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한 세상을 꿈꾸는 친구들에게 들려주는
한비야의 마음속 이야기
마음을 다 털어놓고 나니 알 수 있었다.
세상과 나를 움직이는 게 무엇인지 보였다.
세상을 향한, 여러분을 향한, 그리고 자신을 향한
내 마음 가장 밑바닥에 무엇이 있는지도 또렷하게 보였다.
그건, 사랑이었다.
《바람의 딸, 걸어서 지구 세 바퀴 반》《바람의 딸, 우리 땅에 서다》《한비야의 중국견문록》《지도 밖으로 행군하라》를 통해 우리에게 가슴 뛰는 삶에 대한 열망을 심어주었던 한비야. 늘 새로운 모습으로 진화 발전하며 독자와 함께 성장해온 그녀가 2009년 7월, 8년 6개월간 긴급구호 팀장으로 일해온 국제 NGO 월드비전을 그만두며 독자들에게 한 권의 책을 선사한다. 기존의 책들이 세계의 오지를 누비며 도전 의식을 불태우거나 긴급구호 현장에서 불을 끄는 소방관 같은 활동가의 모습이었다면, 이번 책은 자신만의 공간인 집으로 독자들을 초대하여 따뜻한 차 한 잔을 나누면서 서로의 고민을 이야기하고 현장에서의 자신을 돌아보는, 한비야의 맨얼굴이 드러나는 책이다.
이번 책을 쓰게 된 동기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한비야는 세상 모든 사람들이 자기 자신의 소중함을 모르고 세상의 경쟁과 잣대에 재단되어 스스로 위축되어 있는 현실을 보면서 너무 안타까웠다고 한다. “나를 믿고 따르는 친구들에게 ‘너희는 하나하나 모두 사랑받아 마땅한 이들이야’라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었다. 공부를 못해도 취직을 빨리 못해도 남들보다 돈이 좀 없어도 존재 자체만으로 빛날 수 있음을 꼭 이야기해주고 싶었다. 선생님이나 팀장으로서가 아니라 언니와 누나로서, 각박한 현실을 살고 있는 동시대인들에게 같이 힘내자고 이야기해주고 싶었다.” 그런 간절한 마음을 오랫동안 품고 있었고, 그것이 이 책을 쓰게 된 계기가 되었다.
끝까지 물고 늘어져야 한다. 잡은걸 절대 놓지 않는 물귀신이 되어야 한다. 희미하던 것이 또렷하게 보일 때까지. 적어도 방향은 맞게 잡았구나 확신이 들 때까지. 여기서 한 가지 꼭 명심할 게 있다. 이 과정에 들어선 당신은 이제부터 혼자다. 더 이상 부모에게도, 당신의 역할 모델에게도, 세상의 잣대에도 자신의 삶을 결정할 전권을 맡겨서는 안 된다. 더 이상 남의 탓을 할 수 없다.〔…〕결정은 혼자서 해야 한다. 그 결정에 따른 책임도 혼자서 져야 한다. 이제 어른이 되었으니까. _149쪽
“걱정 마, 다히로. 우리가 옆에 있어줄게. 이제부턴 무조건 좋은 일만 있을 거야.”
이 말을 하면서 다히로를 꼭 껴안았다. 나의 기습 포옹에 아이는 멋쩍어 하면서도 날 만난 후 처음으로 미소를 지어보였다. 아, 저 박꽃처럼 환한 미소. 그제야 다히로는 그동안 꽁꽁 숨겼던 보통의 열아홉 살짜리 얼굴을 보여주었다. 다음 순간 다히로가 갑자기 내 목에 두 팔을 두르더니 나를 꽉 껴안는 게 아닌가? 나도 놀랐지만 옆에 있던 아이디의 눈이 더 휘둥그레졌다. 몇 달 동안 같은 집에 살았어도 그 아이가 이렇게 애정 표현을 하는 것도, 이토록 행복한 표정을 짓는 것도 처음 본다는 거다. 다히로는 많은 사람이 보고 있어서 쑥스러울 텐데도 한번 잡은 내 손을 꽉 쥔 채 놓지 않았다. _259쪽
_지은이 :한비야
1958년 서울 출생. 홍익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하고 미국 유타대학교(University of Utah) 언론홍보대학원(Department of Communications)에서 국제홍보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국제홍보회사 버슨-마스텔라에서 근무하다 어린 시절 계획한 ‘걸어서 세계 일주’를 실현하기 위해 과감히 사표를 던지고 여행길에 올랐다.
그렇게 시작한 7년간에 걸쳐 이루어진 세계 오지 여행 경험을 담은 《바람의 딸, 걸어서 지구 세 바퀴 반》(전 4권), 해남 땅끝마을에서 강원도 통일전망대까지 우리 땅을 걸으며 적어내려 간 《바람의 딸, 우리 땅에 서다》, 중국어 공부를 위해 꼬박 한 해 동안 머물렀던 중국에서 건져올린 쫀득쫀득한 이야기 꾸러미 《한비야의 중국견문록》, 세계 곳곳의 긴급구호 현장에서 숨 가쁘게 뛰며 써내려간 열정 가득한 삶의 보고서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등을 썼다.
2001년부터 2009년 6월까지 국제 NGO 월드비전에서 긴급구호 팀장으로 일했으며, 네티즌이 만나고 싶은 사람 1위, 여성특위가 뽑은 신지식인 5인 중 한 명, 평화를 만드는 100인 등에 선정되었고, 2004년 ‘YWCA 젊은 지도자 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