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무라카미 라이브러리 오픈 기념 뉴욕 스타일 매거진 인터뷰에서 발췌한 것이며 그에 대한 개인적인 견해도 첨부했다. 인터뷰 전문은 하루키 리뷰어 ‘파인딩 하루키’에 기제 되어 있으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검색해보시길.


하루키가 직접 적은 글도 흥미로운데 하루키를 둘러싼 소식도 몹시 소설스럽다. 하루키의 소설은 명확한 결론이 없어서 해석이 다양하게 이루어진다는 게 장점이다. 그래서 ‘드라이브 마이 카’가 확장되어 나온 영화도 기가 막혔다.


뉴욕 스타일 매거진에서 질문을 하고 하루키가 답변한 내용인데 게 중에 마음에 드는 몇 개만 소개해본다.


Q: 무라카미 라이브러리의 2층에는 전시를 할 수 있는 자유로운 공간도 있습니다. 요즘 일본에서는 아트에 대한 붐이 일어나고 있는데요. 문학과 음악 말고 예술 작품을 전시할 가능성도 있을까요?


하루키: 그럴 수 있을 겁니다. 소설가 친구는 없지만, 화가나 음악가 친구는 많이 있답니다. 미술 작품도 좋아하고 최근에 꽤 사기도 했죠. 람보르기니를 소유하는 것에 대한 욕구는 그다지 없어요. 하지만 그림이라고 하는 것은, 지금은 내가 집 안에 걸어두고 보관하고 있지만 언젠가 때가 오면 다시 또 누군가에게 돌려주는 느낌이죠. 역사적으로 보아도 소유주가 옮겨가게 되는 것이죠. 그게 좋습니다. 물론 100만 엔에 매입해서 300만 엔에 팔 수 있게 되었다고 기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전 단지 집에 두고 보며 즐기고 있을 뿐이랍니다. 여하튼 미술 작품도 이곳에 오게 될 수 있을 겁니다. 책과 레코드와 그림이 공존하는 종합적인 장소가 될 거라고 생각해요.


Q: 라이브러리의 실현에 있어서는 무라카미 씨와 관련이 있는 많은 분들의 도움도 있었는데요. 우선 개축 비용인 12억 엔 전액을 기부한 야나이 다다기 유니클로 회장이 있습니다.


하루키: 실은 야나이 씨는 저와 같은 해에 와세다 대학에 입학한 동문이랍니다. 그가 정경학부고 제가 문학부였기 때문에 학생 시절에 알지는 못했지만, 대학 해체를 외쳤던 같은 세대이죠.


Q: 자녀가 없는 무라카미 씨는 나름대로의 지금의 세대가 직접 할 수 있는 일들을 전적으로 맡길 수 있는 그런 것들을 찾고 계실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루키: 네, 지금의 학생들은 제 자녀 세대도 아니고 손자 세대라고 할 수 있죠. 바로 아래 세대라고 한다면 뭔가 부모 자식 간의 그런 반발 작용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웃음) 손자 세대 쪽이 오히려 궁합이 잘 맞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웃음) 제 신념은 각 세대별로 우열은 없다입니다. 각각의 세대에는 각각의 특색이 있을 뿐이죠. 단지 세대별로 흥미를 갖는 범위가 달리질 뿐이고, 세대별 퀄리티는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 제 생각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학생 세대만이 가진 좋은 생각들을 잘 살려 가고 싶은 마음입니다.


그 외에 하루키는 팬데믹 시대에도 책은 꾸준하게 읽고 있다, 지구의 어디를 가나 전체 인구의 5%는 책을 여전히 읽고 있다며 그 부동의 5% 사람들을 믿고 작품을 써 나간다면 작가로서 해볼 만하다고 했다. 무엇인가를 창조하는 사람들은 이 5%의 사람들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도 했다.


또, 디지털 시대에도 음악은 컴퓨터가 아닌 플라스틱 레코드로 듣고 싶고, 수동 기어 차를 타고, 소설은 종이에 인쇄한 책으로 읽고 싶다고 했고, 이런 구체적인 감촉 같은 것들은 언제까지나 소중히 하고 싶다고 했다. 나도 이 마음을 아주 조금 이해하는데, 나도 라디오는 주파수 라디오로 매일 듣고, 아직 카세트 플레이어로 음악을 틀고, 수동 기어 자동차를 15년 정도 타고 다니다 보니 기어를 건드리는 그 감촉이 있다. 오르막길에서는 여전히 긴장을 하고 양 발을 전부 움직여 운전을 하는 감각은 소중하다.


하루키는 마지막으로 (그냥 내 나름대로 해석을 하자면) 인간이 만들어 놓은 시스템 속에 인간이 종속되어서는 안 된다고 하는 것 같다. 분명 인간이 편하고자 시스템을 구축했지만 시스템은 그 자체로 힘과 통제력을 가지며 조직이나 단체를 위해 움직이지 개개인을 위해 움직이지는 않는다. 그러니 두 눈 부릅뜨고 시스템에 먹히지 않도록 현명하게 헤쳐나가야 한다고 했다. 그렇게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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