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 구멍이라는 한국 단어는 영어나 일본어보다 훨씬 정감이 있고 몹시 신비롭다. 일본의 묘한 시리즈인 ‘엿보기 구멍’에도 잘 나오지만 구멍을 통하면 미지의 세계 또는 상상 속의 세상이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다. 구멍의 또 다른 말은 ‘문’이다. 문이라는 게 한 번 열리고 그 문으로 들어가면 다른 세상이 펼치지는 것이다

 

구멍을 통해 외계의 ‘쿠르ㄹ쿠르’에서 지구에 온 에일리언 주인공들은 구멍을 통해서 자신들의 별로 찾아가려 하지만 구멍은 닫혀버리거나 막혀있거나 다른 곳으로 통하게 만든다. 인간의 형상을 한 에일리언 1과 2는 자신들의 별로 가는 구멍을 찾기 위한 여행을 한다. 그리고 마침내 그들은 그 신성한 구멍을 붕어의 형상을 한 존재를 통해 알게 된다

 

이 짧은 단편영화는 누구나 생각해볼 만한 상상을 아무나 하지 못한다는 걸 알고 과감하게 뛰어든 느낌이다. 개인적으로 이런 상상을 좋아해서 그런지 영화의 느낌을 여기저기 닦고 기름칠을 하면 이명세 감독의 단편이었던 ‘그대 없이는 못 살아’의 느낌과 흡사할 것 같다

 

이 짧은 단편은 갈등과 대조의 구조를 보여주고 있다. 복잡하고 더러운 도시에서 찾은 구멍은 에일리언의 고향으로 갈 수 있는 구멍이 없다. 하지만 이 더럽고 추한 곳에서 살아가는 시간과 차원의 수호자인 붕어의 말을 듣고 때묻지 않은 곳, 신성한 자연에서 그들의 목적지로 하는 구멍, 신성한 구멍을 발견한다

 

무엇보다 좋았던 건 구멍의 저 끝이 알 수 없기에 에일리언 1이 먼저 그 구멍을 통과했지만 마지막 신성한 구멍을 발견하고 두 에일리언은 같이 통과하기로 한다. 그들은 구멍을 찾아 헤매는 동안 사랑을 알게 된 것이다. 그건 꽤 감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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