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백사연기’는 백년 묵은 하얀 뱀의 처자 소백과 그녀를 사랑하게 된 인간의 청년 아선의 이야기다. 중국의 ‘백사전‘은 아주 오래된 설화이고 지금까지 마르고 닳도록 재탕에 재탕에 삼십 탕까지 우려먹을 정도로 수십 편이 넘도록 만들어진 영화지만 앞으로도 계속 만들어질 이야기다

 

백사전의 주인공인 백사와 청사의 이야기가 처음으로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진 게 58년도 일본이었는데 거기서 백사가 소백으로 변하는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일화가 있다

 

영화로는 정말 많은 백사전이 만들어졌고 알게 모르게 한국에도 몇 편은 방영이 되었는데 우리가 그나마 잘 아는 백사전은 장만옥과 왕조현이 청사와 백사로 나온 1993년도 버전이 있다. 서극이 감독을 했고 조문탁도 나오는데 이전의 백사전의 백사가 주인공이고 동생인 청사가 조연이었던 반면에 여기서는 청사가 주인공이다. 장만옥과 왕조현이 그래픽 없이 뱀처럼 연기를 한다. 이 버전에서 서극 감독은 화려한 색채로 미장센 했다. 마치 현대의 니나가와 미카의 영상이나 박찬욱의 영상을 보는 착각이 든다. 이번 ‘백사연기’에서도 청사와 백사의 자매애를 볼 수 있는 장면이 있다

 

임청하가 20대 초반의 모습으로 백사를 연기한 70년대의 백사전도 있고 이연걸이 나오는 2011년도 버전의 백사전도 있다. 그만큼 중국의 백사전은 정말 헤아릴 수도 없이 만들어졌다. 백사전은 제천대성의 서유기만큼 유명하고 인기도 많고 지속적으로 영화로 만들어진다

 

그랬는데 이번에 애니메이션 ‘백사연기‘를 또 만들었다. 수십 탕을 했음에도, 그럴 줄 알았지만서도, 만화로 나와서 그러려니 하면서도 백사연기를 봤는데. 이 버전은 그동안의 ‘백사전‘ 그 이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전생의 이야기. 백사인 소백의 오백년 전의 이야기다. 아선과 소백이 만나게 된 이야기

 

그래서 제목이 백사연기, 인연의 시작이다. 이 영화를 본 사람들은 대체로 느꼈겠지만 만화 주제에 이렇게 애틋하게 사랑을 말하고, 미치도록 헤어지기 싫어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억눌러야 하는데 그것이 안 되어서 얼굴로 드러나는, 끝에는 이렇게나 가혹하게 슬프다니, 하게 된다

 

근래에 본 중국영화는 대체로 똥망이었는데 최근에 본 중국 애니메이션은 눈을 뗄 수가 없다. 백사연기를 보기 전 봤던 ‘나타지마동강세’도 어느 것 하나 빠짐없이 재미있어서 중국이 미쳤나? 하고 생각했었다. 게다가 나타지마동강세의 감독은 이게 데뷔작이다. 주성치의 팬이라면 이 영화도 좋아할 것 같은데 이 영화 속에 주성치가 살짝살짝 드러난다

 

백사연기의 소백과 아선의 연기도 연기지만 화려한 도술과 마법과 법력의 대결 역시 볼거리다. 무엇보다 수묵화의 느낌이 강한 배경이 정말 아름답다. 디즈니와는 확실하게 다른 사자성어의 깊이 있는 대사도 동북아시아권에서는 받아들이기 쉽다

 

백사연기의 아선과 소백의 사랑은 아름답다, 아름답고 너무 아름답고 정말 아름다워서 깨지면 먼지도 남지 않는 사랑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