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어지고 싶을 때가 있다. 날고 싶은 것보다 한없이 떨어지고 싶을 때, 마냥 곤두박질치고 싶은 때가 있다. 겁도 없이 그런 생각이 온몸을 돌아다니는 혈관에 모르핀이 퍼지듯 들 때가 있다

 

내가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이 가지고 있는 것이 겁인데 떨어지고 싶은 강렬함에 이끌려 겁을 무릅쓰고 번지점프를 뛴 적이 있었다. 남이섬까지 가서 55미터까지 올라가서 겁을 잔뜩 집어먹어가면서 떨어지는 아찔한 순간을 맛보았다

 

나의 24시간 중에 없어도 될 오후 4시에 번지점프대에 올라서 떨어짐을 만끽했다. 번지점프를 하기 직전 머리를 급습하는 겁나는 두려움은 말로 표현이 안 된다. 조교가 점프대에 선 나의 두 발의 뒤꿈치를 좀 더,라며 탁탁 발로 밀어서 발바닥의 3분의 1이 점프대 밖으로 나가 있었다

 

저 먼 산을 보면서 뛰세요. 밑을 보면 공포가 밀려옵니다.라는 말을 들었지만 나는 점프대에서 몸이 분리되는 순간 호수 밑을 보았다. 샤샤사사사삭 하며 호수 바닥이 나에게 달려드는 기분, 내장기관은 여기에 있으려고 하는데 지구가 끌어당기는 힘 때문에 딸려 내려가면서 느껴지는 오바이트의 기운, 소리도 지를 새 없이 나의 몸은 묶인 줄에 튕겨져 공중으로 한 번 반동으로 올랐다가 다시 떨어졌다

 

다시 떨어졌을 때는 처음 그 희귀한 순간은 없었다. 그런 게 한순간에 끝이 난다. 그런 굉장하고 몹쓸, 엄청나고 터져버릴 듯한 순간은 찰나로 지나간다. 힘들다 안 힘들다 같은 의미도 없다. 그런 순간은 금방 끝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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