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의 장편소설 ‘댄스 댄스 댄스’에서 같이 제설 작업을 기분 좋게 했던 아름다운 매춘부 메이가 살해당하고 그 일로 인해 주인공은 고탄다를 만난다.


두 사람은 메이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전 지난 시절을 회상한다. 중학생 시절.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그저 자신이 보기 싫고 혐오스러운 존재라고 여기던 때. 1960년대. 하지만 그때에도 그런 현실을 잊게 해주는 비치 보이스가 있었다.


주인공과 고탄다는 비치 보이스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다. 대단하고 엄청난 밴드들 - 크림, 더 후, 레드 제플린, 지미 핸드릭스를 한데 묶어 버리고 주인공과 고탄다는 오로지 비치 보이스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한다.


하루키는 음악 에세이 격인 ‘의미가 없다면 스윙은 없다’에서도 브라이언 윌슨에 대해서 할애할 정도로 그에게 애정이 깊다. 또 여행 에세이 ‘라오스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에서도 브라이언 윌슨의 공연을 보러 가서 신났던 추억을 기록했다. 다 알겠지만 브라이언 윌슨은 비치 보이스의 중추적인 멤버다.


브라이언 윌슨이 나락으로 떨어지게 된 건 순전히 아버지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의 전기 영화 ‘러브 엔 머시’를 보면 잘 나온다. 대체로 팝 스타들은 아버지 때문에 스타가 되기도 하지만 나락으로 간 경우가 많다. MJ가 그렇고, 비욘세도 아버지의 시야에서 벗어나지 못하다가 제이지를 만났고, 근래에는 브리트니 스피어스가 그렇다. 비치 보이스의 브라이언 윌슨도 그렇다.


브라이언 윌슨이 누구인가. 비틀스의 존 레넌이 비치 보이스의 브라이언 윌슨이 만든 노래를 듣고 정신을 차렸다. 브라이언 윌슨의 ‘팻 사운드‘ 앨범은 그야말로 역작, 명반, 최고다. 그 지독한 고통에서 벗어나면서 팻 사운드 앨범을 만들었다. 그 앨범을 들은 비틀스 녀석들도 어어? 우리도 이제 악동 짓이나 하면서 신나는 노래나 부르면 안 되겠는걸. 하게 되었다. 물론 브라이언 윌슨 역시 존 레넌의 음악을 듣고(특히 조지 해리스가 인도로 가서 노라 존스의 아버지, 라비 샹카를 만나서 음악을 하고 돌아와서 만든 음악) 정신을 차렸다.


이제 캘리포니아의 뜨거운 태양과 비키니만 부를 수 없군.


하루키는 이해할 수 없으면서 스며들듯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 비치 보이스에 대해서, 브라이언 윌슨에 대해서 4반세기 동안 자신의 소설과 에세이에 조밀하게 분리하여 독자들이 하나씩 찾아가게 끔 보물을 숨기듯 해 놨다.


소설 ‘댄스 댄스 댄스’에서 두 사람은 가랑비가 내리는 자동차 안에서 비치 보이스의 음악을 듣는다. 두 사람이 듣는 비치 보이스의 노래 중에 409가 있다. 1962년 곡으로 들으면 아, 비치 보이스 군. 하게 된다.





https://youtu.be/GHRJCcCYAF4 <= 비치 보이스의 40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