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장례식장. 적막이 장례식장을 흐르고 있고 장례식장을 지키고 있는 가족들도 마스크를 한 채 가만히 앉아서 이 사태를 받아들이고 있다. 이 사태는 모든 풍경을 바꾸어 놓았다


자연은 늘 그렇듯이 햇살을 받고 온도를 높이며 봄의 풍경을 기다리고 있지만 사람들의 풍경은 질타와 분노 그리고 공포와 겁이 한데 어우러져 있다. 종합병원에 딸린 장례식장으로 들어가는 입구에서 열을 재고 손 소독을 하고 해외이력을 말한 다음 들어가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개개인 깊이까지 들어와 버린 무형의 사태의 심각성을 단적으로 볼 수 있었다


이들의 모습이 평소와 다른 또 하나는 권태가 빠져나갔다는 것이다. 어깨위에 단단하게 박힌 권태 때문에 늘 힘들어했지만 권태가 빠져나간 지금은 그것을 그리워하고 있다


한국의 장례식장은 울고불고 난리 속에서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지 않고 장례식장 근처 어딘가에 주차해놓은 자동차를 빼달라는 방송과 술이 되어서 소리를 지르고 눈물과 웃음이 한데 어우러진, 슬픈데 웃을 수밖에 없는 진풍경이 있지만 이 사태는 그 모든 것을 종식시켰다


적막과 고요가 장례식장을 가득 메우고 있고 그 틈을 벌리는 것은 냉장고가 돌아가는 소리 정도뿐이다. 오는 사람도 없고 오는 사람도 없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벽의 액자처럼 장례식장의 적막 속 한 부분이 되어 있다


먼 길을 오면서 빌리 조엘의 피아노맨을 들었다. 피아노맨이 오늘 이전에 들었던 것만큼 들리지 않는 것도 이 사태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 사태는 피아노맨의 매력을 뽑아가 버렸다. 빌리 조엘의 터치와 하모니카의 환상적인 콜라보를 훔쳐갔다


이 사태는 작년의 추억처럼 금방 지나갈 것이다. 누군가를 오랫동안 만난다는 것은 그 사람을 여러 번 사랑하는 것이다.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은 건 그때의 그 사람을 찾고 싶은 것일까, 그때 그 사람을 사랑했던 나로 돌아가고 싶은 것일까


사태가 금방 진정이 되어도 빌리 조엘의 피아노맨은 지금 이전처럼 들리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듣는 피아노맨은 지금 이대로도 피아노맨이기에 지금의 피아노맨이 예전의 느낌이 나지 않더라도 좋아해 주리라. 그러니 사태가 바람처럼 지나가길, 모두가 힘을 내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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