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차를 타기 위해서 버스 정류장까지 미친 듯이 뛰었다. 이런 날이었다. 봄의 중간, 한창 대학의 시작을 알리는 꽃이 캠퍼스에 피고 학생들은 삼삼오오 모여 대학의 정취에 취해갔다. 학교 앞 거리의 술집에는 학생들로 바글바글했다. 그러다가 막차가 올 시간이면 술집에서 마시던 학생들이 우르르 나와서 막차를 타기 위해 전투를 벌인다. 막차를 타지 못하면 버스를 타고 꼬박 1시간 넘게 가야 하는 거리를 걸어서 가거나 자취하는 친구 방에서 신세를 지거나 해야 한다. 그래서 술을 마시다가 막차가 다가올 시간이면 그 간극에서 갈등을 한다. 친구의 자취방에서 불편하게 잠을 자는 것을 선택하면 마음 놓고 계속 술을 마실 수 있지만 편안하게 집에서 잠이 들려면 지금 일어나서 가방을 들고 미친 듯이 달려야 한다. 하지만 친구 놈이 고향에 내려갔다는 걸 잊고 있었다. 일어나서 술집을 나와 버스정류장까지 뛰었다. 술 때문에, 가방 때문에 숨이 찼다. 비까지 내렸다. 비가 얼굴에 부딪히는 걸 느끼며 정류장에 도착했다. 이미 많은 아이들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가 버스가 정차하니 왕창 몰려들어 아수라장이었다. 하지만 버스를 타지 못하면 그 뒷일은 생각도 하기 싫다. 악착같이 사람들 틈으로 파고들어 버스에 올랐다. 가방은 다 구겨지고 도면은 엉망이 되었다. 비를 맞아서 몸은 축축한데 계절이 춥지도 덥지도 않았지만 땀이 계속 흘렀다. 비 때문에 창문을 닫아놔서 비 비린내와 사람들의 숨 냄새가 뒤섞여 역겨웠다. 땀 때문에 비 맞은 몸이 계속 축축했고 내 몸에서 제일 더러운 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땀이 등으로 흐르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얼굴의 옆으로 땀이 흘렀다. 앉아있는 사람들의 정수리에서 비 비린내와 머리 냄새가 올라왔다. 학생들은 막차를 탄 기쁨을 입을 벌려 언어로 표현했다. 마신 술과 피운 담배, 각종 안주의 냄새가 입을 벌릴 때마다 버스 안에 가득가득 쌓였다. 누군가 버스 창을 조금 열었는데 앉아 있는 사람이 비가 들어온다며 문을 닫았다. 역겨운 사람들의 숨 냄새가 대량살상 무기처럼 버스 안에 살포되었다. 나는 반도 오지 않았지만 중간에서 내리고 말았다. 버스 문이 열리고 버스에서 땅으로 한 발 디뎠을 때 상쾌함을 잊을 수 없다. 집에 걸어가려면 3시간은 걸어야 하지만 상관없었다. 자유로웠다. 기분이 무척 상쾌했다. 덥고 축축하던 등이 시원해지면서 발가벗고 물속으로 들어간 기분이었다.  사람들과 만남이 좋아서 막차가 끊기기 전까지 이야기를 나누며 술을 마셨는데 버스 속에서 사람들이 이야기를 할 때 흘리는 숨 냄새가 싫어서 버스에서 내리고 말았다. 사람이 좋지만 사람이 싫다. 사람이 없는 곳에서 살 수는 없지만 사람이 드문 곳에서 살고 싶다. 인간은 어째서 이런 모순에서 늘 방황을 하는 것일까. 조금 걷다 보니 등에서 흐른 땀은 말랐고 가늘게 내리는 비는 시원했다. 택시도 없고 차비도 없지만 영혼은 단단하게 가지고 있었다. 밤하늘이 보였다. 밤하늘을 올려다본 적이 언제였을까. 하늘을 올려다본다는 건 고개를 뒤로 꺾어야 한다. 뒤로 고개를 꺾는 건 시원한 일이다. 목을 주무를 때 고개를 뒤로 꺾는다. 밤하늘을 올려다보고서야 알 수 있었다. 시원하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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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22-05-30 20: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갑자기 41번 버스가 기억나 버렸네요.

교관 2022-05-31 11:14   좋아요 0 | URL
추억 속의 버스인가 봅니다

잉크냄새 2022-06-01 14:55   좋아요 0 | URL
대학 후문에서 집 근처까지 가던 버스였어요.
술에 취해 허둥지둥 막차로 올라타던 그 버스 풍경이 다들 비슷했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