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바다에 앉아서 책을 읽다가 오늘은 집 앞 백화점에 딸려 있는 연못에 앉아서 책을 좀 읽었다. 바닷가에서는 멀리 있는 바다 위로 뛰어오르는 물고기만 볼 수 있는데 여기서는 잉어를 아주 가까이서 볼 수 있다. 잉어는 인간을 꼭 약 올리는 듯 우유자적 느릿느릿 움직이다가(마치 지가 무슨 상어라도 되는 듯) 저쪽으로 서서히 사라진다.

사람이 많이 오고 가는 곳의 연못인데도 깨끗하다. 그런 것을 보면 예전에 비해서 사람들의 의식도, 수준도, 청결함도 모든 것이 좋아진 것 같다. 쓰레기는 길거리 아무 때나 버리는 시기가 있었지만 그런 것들을 잘 이겨내고 여기까지 왔다.

잉어의 유영을 보고 있으면 어항 속의 붕어를 볼 때처럼 시간이 가는 줄 모른다. 사람의 울타리 안에서 살아가는 물고기는 사람들에게 어떤 느림에 대한 미학을 상기시킨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잉어의 유영을 보는 것만으로 지금은 이대로 괜찮아, 하는 마음을 가지게 된다. 그것이 신기하다.

아이들이 삼삼오오 연못에 붙어서 물고기를 구경한다. 아이들을 보는데 오리 두 마리도 연못에 떠 있는데 하마터면 오리에게 속을 뻔했다. 시간이 흘러도 계속 같은 자리에 있는 오리 녀석들.

잉어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잉어들은 연못에 오는 인간들을 보며 어어? 저 녀석 여기 또 왔네, 나의 자태를 한 번 보여줄까. 같은 생각을 할까. 어떨까. 이런 생각은 평소에는 터무니없는 생각이지만 잉어를 보고 있노라면 자연스럽게 드는 생각이다. 그래서 잉어도 인간도 알 수 없는 존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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