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 굿즈를 왕창 만들었다. 뭐 그래 봐야 열쇠고리 큰 것, 작은 것에 한하지만. 이렇게 왕창 만들어서 한 명에게 보낸다. 물론 하루키의 팬에게 보낸다. 굿즈 속의 하루키 그림들은 직접 그리거나 편집을 했다. 특히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표지 디자인은 너무 마음에 들어서 다른 것들은 다 지우고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텍스트와 그림만 남겨 두었다. 그리고 하얀 별을 몇 개 더 집어넣었다. 이로써 소설 속 하트필드의 글 속으로 조금 더 다가가는 기분이다. 열쇠고리로 만들지 않고 이렇게 프린트 한 건 책갈피로 쓰였음 하는 바람으로 만들었다. 굿즈를 잔뜩 만들어서 한 명에게 보내는 행위는 나를 기분 좋게 만든다. 그건 받는 사람이 하루키의 엄청난 팬으로 엄청나게 좋아할 것이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것이 비슷하여 공유하게 되면 이렇게 하찮은 것으로 우리는 몹시 흥분하고 방방 뜨는 기분을 가진다. 영화를 보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잠깐 내려오는 동안 사람들은 방금 본 영화에 대해서 이런저런 말을 한다. 그중에 나와 생각이 비슷한 사람의 말을 들으면 그 짧은 시간 동안 몹시 흥분되는 기분을 느낀다. 공유라는 건 그렇게 보이지 않는 전극으로 이어지는 것 같다. 주위의 하루키 팬들은 굿즈를 만들어서 판매를 하라고 하는데 판매를 하지 않는다. 그냥 어느 날 문득 만들고 싶을 때 만들어서 예전부터 갖고 싶다고 하는 하루키 팬에게 보낸다. 판매를 하라고 하는 사람에게는 하루키 굿즈 파는 사이트가 있으니 들어가서 주문을 하라고 말한다. 양사나이와 함께 한 하루키는 진정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가 된 것만 같다. 그곳에서 하하호호 적당히 커피를 홀짝이며 적당히 움직이고 지극히 행복해 보인다. 아무래도 하루키의 소설을 읽고, 에세이를 읽으며 우리가 잠시나마 행복한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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