다듬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감격스러운 촉감이었습니다. 그 선임이 술을 많이 마신 날이었습니다. 사방(감방)에 올라가 독방에 갇힌 향정신성의약품 취급 재소자에게 담배를 팔려고 했는데 부르는 값을 쳐주지 않았습니다. 그 선임의 동기들은 그 가격에 해주었는데 자기만 그 가격에 해 줄 수 없다는 것에 격노한 것이었어요. 자존심이 무너졌다고 생각이 들었겠죠. 재소자 주제에 자신을 무시했다는 분노가 가장 컸습니다. 그러나 재소자라고 하지만 구치소에서 담배를 피우려고 버젓이 거래할 정도인 사람은 조직폭력에 가담하고 향정신성 의약품 – 마약을 취급하는 무서운 자들입니다. 이런 자들이 이제 갓 군인이 된 스무 살 안팎의 어린애가 터무니없는 담배 가격으로 후려치려 하니 넘어가지 않았습니다. 그 악질 선임은 술에 취해서 인간의 입으로 할 수 있는 욕을 다 하며 빨래 건조 장소로 갔습니다. 그곳에서 거위를 본 것입니다.
거위 두 마리는 서로 붙어서 사랑을 확인하고 있었습니다. 부리로 서로의 털을 핥아가며 더러운 것들을 깨끗하게 해 주었습니다. 술에 취한 선임은 느닷없이 달려가서 군홧발로 거위의 얼굴을 냅다 걷어찼습니다. 거위가 이렇다 할 소리도 내지르지 못하고 그대로 꼬꾸라졌습니다. 발발 떨고 있는 거위를 다시 한번 군화로 걷어찼습니다. 그때 거위의 생명이 그대로 끊어졌습니다. 다른 거위가 꽥꽥거리며 당황해하고 있을 때 선임은 다시 군홧발로 거위의 얼굴을 걷어찼습니다. 거위가 저만치 날아가서 떨어졌습니다. 나는 초소 근처에서 거위의 밥을 챙겨서 안으로 들어가다 그 모습을 봤습니다. 거위들이 종이처럼 쓰러지고 발로 걷어차여 생명이 없어졌습니다. 분이 풀리지 않은지 선임은 씩씩거리며 거위를 계속 걷어찼어요. 입에서 지역방언의 욕이 엄청나게 흘러나왔습니다.
거위들은 내가 밥을 주로 가면 나의 뒤를 졸졸 따라다녔습니다. 머리에서 목으로 이어지는 부드러운 목덜미는 인간의 아름다움처럼 미질이었습니다. 인간과는 다른 묘한 소리를 내며 인간을 아이처럼 따라다니며 좋아했습니다. 숨어서 그 모습을 보고 있다가 나는 잠시 정신을 잃은 듯했습니다. 정신을 차렸을 때에는 대략 5분 정도가 흘렀습니다. 그 5분 동안 나는 아마도 그 자리에서 그렇게 정신을 깜빡하고 있었나 봅니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습니다. 도대체 5분 동안 나는 코마 상태에 있었던 것일까요.
다음 날 빨래건조대 장소에는 노란 거위의 발 네 개만 잘려 버려져 있었습니다. 날도 흐리고 습기도 많은데 잘려버린 거위의 발은 바짝 말라있었습니다. 선임은 운전병을 시켜 거위를 삶아서 선임 몇몇 들과 함께 먹어 버렸습니다. 그 후로 선임은 조금 이상해졌어요. 혼자서 말을 하는 날이 늘어갔고 쫄다구들을 괴롭히거나 구타를 하지 않는 대신 곁에 갈 수 없을 정도로 무섭게 혼자서 말을 쏟아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화장실에서 소변을 보러 갔던 2 내무반의 누군가가 그 선임이 화장실 벽에 고개를 숙이고 맞대고 있었는데 조용하게 말을 읊조렸습니다. 조용하게 내뱉는 말은 “저리 가라고”같은 말이었다고 했습니다. 그러더니 머리를 화장실 벽에 그대로 박았다는 것입니다. 피가 터져 화장실 벽에는 아직 금이 간 곳에 스며들어있었습니다. 선임은 미쳐버렸습니다. 행정본부에 연락을 해서 중대장이 오고 사람들에게 잡혀서 병원으로 이송이 되었습니다. 그 뒤로 그 선임을 보지는 못했습니다. 소문으로는 병원에서도 혼자서 미쳐서 따로 격리시켜놓았는데 몸에서 발진이 심하게 일어났다는 것입니다. 발진은 보통 여러 가지가 동시에 오지 않는 것에 비해 선임의 몸에는 두드러기와 피부염과 건선 그리고 돌발진과 각화증이 온몸에 꽃처럼 피었다는 것입니다. 하루가 지나면 그 정도가 심해졌습니다. 정말 기이한 일은 그 선임의 목이 평소에 비해서 약간 길어졌다는 것입니다. 앉아 있으면 고개가 심하게 앞으로 숙여질 정도로 목이 평소에 비해서 늘어난 것입니다. 병원에서는 원인을 찾지 못했습니다. 피부발진 같은 경우 거위를 잡아먹었는데 그것 때문이라면 같이 먹은 선임들도 그래야 했지만 다른 사람들은 괜찮았습니다. 같이 먹은 선임들은 먹다가 이 닭이 닭이 아니라 거위라는 걸 알고는 그 자리에서 일어났다고 했습니다. 그 행동이 그 선임을 다시 분노케 했습니다. 선임이 의가사제대를 하고 막사에는 평온이 찾아왔습니다.
이상한 것은 그 선임이 미치기 전 하루 전에 나와 화장실에서 마주쳤습니다. 나는 무서워서 선임을 피하려고 양변기에서 일어나지 않았는데 선임이 발로 쿵쿵 문을 차며 어서 나오라는 것입니다. 나는 무서워서 고개를 숙이고 나갔습니다. 경례를 하려고 하니 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그때 선임이 나를 보더니 순간 움찔하면서 말을 하지 못하고 입을 다물지 못했습니다. 마치 봐서는 안 되는 것을 본 것인 양 몸을 사시 떨듯 떨었습니다. 그리고 “저리 가, 저리 가”라는 말을 했습니다. 나는 선임에게 괜찮냐고 하며 손을 올렸는데 선임이 갑자기 주저앉더니 바지에 소변을 지리는 것이었습니다. 그 시간이 대략 5분 정도였습니다. 그 뒤로 가끔 그 선임의 소식이 궁금했습니다. 피부병은 다 나았는지, 정신병은 괜찮아졌는지. 그리고 나는 지금도 정신을 잃은 5분 동안이 어떻게 된 일인지도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