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엉이를 좋아하는 건지 시계를 좋아하는 건지, 책을 좋아하는 건지 책을 읽어서 다른 건 생각하지 않아서 좋은 건지 알 수 없다. 시계가 돌아가는 소리가 좋아서 계기판으로 된 시계는 하나도 없다. 대신 소리를 내며 돌아가는 시계는 집구석에 10개는 넘는다


초침이 내는 소리는 어쩐지 안정을 준다. 그 소리가 들리지 않으면 이상하고 조금은 불안하다. 티브이소리와 음악소리도 끄고 고요한 밤에 듣는 짹깍짹깍하며 내는 소리는 참 좋다. 비라도 올라치면 쏴아 하는 소리에 시계초침이 내는 소리는 하나의 음률을 만들어 내는 것 같다


초침소리의 매력에 빠지게 한 사람은 지난번의 글에 썼던 외할머니였다. 초침소리 돌아가는 손목시계를 내 귀에 대고 가만히 소리를 듣게 해주었다. 짹짹짹짹짹짹하며 돌아가는 소리는 주위의 수많은 소음을 헤치고 내 귀에 제대로 들어왔다


시간이 가는 소리. 살아있는 소리. 축소되고 확대되는 소리. 이상과 현실의 소리. 그리고, 무엇보다 내 외할머니 소리. 어릴 때 장난감 가지고 논다고 밤이 되어도 집에 안 들어오고, 심하게 장난치다 걸려 혼나려 할 때 적극적으로 내편이 되어주던 내 외할머니. 내 외할머니와 내 큰 이모는 어릴 때 가난 때문에 엄마와 떨어져 지내야 했던 4살의 나를 새끼처럼 키워주었다


낯선 촌에서 동네 아이들과 싸우다 맞고 들어와서 울고 있으면 달려 나가 마징가처럼 아이들과 아이들의 부모를 무섭게 몰아붙였던 내 외할머니와 내 큰 이모. 병든 강아지를 젖 물려 건강하게 키웠던 내 외할머니. 외할머니를 생각하면 한 방울의 눈물이 뚝 떨어진다


잠들기 전 들리는 시계소리는 여러 가지 상상을 하게 만든다. 낯선 곳에서 잠들기 전에는 시계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그러면 손목시곌 가까이 댄다. 확실하게 안정이 된다, 시계초침소리는. 그 소리는 의미적으로 극복하게 한다. 어떻게든 시간은 흘러가니까 머물 수 없으니 어떻든 극복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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