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의 에세이는 어쩌다가 여러 출판사에서 앞다투어 발간하게 되었다. 여기에 실린 에세이는 잡지 ‘앙앙‘에 ‘무라카미 라디오’에 실린 글들을 추린 것이다. 하루키는 잡지 ‘앙앙‘에만 한 20년 동안 에세이를 기고했는데 ‘앙앙‘은 여성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여성 잡지다.


도대체 왜 그 잡지에만 기고를 합니까, 라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하루키는 늘 특별한 이유는 없다는 식이다. “그러나 세상 사람들이 수상하게 생각하는 것도 모르는 바 아닙니다. <앙앙> 독자 대부분이 젊은 여성이고, 나는 상당히 수준이 높은 아저씨여서 양자 사이에 공통된 화제 따위 거의 존재하지 안(을 것이)기 때문이겠죠. 그렇죠?"라고 첫머리에서 말하고 있다.


여기에서 아마도 하루키 자신을 수준이 높은 아저씨라고 한 부분은, 지적으로 수준이 높다고 말하기보다 앙앙의 젊은 여성 독자들에 비해서 좀 더 많이 살고 경험이 있어서,라고 보는 편이 맞을까. 하루키는 동류성이 짙은 잡지에 에세이를 기고했다면 아마도 읽은 사람에 대해서 신경을 써야 하기 때문에 자유롭게 글을 쓰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이 책의 제목은 ‘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로 그림을 보면 사자가 야채샐러드를 먹고 있다. 맛이 없겠지, 그러니 표정이 저렇지. 그리고 샐러드를 먹고 있는 사자 밑에서 초식동물들이 있다. 어쩌면 사자는 살이 찌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육식동물 대부분이 말랐다. 육식동물의 특징은 인간처럼 눈이 얼굴 앞면에 박혀 있다. 반면에 초식동물은 눈이 얼굴의 옆면에 하나씩 있다. 그리고 초식동물 대부분이 거구다.


육식동물은 마땅히 고기를 먹지만 거구의 초식동물에게 함부로 접근하지도 못한다. 코끼리, 하마, 얼룩말, 기린 등 사자의 몇 배에 달하는 크기의 몸집을 자랑한다. 채식하면 살이 빠진다는 말은 동물에게는 전혀 소용없는 말일지도 모른다. 기린은 지구 상에 존재하는 모든 동물을 통틀어 가장 고약하고 겁이 나는 동물이라고 한다. 어떻든 표지의 그림을 보면 사자는 아아, 먹고살기 힘들구만, 나도 널려 있는 채소로 식성을 바꿔야지 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한 챕터에서 하루키는 다른 소설가들과의 교류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며 소설가를 왜 ‘작가님’이라고 부르는 것에 이상하게 생각을 했다. 김영하도 자신을 소개할 때 꼭 저는 소설가이고요,라고 시작을 한다. 사진작가도 작가라 부르고, 찰흙으로 공예를 만드는 사람도 작가라 부른다. 소설을 쓰지 않는 에세이 작가도 작가님이라 부르며, 그래픽 디자이너도 작가님이라 부른다. 딱히 할 말이 있는 것은 아니고 그렇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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