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사진가 스티글리츠. 사실 스티글리츠의 사진을 좋아하기보다 그의 사진 철학이 좋다. 이퀴벌런트는 지금도 여지없이 구름이 상공에 떠 있으면 담게 한다. 스티글리츠는 자신의 학생이었던 조지아 오키프의 특출한 능력을 보고 예술에 대해 가르쳐주면서 연인으로 발전을 했다. 스티글리츠는 아내까지 있었지만 오키프는 타오르는 불꽃이었다. 하지만 그는 오키프를 두고 또 바람을 피웠고 그 충격으로 오키프는 두 달간 신경쇠약으로 정신병원에 입원을 했다. 우울증이 심했고 유방에 생긴 양성종양을 제거하는 동안에도 스티글리츠는 여자와 연애를 즐겼다. 그랬던 오키프가 자기 돌보기로 모든 것을 이겨내고 화가로서 일종의 권력을 쥐게 되었다

 

오키프에 관한 일화 중 하나는 1938년에 석 달 정도 하와이에 체류했다. 파인애플 통조림으로 유명한 돌 사의 초대를 받았다. 비용은 전부 댈 테니 마음껏 하와이에 머물며 광고에 쓸 파인애플 그림 한 장만 그려달라는, 실로 배포 큰 제안이라고 하루키도 말했다

 

오키프는 이혼의 상처도 달랠 겸 제안을 받아들였다. 오키프는 하와이 이것저곳을 다니며 그림을 그렸다. 눈에 보이는 모든 신선한 것이 그녀의 창작욕구를 부추겼다. 벨라도나, 하비스쿠스, 플루메리아, 꽃생강, 연꽃 등 많은 그림을 아름답게, 오키프 식으로 그렀다. 그런데 파인애플 만은 그리지 않았다. 그리고 그대로 파인애플의 그림은 한 장도 그리지 않은 채 뉴욕으로 돌아가 버렸다. 그 뒤로 난감한 돌 사는 어떻게 되었을까. 궁금하신 분들은 직접 찾아 보세요

 

하루키도 오키프의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오오 하며 한 번쯤은 이렇게 대담해지고 싶지만 천성이 그러질 못한다고 했다. 사진 수업을 듣던 꼬맹이 오키프가 청탁이 들와도 나는 그리고 싶은 것만 그릴테야, 그 말은 그리고 싶지 않은 건 청탁이 들어와도 죽어도 그리지 않을 테야. 라며 그리고 싶은 그림만 잔뜩 그리며 살다 갔다

 

따지고 보면 지금까지 나도 하고 싶은 것만 하면서 고집스럽게 지내온 것 같다. 몇 번의 전시회를 거치면서, 밤바다 비극적인 방구석에서 적고 싶은 소설을 쓰면서, 그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주위에 상처를 주고 좌절을 맛보며 상처도 받았다. 그러는 동안 남은 건 타다 남은 재에서 나오는 그을음뿐이다. 어쩌면 그 그을음이 하루를 견디게 하는 동력원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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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프의 그림을 마우스로 따라 그려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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