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게임은 인간이 지기 위한 게임이다. 그 좁고 기이하게 생긴 구멍으로 동전을 주야장천 밀어 넣었다. 단음의 똥파리 음이 미묘하게 달리지는 중독에 한 차 한 차 더욱 강력해지는 똥파리들이 나타날 뿐 결국에는 내 쪽에서 죽어야 그 게임은 끝이 난다. 간단한 이치지만 우리들은 그동안 잘도 갤러그에 빠져서 져야만 하는 게임에서 승리의 목표 속으로 계속 달려들고 있었다. 그 과정에서 화를 내고 짜증도 내고 버럭 소리도 질렀다. 갤러그는 대단했다. 나는 주머니에 동전이 생기면 어김없이 기계 속으로 밀어 넣었다. 회차를 두 자리를 넘기지 못했는데 어느 순간 두 자릿수를 넘긴 회차에 이르렀고 점점 순차가 높아질수록 똥파리의 양이 많아지고 질이 다르고 빨라졌다. 덕분에 내 양손은 더 빠르고 쉼이 없었다. 갤러그는 어찌나 대단한지 에번져스에도 나왔다. 어김없이 내가 져야 게임은 끝이 났다.

 

어떤 날은 65차를 넘겼다. 내 주위로 많은 아이들이 몰려들었다. 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 66차를 기다리는데 화면이, 쓰러지는 마라토너처럼 픽 꺼졌다. 주인이 나에게 동전을 쥐여주며 가라고 했다. 어제의 아군이 오늘의 적이 되는 순간. 이 지기 위한 순차적 반복이 나는 그리 나쁘지 않다고 생각을 했다고 하면 사람들은 뭐라고 할까. 여러 번 똥파리들을 이기지만 한 번 져버리면 동전을 다시 넣고 처음부터 시작을 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들은 어렵게 모아놓은 주머니 속의 동전이 다 없어지도록 잘도 갤러그 오락기에 집어넣었다. 엄마에게 혼이 나고 빗자루로 맞아가면서. 지는 것을 뻔히 알고 있는 게임이지만 왜 우리들은 계속 동전을 소비해가며 했던 것일까.

 

무릇 이 단순한 게임에서만 속하는 법칙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 인생도 그렇다. 이기기 위해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잘 지기 위해서 올라가는 것. 지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도전하고 또 도전하다 울고불고 짜증이 나도, 실패를 맛보고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는 모습처럼 말이다. 갤러그도 지기 위해서 매일매일 삼사십분씩 학교 앞의 오락실에 들러 동전을 밀어 넣고 오늘도 지는 순간이 어제보다 늘어나기를 바라며 두근거렸다.

 

어른의 눈으로 보면 참 부질없는 짓이다. 그렇지만 게임을 하는 동안 조금씩 실력이 늘어간다. 신기하다. 분명 한 달 전보다 실력이 늘었다. 그리고 동전을 넣는 회수도 점차적으로 줄어들어 간다. 게임에서 지고 나면 허탈해하고 고개를 숙이고 집으로 가지만 다음날이면 어제보다 나은 회차를 넘기리라는 기대를 안고 오락실의 문을 열고 들어간다. 삶도 조금 비슷한 것 같다. 어제까지의 풍요로움이 오늘 한순간에 먼지가 되어 날아가 버리는 순간을 많이 봤고 나도 당했다

 

인생을 말할 때 여러 번 이겼지만 한 번 져버림으로 인해 모든 것이 나락으로 떨어져도 여러 번 실수를 해 봤기에 어쩌면 툴툴 털며 영차 하며 일어 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그것이 실패는 아니기에. 지금까지 여러 번 쓰러져도 일어날 수 있는 동력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 하찮은 갤러그 따위가. 비록 매일 쓰러지지만 주저앉지는 않았기에. 오늘도 혼 날 것 알면서 갤러그에 동전을 밀어 넣었던 어린 나를 돌아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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