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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의 유령
가스통 르루 지음, 이원복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6월
평점 :
'오페라의 유령'을 말할 때 책과 뮤지컬을 결코 따로 떼어서 생각해 볼 수 없을 정도로 '오페라 유령'은 언제나 나에게 감동 그 자체인 작품이다. 책의 내용과 다른 점은 있지만 뮤지컬 '오페라 유령'을 보았을 2001년 당시 벅차오르는 감동에 관객들이 다 자리를 떠나고 난 후에도 그대로 자리에 앉아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그래서일까 20년이 지난 지금 책을 읽는 순간에도 글 한 문장 한 문장 읽을 때마다 뮤지컬의 장면이 오버랩되면서 살아서 꿈틀거린다. 지하 세계에 갇혀 유령으로 살 수밖에 없는 에릭의 크리스틴을 향한 사랑의 과정이 다소 공포스럽지만 그녀의 사랑을 위해 자신의 사랑을 희생한 에릭에게 연민의 마음이 가는 것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같다.
오페라 극장에서 일어나는 유령 사건을 시작으로 소설은 시작된다. 과연 유령의 실체는 무엇일까? 오페라 건물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사건들... 오페라 극장에서 일하는 많은 사람들은 당연히 오페라의 유령의 짓으로 생각한다. 독자들 역시 가면으로 얼굴을 감추고 있는 오페라 극장의 유령에 대해 궁금증을 안고 읽게 된다. 그리고 유령이 전한 편지 속의 크리스틴..... 유령과 크리스틴의 관계는? 라울의 등장으로 오페라 유령의 베일이 조금씩 밝혀지기 시작한다. 지독히 사랑의 열병을 앓고 있는 에릭. 그가 가면을 쓸 수 밖에 없음을 알게 됨으로써 독자는 유령이 아닌 에릭에 연민을 느끼기 시작한다.
크리스틴에게 다가온 목소리....아버지가 하늘나라에서 보내준 음악 천사로 생각한 크리스틴. 그에게서 음악 레슨을 받고, 많은 사람들에게 비로소 인정을 받게 된다. 하지만 라울의 등장으로 그녀는 혼란을 겪는다. '목소리'가 라울을 질투한다는 것을 느꼈던 것이다. 크리스틴은 유령에게서 라울을 지키기 위해 자기의 사랑을 일부러 감추지만 유령 에릭은 모든 것을 눈치챈다. 부모에게도 사랑을 받지 못한 추악한 기형의 얼굴을 한 에릭. 오페라 극장에서 그는 최고이고 싶어했다. 이 세상에 얼굴을 드러낼 수 없는 자신의 존재를 프리마돈나 크리스틴의 목소리를 통해 최고임을 증명해 보고 싶었으리라. 그에게서 크리스틴은 곧 자기자신이었던 것이다.
그러는 사이 에릭은 크리스틴을 사랑하게 되었다. 처음 느끼는 사랑. 사랑하는 법을 알지 못했던 에릭은 질투의 화신이 되었고 결국 그녀를 납치까지 하게 된다. 크리스틴에 의해 가면이 벗겨지고 자신의 얼굴이 드러나는 에릭. 하지만 아무에게도 사랑받지 못하고 외롭게 살아온, 그래서 유령이 될 수밖에 없었던 에릭을 가엾게 생각하고 그의 청혼을 받아들이고 진심어린 키스를 하게 되면서 에릭의 닫힌 마음을 열어놓는다. 과연 크리스틴은 그를 사랑했을까? 연민이었을 것이다. 에릭 역시 연민임을 알았을 것이다. 그는 크리스틴의 마음이 비록 연민일지라도 자신을 유령이라는 공포의 대상이 아닌 한 인간으로 대한 그녀를 보고 한없는 눈물을 흘린다. 자신의 왜곡된 사랑이 올바르지 못한 길로 들어서기 전 에릭은 자신을 버린 세상을 용서하고 화해한다. 그리고 누구보다 진정한 사랑법을 보여준다.
평생 누구에게도 받아보지 못한 사랑을 받은 것으로 에릭은 세상과 화해했다. 사랑이라는 너무도 평범한 욕망이 크리스틴으로 하여금 충족되었던 것이다. 그것은 자신이 한 인간으로서 인정받았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리고 진정 사랑했던 여인을 라울에게 떠나보내는 에릭. 너무도 가슴 아픈 한 남자의 사랑법이 아직도 내 가슴 속에서 떠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