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가운데 쉬는 날이 되면 봄 날의 햇살을 잔뜩 받으며 어촌의 골목길을 

다니면서 사진을 찍는다. 그게 몇 해 전까지의 봄이 오면 나만의 출사 

방법이었다. 어촌이라고 하지만 

광역시로 오래 전의 골목의 모습은 이제 대부분 개발되어서 

사라졌고 거대 아파트 단지가 들어섰다. 그래도 차를 버리고 

발품을 팔아 입을 다물고 걸어서 다니면, 

제법 골목길의 모습이 남아 있어서 사진으로 담으면 기분이 좋다.


봄은 골목으로 가장 먼저 온다. 골목의 담벼락과 갈라진 틈으로 어김없이 

봄의 정령은 꽃을 피워 올린다. 고등학생 시절 봄이 되면 아직 겨울의 때를 

벗지 못한 골목의 축축한 틈에서 잡초가 올라오는 모습을 담곤 했다. 

감성이라기보다 사진부 선배들에게 맞지 않으려고 기를 쓰고 봄을 담으려 

했던 기억이 있다. 학생이며 선배라는 건 당시에 아주 기이한 존재로 

선배에게 맞으면 선생님에게 맞는 것의 몇 배는 더 고통을 느꼈다. 

다리에 멍이 파랗게 드는 것이 아니라 빨주노초파남보로 든다.



겨울 외투를 휙 벗어던진 골목을 다니는 사람들 속에서 따뜻한 온기가 

스며있다. 저녁이 되면 집집마다 냉이를 넣은 된장국을 끓이고 마당의 

화덕에서는 고등어를 굽는 냄새가 골목 구석구석 퍼진다. 이런 모습이 내 

머릿속을 이루고 있는 어린 시절의 골목의 풍경이다.


골목에 서 있으면 겨울 동안 굳어있던 몸의 감각이 되살아나고 작은 음식에도 

만족을 느낀다. 

몇 해 동안 봄의 골목을 가득 담은 사진이 꽤 있는데 이제 사진에서만 

존재하는 골목들이 많아졌다. 사진을 보면 봄은 골목으로 

가장 먼저 와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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