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다. 좋아한다 좋아하지 않는다라고 생각하기 이전에 아 여름이 벌써 갔나? 하는 생각이 먼저 든다. 특히 올여름은 빠르게 시작하여 떠들썩할 것 같았는데 빠르게 끝이 났다. 개울에 발을 담그고 흘러가는 물이 발등에 닿는 느낌이 좋아 좀 더 바지를 걷고 개울 속으로 들어가려는데 엄마에게 불려 들어가 버린 아이의 마음과 비슷하다. 안타깝긴 하지만 딱히 격렬하게 바라는 것이 아니라 다시 와서 발을 담그면 된다는 생각에 하루 이틀 미루다 보면 그만 개울에 발을 담그는 시기를 놓쳐버린다. 올여름은 그렇게 지나가 버렸다. 그간의 여름을 비교해봤을 때 참 짧은 것 같고 금방 지나가 버린 것 같다. 다행스러운 건 6월 내내 바닷가에서 조깅을 좀 한 다음 홀라당 벗고 태양볕을 받으며 맥주를 홀짝이며 책을 좀 읽었었다. 올해 이전의 여름에는 보통 7월이 되어야 몸을 바짝 태웠는데 올해는 6월 내내 태웠다는 것으로 안도감을 가진다.

근래에 인스타그램에서 하루키를 많이 검색하고 있다. 최근에 일큐팔사를 다시 읽었다. 이번에 읽은 것으로 일큐팔사를 6번 정도 읽은 것 같다. 머리가 나빠 읽고 나면 까먹고 다시 읽을 때마다 아아, 오오, 음 하는 신음 소리가 새어 나올 정도로 하얀 새것 같다. 사람들의 하루키 사랑은 유별나다. 가장 검색이 많이 되고 하루키의 소설 보다 하루키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 역시 특이하다면 특이하다. 사람들은 소설책을 예쁘게 사진 찍을 줄 안다. 아주 묘하지만 사람들이 소설 책을 찍어 놓은 사진을 보면 읽고 싶은 생각이 든다.  그래서 어떤 면으로 보면 이미 전형적인 사진이 되어 버린 소설책 인증샷도 있다. 인스타그램이 만들어 낸 하나의 문화인 것이다.

하루키의 소설은 커피와 맥주와 더 잘 어울린다는 무언의 합의점 같은 것이 있는지 하루키의 소설책 옆에는 커피나 맥주(캔)가 곁들인 사진이 많다. 사진도 모두 잘 찍어서 소설책을 찍어 놓은 사진일 뿐인데 드라마틱 하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하루키에 대해서 재미있는 점 한 가지를 말하지만 보통 소설을 이야기 할 때 소설의 주인공이나 캐릭터에 대해서 이러쿵 저러쿵 이야기를 한다. 완득이에 대해서 이야기를 할 때는 완득이와 똥주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다. 완득이의 작가가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이 많다. 완득이가 재미있었기 때문에, 와득이의 이야기에 공감을 많이 했던 사람들은 완득이라는 캐릭터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지 작가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먼 놈의 가난이 쪽팔릴 여유가 있냐, 나중에 더 커봐라, 그것 때문에 쪽팔려 했다는 게 더 쪽팔릴 거다,라는 똥주의 대사를 말하면서 똥주의 캐릭터는 말이야 하면서 이야기를 한다. 김영하의 소설을 이야기 할 때 ‘살인자의 기억법’에서도 병수는 어쩌고 말이야, 라고 이야기를 한다. ‘검은꽃’에서도 맥시코로 떠난 캐릭터들에 대해서 말을 한다. 위대한 개츠비에서도 개츠비와 데이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다. 천명관의 ‘고래’에서도 칼잡이와 캐릭터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다.

그런데 유독 하루키만 하루키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다. ‘물을 많이 마셔라, 천천히 걸어라‘는 하루키가 한 말로 유명하다. 이 대사는 ‘1973년의 핀볼‘과 ‘어둠의 저편’에 나오는 말인데 캐릭터보다는 하루키가 한 말로 우리는 기억한다. 그처럼 하루키는 하나의 어떤 명사가 되어 버렸다. 어쩌면 그것이 비관적이라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작가가 캐릭터를 뛰어 넘었기 때문에 배수진을 치고 있는 하루키 라는 작가가 캐릭터 뒤에 가려지지 않는다. 그에 비해 아서 코난 도일은 홈즈라는 자신이 만들어 놓은 캐릭터에 먹혀 버려서 모든 명언 뒤에는 홈즈라는 이름이 붙을 뿐, 아서 코난 도일이라는 이름은 붙지 않는다.

하루키를 인스타그램에서 며칠 동안 검색을 해보니까 참 재미있었다. 그건 일반인들 뿐 아니라 기존 소설가들도 하루키에 대한 애정을 쏟아냈고, 글로 밥을 먹는 신문기자들 역시 하루키에 대한 이야기는 시원하게 배설하듯 다양한 기사가 있었다. 무엇보다 하루키를 좋아하는 일반 개개인이 짤막하게 나마 하루키에 대한 견해를 올려놨다. 그것을 읽는 재미가 쏠쏠했다.

 

위의 드라마틱 하지 않은 사진은 내가 찍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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