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의 '포트레이트 인 재즈'는 2500원을 더 하면 이만 원이나 한다. 이 책은 하루키의 다른 책에 비해서 좀 비싸다. 하지만 와다 마코토의 그림을 볼 수 있고 하루키의 글까지 있으니 이만 원이 그렇게 비싸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리고 책 겉표지도 다른 하루키의 에세이집과는 달리 무척 세련됐다. 손으로 만지면 그림이 만져진다.

하루키는 재즈 마니아인 만큼 우리가 모르는 재즈도 좋아하겠지만 이 책에서는 모두가 알만한, 대중적으로 좋아하는 재즈를 보다 쉽게, 보다 친근하게 말하고 있다. 고 생각된다. 음악에 대해서 장황하게 설명하기보다 인간을 주로 말하며 대체로 한 페이지 정도로 짤막하게 소개하기 때문에 지루하지 않다.

처음으로 쳇 베이커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하루키는 쳇 베이커를 제임스 딘을 닮았다고 했다. 얼굴도 그렇고 존재의 카리스마적인 면모나 파멸성도 아주 유사하다고 했다. 하지만 제임스 딘과 달리 쳇 베이커는 그 시대를 살아남았고 그것이 비극이라고 했다.

쳇 베이커의 평전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쳇 베이커는 어마어마한 양의 약을 했다. 그 양이 아마도 20만 명이 할 만큼의 양일 것이다. 쳇 베이커만큼 약을 많이 한 사람이 그룹 ‘머틀리 크루’의 ‘니키’다. 내 몸에 모든 화학실험을 다 했다고 할 정도로 약물을 많이도 했다.

전기를 읽지 않아도 에단 호크의 ‘본 투 비 블루’를 보면 쳇 베이커에 대해서 잘 알 수 있다. 하루키는 그의 음악에서 청춘의 냄새가 난다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쳇 베이커는 나이가 들었어도 어쩐지 그의 음악에 이끌려 많은 여자들이 그를 사랑했다. 쳇 베이커의 여자 중에서는 친구의 딸도 있었다.

약 때문에 이가 몽땅 빠져서 연주한 곡들을 들어보면 그 힘 빠진 쓸쓸함이 그대로 연주에 묻어 나오기도 한다. 약 때문에 약하디 약한 인간이 되어버린 쳇 베이커. 그는 약물 때문에 정교함을 잃어가지만 대신 개성과 깊이가 생겼다. 

https://youtu.be/UOEIQKczRP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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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는 빌리 홀리데이에 대해서 여러 에세이에서 언급을 했다. ‘잡문집‘에서도, ‘그러나 즐겁게 살고 싶다’에서도 또 잡지에도 빌리 홀리데이를 이야기했다. 초반에는 노래보다는 유명세가 먼저 하루키를 강타해서인지 시큰둥했지만, 가수와 팬이 함께 나이가 들어가며 같이 숙성되어 성숙하듯이 하루키는 점점 빌리 홀리데이의 음악에 심취하게 된다.

빌리 홀리데이는 한때 지나치게 신격화되었던 적이 있어서, 나 같은 사람은 약간 짜증이 나 멀리하기도 했지만, 아무래도 좋을 그런 주변적인 일들에서 완전히 벗어나 허심탄회하게 음악 그 자체에 귀를 기울여 보면 역시 진지하게 노래를 듣게 만드는 멋진 가수임을 알 수 있다. 그녀의 노래에는 몸속 깊은 곳에서 자연히 배어 나오는 원액 같은 것이 들어 있어서, 청중들을 압도하고 감싸 안고 도취시키고 완전히 뻗어나가게 한다 – 그러나 즐겁게 살고 싶다 – 빌리 홀리데이에게 바친다, 중에서

그리고 잡문집에서는 빌리 홀리데이에 관한 경험담을 들려준다. 바를 운영할 때 흑인과 그저 친구로 보이는 여자와 함께 와서 늘 빌리 홀리데이의 음악을 신청하다 간 그 사람이 보이지 않고 여자만 와서 빌리 홀리데이의 음악을 그 대신 들어달라고, 그러면서 그 흑인이 음악을 들으며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회상한다.

이전의 에세이에서 길게 서술한 것에 비해 이 에세이에서는 아주 짤막하고 간결하고 멋들어지게 빌리 홀리데이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나이가 들어서 들어보니 그녀의 음악이 얼마나 멋진 음악이었는지 알게 되어서 나이가 드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하루키는 빌리 홀리데이의 음악을 ‘치유’가 아닌 ‘용서‘로 보고 있다. 내가 삶을 통해서 또는 쓰는 일을 통해서 지금까지 저질러온 수많은 실수와 상처 입힌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그녀가 두말없이 고스란히 받아들이고 그것을 한꺼번에 용서해 주고 있는 기분이 든다고 했다.

이제 그만 됐으니까 잊어버려요.라고. 그것은 ‘치유’가 아니다. 나는 절대로 치유되지 않는다. 그것은 무엇으로 치유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다만 용서될 수 있을 뿐이다.

이런 문장을 읽고 있으면 하루키가 신의 영역에 발을 걸치고 있다가 이제는 완전한 인간으로 들어와 버린 기분이다. 약간은 나약해 보일 수 있고 힘이 빠진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그래서 더욱 리얼리티 하고, 강인한 소설가보다 부드러운 시인에 좀 더 가까워진 듯한 느낌이다. 하루키에게 말하고 싶다. 이미 그러고 지내고 있겠지만 너무 애쓰지 않아도 된다. 고. 그리고 치유를 주려고만 하지 말고 이제는 받아도 된다고. 뭐 나 같은 놈이 말한다고 뭐 어찌 될 것은 아니지만. 하하하.


https://youtu.be/hexEUw60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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