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스 댄스 댄스


이 소설을 읽으면서 느끼는 건 소설의 주인공은 ‘나’가 아니라 유키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유키는 13세 소녀치고는 너무 일찍 어른이 되어 버렸다. 보통의 그 또래가 일찍 어른이 되는 경우와 다르게 유키는 부모가 다 있지만 어른이 어른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해서 유키는 그 감당을 오롯이 혼자서 다 해야 했다.


그저 유키와 친구가 되려는 천재 사진작가인 엄마와는 거리가 좁혀지지 않은 채 결국 굳건하고 냉정하던 유키는 주인공에게 기대 눈물을 흘린다. 유키는 고립된 것이다. 사람들 속에서 어디에도 끼지 못하고 홀로 고립되어 영원히 살아간다는 두려움을 유키는 너무 일찍 알아버렸다.


주인공이 유키에게 피나콜라다를 권했던 건 아마도 괜찮아, 넌 잘하고 있어.라는 이유 때문일지도 모른다. 주인공도 ‘양을 쫓는 모험’에서 겨우 나와 더 이상 ‘나’에겐 친구도, 연인도 남아있지 않고 혼자서 고독하고 외롭게 도쿄로 돌아와야 했다. 그리고 주인공 역시 갈 곳도 없고, 갈 데도 없이 막막한 세계에서 고립되어 있었다. 주인공이 그런 세계에서 할 수 있는 건 몸부림을 치는 것뿐이다. 그저 춤을 추는 것뿐.


 “넌 내가 여태껏 데이트한 여자아이 중에선 아마 제일 예쁜 여자아이일 거야.” 하고 나는 내 시선 정면의 길을 내다보면서 말했다. “아니지, 아마가 아냐. 틀림없이 제일 예뻐. 내가 열다섯이라면, 확실히 너와 사랑을 했을 거야. 하지만 난 이제 서른넷이니, 그렇게 간단하게 사랑은 하지 않아. 이 이상 더 불행해지고 싶지 않아. 스바루 편이 더 쉬워. 그런 정도로 말하면 될까?”

 유키는 이번에는 평온한 시선으로 나를 잠시 동안 보고 있었다. 그리곤 “이상한 사람”하고 말했다. 유키에게 그런 소리를 듣자 나는 내가 정말 인생의 패배자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마 악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유키의 그런 소리를 들으니 꽤 사무치는 것이다.


간단하게 사랑을 하는 건 위험하다. 주인공은 그걸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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