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가게를 습격하다, 는 일러스트레이션 카트 맨쉬크와 엮어낸 몇 권의 책들 중에 하나다. 출판사에서도 좀 미안했던지 이 책에는 그림이 잔뜩 들어가고도 ‘빵가게 습격하다’와 ‘빵가게 재습격’ 두 편을 동시에 실었다.


하루키 본인도 이렇게 이상한 소설, ‘빵가게를 습격하다’를 왜 썼는지 모를 정도라고 한다. 그저 빵가게를 터는 이미지가 떠올랐고 썼을 뿐이다.라고 말한다. 이 소설은 와세다 문학 10월 호에 1981년에 실렸다.


이렇게 이상하고 요상한 소설 ‘빵가게를 습격하다’는 참 재미있게도 유럽의 어느 나라(덴마크인지 벨기에인지)의 병원에서 환자들에게 읽어주는 도서로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수술을 받고 나아지기를 기다리는 조마조마한 환자들은 이 소설을 들으며 회복 기간을 앞당긴다고 한다. 참으로 기묘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다.


어째서 그런고, 하며 곰곰이 생각해 보면, 가끔 마트에 차곡차곡 쌓여있는 라면이나 맥주 박스를 확 넘어트리고 싶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러면 얼마나 속이 시원할까. 마찬가지로 빵이라는 건 밥보다 한 수 아래지만 밥만큼 인간의 위장과 마음을 채워준다. 따지도 보면 동양에서나 쌀이 주식이지 아시아를 벗어나면 빵이란 주식과 다름없다.


빵집에 들어가면 확 풍기는 빵 냄새는 사람을 쥐어짜게 한다. 거기서 마음껏 빵을 터는 것이다. 돈은 신경 쓰지 않고, 무엇보다 건강에 대한 걱정 없이 빵을 주워 담을 수 있을 때까지 담는다. 그런 과정에서 오는 짜릿함은 정말 클 것 같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바그너다. ‘트리스탄과 이졸데’ 그리고 ‘탄호이저’다. 내가 클래식에 대해서 잘 알지는 못하지만 영화 ‘멜랑콜리아’에서 그 순수함으로의 분해는 바그너의 음악이 아니었다면 영화는 죽어버렸을지도 모른다.


아마도 환자들에게 빵가게를 습격하는 이야기를 들려주다가 바그너가 나오는 부분에서는 버튼을 눌러 ‘트리스탄과 이졸데’를 듣는다. 그러면 환자들은 더없이 상상 속으로 기어들어가서 아아, 빨리 나아서 내일은 단팥빵이라도 먹어야지, 같은 생각이 들면서 아드레날린 것들이 빠르게 회전율을 놓여 병마와 당당하게 맞서게 하는 것은 아닐까.


영화 ‘멜랑콜리아‘에서 커스틴 던스트가 주연이었는데 이 소설을 영화로 만든 ‘빵가게 재습격’ 또한 그녀가 주연이다. 소설을 읽고 찾아서 보면 또 다른 재미를 얻을 수 있다.

커스틴 던스턴의 빵가게 재습격 포스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