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되면 봄나물에 밥을 비벼 먹는 맛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다. 그래서 짧은 봄이 야속하기만 하다. 제철음식만큼 맛있는 음식이 없지만 제철의 봄나물은 숟가락을 멈추지 못하게 한다. 그리하여 매년 봄이 지나면 여름에 죽어라 조깅을 더 해야 한다.


봄에 나오는 미나리도 맛있고 달래도 맛있지만 냉이가 가장 봄의 한가운데 서 있게 한다. 특히 된장에 무친 냉이는 봄날의 곰이 된 기분이 들게 한다. 냉이무침을 한 접시씩 먹어 치우는데 그렇게 먹지 않으면 다음 일 년을 기다리는 동력이 달리는 느낌마저 든다.


냉이는 터프한 음식이다. 겨우내 꽁꽁 언 땅을 뚫고 올라와 생명을 노래한다. 봄에는 냉이무침에 밥을 비벼 먹는 것만큼 행복한 것은 없다. 따지고 보면 냉이 자체로는 식감이 좋은 것도 아니고 아주 맛있지도 않다. 오히려 뿌리가 씹혀 태어나서 생전 처음 준비 없이 냉이를 먹는다면 퉤 뱉어낼지도 모른다.


봄나물 무침은 의외로 조물조물 만들기가 까다롭고 맛을 내는 것도 어렵다. 그러므로 냉이가 된장과 만나 무침으로 상에 오르면 고단한 음식의 과정을 잊고 밥에 슥삭슥삭 비벼 된장찌개와 함께 먹으면 천상의 맛이다. 봄날의 냉이무침은 터프하지만 맛 좋은 음식이다.


냉이무침의 맛을 제대로 알려면 미각보다는 경험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봄마다 쌓이고 쌓인 경험치가 봄이면 냉이무침을 맛본다는 기대를 한껏 끌어올린다. 냉이는 오롯한 자연의 맛이다. 좋아한다고 해서 즐겨 먹지도 못한다.


그러니 짧은 봄날의 기간 동안 최대한 즐겨야 한다. 기껏해야 냉이지만 가격도 저렴하고 맛은 좋고 건강한 식품이라 훌륭한 음식이 된다. 냉이무침의 소박함이 입안을 풍부하게 하니 어찌 훌륭하지 않을 수 있을까. 냉이무침으로 버무린 비빔밥으로 세련된 목 넘김을 느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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