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잘 설명할 수 없지만 오아물 루의 그림에 빠져 있다가 구석진 곳에서 그림을 컴퓨터로 따라 그려보고 있으면 무념무상의 세계에 들어가 있는 것 같다. 이 정도 마우스로 그려보는데 몇 시간이나 흘러갔는지 모를 정도다. 이런 세계에 빠지는 걸 한 마디로 묘미다

 

진짜 도화지에 물감으로 그림을 그린다면 흙 냄새같은 물감 냄새가 그림을 그리는 공간에 퍼지고 손으로 질감도 느낄 수 있고, 더 괜찮을 것이다. 붓으로 그림을 그린다는 건 컴퓨터 마우스로 그리는 것과는 달라서 실패하면 좀 낭패니까 집중의 강도가 반쯤 먹은 곱창전골에서 남아있는 곱창을 찾는 것과 흡사할지도 모른다

 

나는 일러로 하지 않고 모든 것을 포토샵으로 하니까 여러 개의 레이어를 마우스로 일일이 그려놓은 다음에 레이어를 합치는 것이다. 먼저 배경화면을 그린다. 원본을 눈으로 스캔을 휙 한 다음 브러시 툴로 오패스티나 굵기나 뭐 이런 것들을 조절하면서 그린다. 배경을 그릴 때가 마음이 제일 편하다. 그저 굵기를 조절하며 생각 없이 휙휙 그리면 된다

 

실패했다? 그러면 고민 없이 전부 다 버리고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사진 편집이든 뭐든 실패하면 아까워하지 말고 다 버리는 훈련을 해야 한다, 고 생각 한다

 

배경의 윤곽이 잡혔으면 배경을 좀 더 휙휙 칠한다. 색감을 조절하며 거침없이 휙휙 마우스를 움직여준다. 그런 다음에 레이어를 하나 더 만들어 꽃을 일일이 그려서 집어넣는다. 꽃을 집어넣는데 시간이 가장 많이 걸렸다

 

꽃은 브러시 툴로 대충 그린 다음에 수채 필터나 스케치 필터 같은 것으로 이것저것 조절해서 그림처럼 보이게 만든다. 아무튼 마우스를 이리저리 움직이는 걸 잘 해야 할 것 같은데 두말하면 잔소리처럼 마우스는 좋은 게 좋은 것 같다. 만 오천 원짜리 마우스는 어떻게 해도 인내심을 요구한다

 

그런 다음에 꽃을 그려 넣은 레이어는 잠시 꺼 두고 배경화면에 사람을 그려 넣는다. 역시 레이어를 하나 더 만들어서 사람을 그린다. 변명인데 마우스만 좋았다면 사람의 얼굴을 좀 더 슬프게 만들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원본에는 사람을 따라가는 개가 있는데 나는 우리 집 2호였던, 보호소에서 안락사 되기 직전에 데려온 오래된 땅콩이 사진을 그림처럼 만들어서 집어넣었다. 아무튼 재미있는 작업이다

 

그리고 작은 꽃도 그려 넣는다. 그런 다음 꺼 놓은 꽃 레이어를 켜 놓으면 모든 레이어가 살아나면서 그림이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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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오아물루 #컴퓨터로 #따라그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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