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이 마크 트웨인은 세계 명작, 즉 고전(古典)을 “누구나 한번쯤 읽기를 바라지만, 사실은 아무도 읽고 싶어 하지 않은 책”으로 정의한 바 있다. 명작의 가치를 폄하했다기보다는 고전에 대한 부담이 자칫 독서 자체에 흥미를 잃는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경고한 것이리라. 

《국어 선생님과 함께 읽는 세계 명작 1·2》는 이와 같은 명작 읽기의 당위성과 부담감 사이에서 고민하는 청소년들이 고전의 지혜를 발판 삼아 건강하고 아름다운 세계관과 인생관을 정립할 수 있도록 방향을 잡아 주는 책이다.

 이 책은 작가의 삶과 작품의 문학사적 의미, 작품 탄생의 시대적 배경과 현재적 의미 등 기본적인 작품 분석에도 물론 충실하지만, 여기에 머물지 않는다. 하나의 작품을 여러 가지 관점으로 살펴보고,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계기로 삼아 앎과 삶을 자연스레 연계하는 계기를 제공하는 데까지 그 범위를 확장시킨다. 옛 시대의 고전을 오늘날의 우리가 지금 읽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기 때문이다. 


가스통 르루, 제인 오스틴에서 너대니얼 호손까지  

《국어 선생님과 함께 읽는 세계 명작 1》에서는 매혹적인 줄거리와 뮤지컬, 영화 등의 공연 예술로 널리 알려진 가스통 르루의 《오페라의 유령》이 품은 의미 등을 파헤치는 것을 시작으로, 프랑스 대혁명이라는 격동의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담은 스탕달의 《적과 흑》,찰스 디킨스의 《위대한 유산》과 《올리버 트위스트》, 아서 코난 도일의 《바스커빌가의 개》와 허버트 조지 웰스의 《우주 전쟁》 등을 흥미롭게 분석하고 있다. 

《국어 선생님과 함께 읽는 세계 명작 2》에서는 포경이라는 소재에 인간과 자연의 위대함을 절묘하게 녹여내 선구적이고 독창적인 작품으로 인정받는 허먼 멜빌의 《모비 딕》, 인간의 이중적인 내면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지킬 박사와 하이드》, 무모하고 어리석은 이상주의를 다루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한없이 순수하고 열정적인 주인공을 통해 우리의 현재를 되돌아 보게 만드는 세르반테스의 《돈 키호테》, 19세기 미국 청교도 시대의 모순을 날카롭게 꼬집은 《주홍 글씨》등 어느 것 하나 놓칠 수 없는 매력적인 작품들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글 읽기와 삶 읽기

가스통 르루가 1910년에 발표한 장편 소설 《오페라의 유령》은 파리의 오페라 극장을 공간적 배경으로 삼아, 오페라와 유령의 존재를 부각시키며 단숨에 독자들을 사로잡는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신비롭고 흥미진진한 줄거리 설명에 그치지 않고, 소외된 사람에 대한 사회적 배려의 필요성, 편협한 이분법적 시각의 위험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개인의 삶을 되돌아보는 데까지 나아간다.  

 
《오페라의 유령》은 사회적인 차원에서도 깊이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지금도 오페라 극장의 지하 어둠 속에서 가면으로 자신을 가리고 살아가는 사람은 과연 없는지……. …… (중간 생략)……

성적인 생각과 행동이 다르다는 이유로 손가락질을 받는 동성애자들이 있다. 장애인 복지와 고용 차별을 금지하는 법안이 만들어진 지도 이미 오래이건만, 장애우들은 지금도 인간적인 권리와 복지의 사각 지대에 놓여 있다.

이 시대의 또 다른 에릭인 외국인 노동자들은 힘없는 가난한 나라에서 왔다는 이유로 온갖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하소연할 데조차 없다. 또 혼혈인들은 어떤가? 같은 혼혈인이어도 피부색에 따라 달리 대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과연 이것이 21세기의 모습인가? 이런 모습으로 과학 기술을 발전시키고, 경제적으로 부유해지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무관심과 편견으로 19세기의 에릭처럼 그들이 어둠 속에서 쓸쓸한 죽음을 맞게 해야 하는지 깊이 고민해 봐야 한다. 에릭은 이제 오페라 극장의 지하가 아니라 무대 위로 당당하게 올라와야 한다. 사회적 소수자, 힘없는 사람, 가난한 사람들에게 씌운 가면을 벗겨 주어야 할 책임은 바로 우리에게 있다.
2009년 2월에 선종한 김수환 추기경이 도시 빈민들을 찾았을 때 했다는 말씀이 귓가를 울린다.
“정부와 대기업 또는 어떤 개인일지라도 이 세상에 집 없는 사람이 단 한 사람이라도 있는 한 호화 주택을 짓거나 가질 권리가 없다.”
우리는 과연 얼마나 그 말씀대로 살고 있을까?
 ―1권 ‘오페라의 유령_그에게 허락되었던 단 한 번의 사랑’ 34~35쪽에서  
 
인간과 시대를 비추는 거울

유명한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칭송해 마지않았던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작품을 읽고 나서도 그 숨은 의미를 쉽게 발견하지 못한다. 그러나 《위대한 개츠비》가 사랑받는 이유는 분명히 존재한다. 그 이유를 찾아내기 위해서는 작품이 담고 있는 시대의 풍속, 주인공들의 변화하는 내면 등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저 멀리 조그맣게 반짝이는 단 하나의 초록색 불빛을 바라보며 끝없는 어둠 속을 헤쳐 나가는 개츠비. 아무리 작은 가능성이더라도 삶의 희망을 감지할 수 있는 능력과 그 희망을 향해 거침없이 나아가는 삶의 자세는 기회의 땅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는 미국의 꿈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개츠비의 위대성은 미래에 대한 이상과 꿈을 포기하지 않는 데에 있다.

물론 개츠비의 꿈에 더러운 먼지가 끼어 있었던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사랑받을 자격이 없는 여자를 사랑하고 이미 흘러가 버린 과거를 돌이키느라 그의 꿈은 변질되고 만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위대한 개츠비》가 사랑을 받는 이유 역시 여기서 찾을 수 있다. 소설 《위대한 개츠비》는 혼돈의 시대, 광란의 시대라 불리는 1920년대를 맞아 미국의 꿈이 잃어버린 것은 무엇이고, 절대로 잃어버려서는 안 될 것이 무엇인지를 분명히 일러 주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개츠비의 위대함과 그 한계를 통해 1920년대를 미국의 비판적 시각으로 기록했다는 점에서 미국 최고의 소설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2권 ‘위대한 개정에 빠지다’ 93~94쪽에서

팁 _ 사소해 보여도 어느 것 하나 버릴 것이 없다! 

히스클리프가 꽃남인 까닭은?
히스(heath)는 쌍떡잎식물 진달래목 진달랫과 에리카 속의 총칭으로 ‘에리카(erica)’라고도 불린다. erica는 그리스 어의 ereike(깨뜨리다)라는 뜻에서 유래된 말로, 본래의 의미는 밝지 못하다는 뜻이다. 높이는 대개 15~30센티미터인데, 간혹 3미터에 달하는 것도 있다. 줄기에는 잔가지가 많이 나 있으며, 떨기 모양으로 소복하게 난 것과 쭉 뻗은 것이 있다. 잎은 3~6개가 돌려나는데, 직선 모양인 것도 있고 달걀 모양인 것도 있다. 뒷면에 깊은 홈이 한 줄 있다. 가지 끝에는 여러 개의 꽃이 돌려나거나 작은 꽃이 옹기종기 모여서 달린다. 꽃받침은 종 모양이며, 끝이 네 개로 갈라진다.

꽃 빛깔은 백색·분홍색·적색·홍자색 등 여러 가지가 있다. 1개의 암술에 8개의 수술이 있는데, 수술은 짙은 흑자색이다. 종에 따라 봄·여름·가을 등에 핀다. 서유럽·지중해 연안·아프리카 등지에 분포하며, 현재까지 500여 종이 알려져 있다. 

이 꽃에 얽힌 전설이 하나 있다. 한 전쟁 영웅이 전쟁터에서 싸우다 죽기 직전 전우에게 자줏빛 히스꽃을 내밀며 자신의 연인에게 사랑의 증표로 전해 달라고 부탁한다. 자줏빛 히스를 건네받은 여인은 그의 죽음을 알아차리고 뜨거운 눈물을 흘린다. 그때 그 눈물이 히스에 닿자 꽃 색깔이 흰빛으로 변한다. 그 후로 하얀색 히스는 성실한 사랑의 상징으로 불린다.
이쯤 되면 수수께끼가 간단히 풀린다. 히스클리프가 꽃남인 까닭? 순전히 이름 때문이다!
―1권 ‘폭풍의 언덕_복수심에 사로잡힌 사나이, 사랑과 증오의 폭풍을 만나다’ 86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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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거 느낌,극락같은 님의 서평입니다.  

아지즈 네신의 ’생사불명 야샤르’. 이 책에 대한 서평은 사실 딱 한마디로 정리된다. 이 책을 읽은 후, 국내에서 출간되는 아지즈 네신의 모든 책을 구입했다라는 것. 사실이다.  

터키의 국민들이 왜 이 작가를 사랑하는 지 이 사람의 책을 읽으면서 비로소 이해하게 됐다. 그리고 나 역시 터키 국민들과 마찬가지로 이 작가를 사랑하게 됐다. 

아무래도 터키는 우리나라와 처한 상황이 비슷한 것 같다. 소설속에 나오는 상황들이 우리나라에 대입해도 어쩜 그리 딱딱 맞는지. 오히려 일본 소설들은 친근하지만 뭔지 모를 이질감들이 있는데, 터키는 한숨이 푹푹 나올 정도로 참 우리와 상황이 비슷하다.

주인공인 야샤르 야사마즈(터키어로 야샤르는 살다, 야사마즈는 죽음 이런 뜻이란다)는 어떠한 일로 인해 교도소에 감금된다. 말 재주가 있는 야샤르는 매일 교도소 동료들에게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사실이라 믿기 힘들 정도로 온갖 황당무계한 일들이 그의 입을 통해서 전달된다.

야샤르는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행정절차를 밟던 중, 자신이 호적상 죽은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호적상에서 야샤르는 자신의 아버지보다 나이가 많고, 야샤르가 태어나기도 전인 카낙칼레 전투에서 전사된 것으로 돼 있다. 공무원에게 항의를 하고, 아무리 설명을 해도 공식 문서상에 전사한 것으로 돼 있는 데 어떻게 인정을 하느냐고 오히려 성을 낸다. 그렇게 야샤르는 주민등록증 없는 삶을 살게 된다.

주민등록증 없는 삶은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삶이다. 학교에 갈 수도 없고, 취직을 할 수도 없고, 결혼도 할 수가 없다. 한마디로 국민으로써의 모든 권리를 누릴 수 없는 삶이다.
그러나 국가가 국민에게서 앗아가는 모든 것들은 주민등록증이 없어도 상관없다. 군 입대를 통해 젊음을 앗아가고,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유산을 앗아가고, 심지어는 싸구려 모자까지 앗아간다.

살아있음을 눈 앞에 보이는 존재로 인정하려 하지 않고, 오히려 공식적인 행정 문서로만 인정하려고 한다. 본인이 전사자가 된 것은 행정상의 실수이지만 그 누구도 그에 대한 책임은 묻지 않고 오히려 결과물인 문서만을 가지고 모든 것을 판단해 버리는 것이다.
이런 부조리함을 심각하게 전달하지 않고, 그야말로 재미있게 전달한다는 것이 아지즈 네신의 매력이다.
특히 그가 관공서에 들어가 벌이는 여행(?)은 웃기면서도 씁쓸하게 한다. 

"형님들, 제가 이렇게 살아왔습니다. 학교에 가려고 할 때는 ’넌 죽었어’라고 하더니 군에 입대할 때가 되니 ’넌 살아 있어’라고 했어요. 아버지의 빚을 갚으라고 할 때는 ’넌 살아 있어’라고 하더니 유산을 상속받을 때가 되자 ’넌 죽었어’라고 하네요. 그리고 정신병원에 처넣을 때는 ’넌 살아 있어’라고 하고."

읽는 사람이 애가 탈 정도 너무 순진한 야샤르는 그 온갖 불행 속에서도 결코 자신을 포기하지 않는다. 아니 자살을 하려고 해도 그것이 야샤르를 도와주지 않는다. 이름 그대로 야샤르는 살아야만 하는 것이다.

매일 교도소의 동료들은 야샤르의 이야기를 애가 타도록 기다린다. 그 재미있고 애 타는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지금 바로 당장 ’생사불명 야샤르’를 펼쳐보라고 강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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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한국을 어떻게 바라보는가
오늘날 국제 사회에서 한국의 객관적 위상은 어떠한가
 
* 4, 5세기에 일본인들은 한반도 남해안에 작은 식민지를 가지고 있었다.
_ 《세계사》(미국, 톰슨/워즈워드, 2004)
* 1640년대에 한국은 중국 청 왕조의 속국이 되었다.
_ 《세계사: 인류의 유산》(미국, 홀트, 라인하르트 & 윈스턴, 2008)
* 북한의 침입에 대비해 서울 시내의 광고판들에는 레이더 설비가 감춰져 있다.
_ 《미래와 대면하다: 21세기 세계의 이슈》(캐나다, 옥스퍼드대학교출판부, 1998)
* 한국은 중국의 옛 영토였다가 1910년 일본에 합병되었다.
_ 《우리 시대의 역사: 전문가들의 관점》(멕시코, 에스핑헤, 2005)
* 한국은 암시장을 통해 재료와 기술을 도입하기만 하면 핵폭탄을 만들 수 있는 나라다.
_ 《1900년대 세계사》(이탈리아, 아틀라스, 2001)   


《세계의 교과서, 한국을 말하다》는 2003년부터 외국 교과서의 한국 관련 내용을 검토해 해당 국가에 수정을 요청해온 한국학중앙연구원의 이길상 교수가 그동안의 연구 성과를 종합해 세계 여러 나라의 교과서가 한국에 대해 어떻게 서술하고 있는지를 소개하고, 오늘날 국제 사회에서 한국이 지닌 객관적 위상을 냉정하게 평가한 뒤 교과서 외교를 통해 한국이 국제적 이미지를 개선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하는 책이다. 저자가 검토한 외국 교과서는 40여 개국의 500여 종에 달한다. 거의 모든 대륙과 문화권을 망라하고 있기에 이 책이 보여주는 여러 사례는 경제력이나 한류 등과는 또 다른 의미에서 우리의 위치를 가늠하는 지표라고 할 수 있다. 

한국과 정치, 경제, 문화 등 모든 방면에서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미국, 중국, 일본의 교과서에서는 독도, 동해 표기, 동북공정, 식민 사관 등 역사 갈등이 첨예하고 드러나고, 유럽이나 라틴아메리카, 아프리카, 기타 아시아 및 호주의 교과서에서는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형편없는 한국의 위상을 확인할 수 있다. 급속한 발전을 이룬 경제 대국에서 말라리아가 창궐하는 영양 부족 국가에 이르기까지 서로 충돌하는 다양한 이미지는 아직 세계인의 인식 속에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한 우리의 현실을 정확히 보여주고 있다. 

저자는 교과서 문제는 정부가 나서 큰 목소리로 외교 문제화할 게 아니라, 민간 차원의 학술적인 노력과 문화 교류를 통해 점진적으로 해결해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부의 역할은 그런 노력을 뒷받침할 해외 한국학 지원, 성실하고 꾸준한 국가 홍보라는 것이다. 그 밖에 이 책은 각국의 교과서 제도를 소개하고, 학술 연구의 결과가 교과서에 반영되는 과정을 보여줘 교과서 자체에 대해 비판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한다.  

교과서 제도 자체에 대한 비판적 성찰

교과서는 한 국가 혹은 사회가 공인하는 가장 기본적인 지식 체계이다. 다음 세대가 그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가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교양을 제공하는 수단이자, 그 사회가 원하는 세계관이나 가치관을 자연스럽게 익히게 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교과서의 내용은 신뢰할 만하고, 건전하고, 정확하다고 믿고 있는 만큼 교과서의 체제나 서술 방식, 관점이 그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은 어마어마하다.

이 책의 내용은 외국 교과서를 수집해 분석한 자료뿐만 아니라 저자가 각국을 직접 방문해 교과서의 집필자, 편집자, 심사자, 발행인을 만나서 보고, 듣고, 때로는 논쟁한 이야기들로 이루어져 있다. 덕분에 저자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각 나라의 교과서 제도를 비교해볼 수 있고, 저마다의 사정에 따라 어떤 관점이 지배적이고 어떤 내용에 비중을 두는지도 살펴볼 수 있다. 즉 교과서의 내용과 그것을 채택하고 사용하는 제도 자체가 그 나라의 현재를 그대로 드러내주는 것이다.   

4월에 검정을 통과한 교과서들은 여름 내내 전국 580여 개의 교과서 채택 지구를 순회하며 전시회를 열었다. 이는 교과서 채택에 참여하는 지역 관계자들의 판단을 돕기 위한 행사로, 전시회를 통해 일반의 의견을 들은 후 채택 과정에 들어가게 된다. 일본의 교과서 채택은 공립학교와 국립 및 사립학교로 구분되어 진행된다. 공립학교의 경우 전국을 584개의 채택 지구로 나누어 각각의 교육위원회에서 그 지역의 학교들이 사용할 교과서를 선정한다. 반면에 국립학교와 사립학교는 광역단체장과 학교장이 협의하여 교과서를 선정한다. - 269쪽 

(멕시코) 현지의 한국학 교수는 모두 일본학 전공자들이었다. ……사정이 그렇다 보니 멕시코의 한국학은 일본학의 식민지라고 표현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멕시코 교과서에는 일제 식민 사관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 299~300쪽  

…… 특히 관심을 보이는 것은 한국의 경험을 통해서 볼 때 ‘채무가 성장에 걸림돌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즉 외국에서 차관을 유치해 적절하게 사용한 것이 효과적인 경제 성장을 가져온 사례를 한국이 보여주었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아무래도 브라질을 비롯한 중남미 국가들에게는 그런 부분이 많은 시사점을 주는 모양이다. - 316쪽 

(북유럽) 국가들은 9년 전후의 의무 교육 기간에 사용되는 교과서는 자유 발행제에 따라 출판사별 경쟁을 통해 공급하고, 학부모와 교사의 의견에 따라 학교가 구입 및 대여하는 제도를 갖고 있다. 학생들이 1년간 사용한 후 반납한 교과서는 후배들이 다시 사용하게 된다. 이렇게 한번 출판한 교과서는 평균 4, 5년간 사용된다. - 385쪽    

 최근 근현대사 교과서의 내용이 좌편향적이라며 수정을 권고한 정부의 조치에 교과서 집필진을 비롯한 역사학자들과 시민단체들이 강력하게 반발하며 사회적으로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좌편향’에 대한 판단이야 저마다 다르겠지만, 교과서 내용에 정부가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지 이 책의 사례들이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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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의 국민작가 아지즈 네신의 자전적 체험 소설

 이렇게 왔다가 이렇게 갈 수는 없다》

 아지즈 네신, 유배 복권에 당첨되다?

이 책은 작가 아지즈 네신이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는 글을 썼다는 이유로 체포되어 소도시 부르사로 유배 오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네신이 유배형을 선고받은 상황은 다음과 같다.〈마르코파샤〉라는 풍자잡지에 정기적으로 글을 기고해오던 네신은 원조라는 미명하에 미국이 터키를 잠식하던 상황을 비판하는 글을 써서 팸플릿으로 제작하게 된다. 그가 쓴 글이 인쇄를 채 마치기도 전에 경찰이 인쇄소를 급습해 그를 체포한다. 그리고 네신이 유죄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경찰은 형법조문을 모조리 뒤져 죄목을 붙인다. 그리하여 찾아낸 것이 ‘출판을 통해 국가 이익에 위배되는 행동을 하는 것’이라는 터키 형법 제161조항. 이제 우스꽝스러운 상황이 이어진다. 출판 활동이 성립되려면 최소한 두 명 이상이 글을 읽어야 하는데 인쇄 중인 상태로 수거된 팸플릿을 읽은 사람이 없었던 것. 인쇄소 주인 및 글을 조판한 식자공, 그리고 인쇄 기술자가 소환된다. “당신 읽었지? 분명 읽었을 거야.”라는 말이 반복되는 심문, “증인이 읽지 않았다고 극구 부인하나……”로 시작되는 판결문, 비밀리에 진행된 재판, 그리고 기자들에 대한 협박(“이 재판에 대해 한 줄이라도 쓰면 당신들은 끝장이야!”) 과정을 거쳐 아지즈 네신은 10개월 징역형과 부르사 유배형을 선고받는다. 그가 쓴 팸플릿의 제목은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였다. ‘표현의 자유’가 위협받았던 터키의 상황은 지금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당시 일당제인 공화인민당(CHP) 정권하에서 터키 이스탄불은 계엄령이 선포된 상태였고, 정부의 심기를 거스른 사람은 누구라도 유배지로 보내지던 상황이었다. 네신은 이를 ‘불행 복권에 당첨되었다’고 절묘하게 비유하기도 하고, 한치 앞을 예측하기 힘든 터키 사회에 장티푸스나 흑사병처럼 일종의 ‘정치 병’이 널리 퍼져 있다고 꼬집기도 한다.  

계엄을 선포한 정부는 그동안 별다른 재판도 없이, 죄목이 무엇인지 알려주지도 않은 채, 무고한 사람들을 좌익 ‘사회주의자’로 몰아 아나톨리아 고원 곳곳으로 유배를 보냈다.(...) 왜 유배당하는지 명확한 이유나 기준이 없었기 때문에 한번 목덜미를 잡힌 사람은 다시 벗어나지 못했다. 이름이 당첨되면 무조건 어이 없이 당해야 하는 불행 복권과 비슷했다. (본문 119-120쪽) 

터키의 모든 사람이 자기가 국회의원으로 당선되면 나라를 바꾸고,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이상한 착각 속에 빠져 있었다. 도대체 어떻게 불완전한 모든 것을 개선시킬 수 있단 말인가? 누군가는 양의 품종을 개량하는 것으로, 어떤 사람은 빈 들판에 소나무 씨앗을 심어 숲을 조성하는 것으로, 누군가는 거짓말쟁이의 혀와 도둑의 팔을 자르는 것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주장했다. (본문 140쪽)  

유배지 부르사에서 만난 소심하고 비굴한 인간 군상
  그렇게 해서 도착한 유배지 부르사의 생활은 첫날부터 만만치 않다. 네신을 넘겨받은 파출소의 소장들은 하나같이 그를 탁구공을 쳐내듯 다른 파출소로 보낸다. ‘책임’이란 불덩이를 피하려고 안간힘을 쓰는 관료주의 세계에 대한 묘사는 흡사 시트콤을 보고 있는 것 같다. 

내가 부르사로 유배된 상황에는 무엇 때문이라고 딱히 갖다 붙일 이유가 없다. 물론 세상의 모든 일에는 때때로 논리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불가사의한 경우가 있다. 비록 말이 안 되긴 하지만 그래도 꼭 설명을 해야 한다면 억지 춘향으로라도 우리는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이를테면 이런 거다. 관공서는 단지 책임을 회피하고 싶었던 거다. ‘저 골치 아픈 놈을 멀리 보낼 수만 있다면 지옥에 가는 것도 불사하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이라고나 할까? 일단 나에게 수갑을 채워 멀리 보내기만 하면 ‘골치 아픈 일’에서 벗어나는 셈이고, 그다음은 내가 어디로 가든지 무엇을 하든지 상관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본문 24쪽)  

  저자가 유배지 부르사에서 맞닥뜨린 인간 군상은 하나같이 우스꽝스럽고 비굴하며, 시대의 폭력 앞에서 자신의 안위를 지키기에 급급한 소시민들이다. ‘원칙’ 운운하면서 주인공의 돈을 가로채는 교활한 화가, 저자가 유배되어 왔다는 소식에 안면 몰수하고 사라지는 지인들, 유배된 이들을 사회주의자 취급하며 보드카를 먹이고 낄낄대는 여자, 유배된 친구를 돕는 남편과 이혼도 불사하겠다는 아내 등……. 그러나 이들을 보는 작가의 시선은 기본적으로 인간에 대한 연민으로 가득 차 있으며, 상대의 처지를 이해하고 같이 껴안고 가려 하는 의지가 배어 있다.  

유배 생활을 하면서 네신은 자신을 유배지로 보낸 당시 정권이나 세태를 비난하거나 저주하기보다는, 진심으로 안타깝게 여기며 용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어떤 상황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고 글로써 타인과 소통하며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헌신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_옮긴이의 말

이 책에 쏟아진 찬사

 아지즈 네신은 현대 터키 문학에 유례없이 광범위한 영향을 끼친 작가이다. 포복절도할 웃음과 다채로운 이야깃거리로 성대한 만찬을 연상케 하는 그의 작품들은 항상 분노하는 동시에 미소를 짓는다. _ 오르한 파묵(소설가)

 아지즈 네신이 창조한 풍자는 거부할 수 없는 마력을 갖고 있습니다. 여러분도 그저 아지즈 네신의 작품에 투항하는 길밖에 다른 방도가 없을 겁니다.  _쉠넴 이쉬규젤(소설가)

 비상약품 상자처럼 보이는 나의 남루한 책장에는 날 위로하는 책들이 있다. 그것들 중 가장 강력한 진통제는 아지즈 네신이다. _〈라디칼〉, 터키 

아지즈 네신은 정치적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풍자 작가로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당신은 작품을 펼치자마자 5초마다 터져 나오는 웃음에 정신이 없어 날카로운 메시지들을 눈치 채지 못하고 지나치겠지만 이후 오랫동안 당신 머릿속에는 지워지지 않는 뭔가가 깊이 남아 있을 것이다._〈가디언〉, 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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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생각대통령 이어령 선생님의 ’맞춤형 생각법’

 《이어령의 춤추는 생각학교》

 지난 오십 년 간 150여권의 저작을 통해 대한민국의 현재를 날카롭게 진단하고 새로운 미래를 위해 뜨끔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던 ‘이 시대 최고의 메신저’ 이어령 선생의 첫 어린이 책이다. 이어령 선생은 《젊음의 탄생》 등의 저작물과 왕성한 강연을 통해 미래의 주역이 될 젊은이들에게 ‘창조적 사고’의 중요성을 끊임없이 피력해 왔다. 이 시리즈는 “생각을 바꾸고, 새롭게 기르지 않으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 다양하고 창조적인 생각을 할 줄 아는 어린이, 남과는 다른 생각을 할 줄 아는 독창적인 어린이들이 나와야 한다.”는 생각에서 써 내려간 책으로, 이어령 선생이 생각하는 ‘대한민국 어린이들에게 맞는 창조적인 생각법’을 어린이 눈높이에 맞춰 재미있게 풀어 낸 책이다. 

이 시리즈는 어린이들이 하루하루 만나는 모든 지식과 정보에서 생각을 발견하고 넓히고 응용하여, 나만의 창조적인 생각을 낳게 하는 방법들이 재미있고 풍성한 이야기와 철학적인 그림으로 구성되었다. 생각을 생각하기, 원리로 생각하기, 발명으로 생각하기, 한국말로 생각하기, 한국인으로 생각하기 등 생각의 개념 정리에서부터 생각 응용 방법까지 10권에 나누어 담았다.
 
이 시리즈의 강점은 쉽고 재미있는 이야기와 그 이야기에서 찾은 놀라운 통찰에 있다. 옛이야기에서부터 신화, 역사, 인물, 예술과 과학을 넘나드는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뻗어 나가는 놀라운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매 권마다 부록으로 ‘테마별 생각 사전’을 두어 이 책을 읽은 어린이들이 책의 내용을 응용하여 ‘내 것’으로 만들어 나갈 수 있게 했다.  

세상은 요즘 어린이들에게 막연하게 ‘생각하는 힘’과 ‘창의력’을 강조해 왔다. 하지만 학교와 학원에서 ‘공부 잘하는 방법’은 배워도, ‘생각 잘하는 방법’은 배울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이어령 선생의 무궁무진한 지적 편력, 사물을 꿰뚫어 보는 예리한 통찰력, 거미줄과도 같은 상상력이 고스란히 담긴 이 책은 어린이들 스스로 일상생활 속에서 ‘생각하는 습관’을 만들어 나갈 수 있게 함으로써, 어린이들이 ‘창조적 인재’로 자라나는 데 한 장의 지도가 되어 줄 것이다. 남과 다른 미래를 꿈꾸는 어린이들에게 이 책은 ‘창의력 교과서’로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1권 생각 깨우기

  “그거 아니? 생각은 쓰면 쓸수록 커진다는 사실!”
  판도라의 상자 이야기에서 다윈의 발견까지……
  내 안의 잠든 생각을 깨워 줄 일곱 가지 생각 도구를 만난다 

 

 
  2권 생각을 달리자

   “내 안의 숨은 생각 지도를 찾아라!”
  칭기즈칸 이야기에서 만유인력의 법칙까지……
  내 생각을 달리게 해 줄 여덟 가지 생각 원리를 만난다 


  3권 누가 맨 먼저 생각했을까

   “때론 작은 생각, 엉뚱한 호기심 하나가 세상을 바꿔!”
  청바지의 발명에서 포스트잇 이야기까지……
  세상을 바꿔 온 발명과 발명 천재들을 만난다!  



  4권 너 정말 우리말 아니?

   “말을 알면 나를 알고, 나를 알면 세상이 보여!”
  ‘사람 살려’와 ‘헬프 미’의 차이는 뭘까?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말의 의미는?
  우리말 속에 담긴 또 다른 말의 세계를 찾아 나선다! 



  5권 뜨자, 날자 한국인

  세계 시민으로서 지키고 키워 가야 할 우리의 가치!
  밥과 간장, 한복과 한옥 그리고 젓가락 이야기까지……
  그 속에 담긴 우리 고유의 생각과 문화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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