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오르가니스트의 서평을 쓰면서 2번이나 완성 단계에서 작성한 글을 날려버리는 불상사가 생겨버렸다. 천재적인 음악적 재능으로 사람들의 감정을 조절할 만한 작품을 만들지만 악보표기법을 배우지 못해 어떤 작품도 세상에 남기지 못한 주인공의 심정을 느껴보라는 것인지....
책을 읽는 동안 면접을 볼 기회가 있었고, 면접관은 취미로 '독서'를 말한 내게 최근 읽은 책에 대해 말해보라고 하였다.
난 '오르가니스트' 라고 대답하며, 다음과 같이 소개 했다.
'19세기 독일 농촌에서 태어난 주인공. 하지만 태어난 환경도 선천적으로 기형인 신체도 불행하였고, 우울하였지만, 신이 내려주신 음악적 재능으로 그 불행을 극복하는 이야기'라고....
하지만, 이글을 끝까지 읽은 결과는 매우 달랐다. 음악적 재능은 주인공 '엘리아스 앨더'가 자신의 불행을 극복하는 도구가 되지 못한다. 단지 불행을 잊게 해주는 일시적인 효과만이 있을 뿐이다. 애절한 한 여인에 대한 사랑도 결국 이루어지지 못하고, 27살의 젊은 나이에 스스로 삶을 마감하는 처음부터 끝까지 대부분 어두운 분위기이다.
앨더가 음악에 빠져 있을때와 오르간 즉흥연주축제에서 마지막 불꽃을 태울때뿐이다.
그래도, 이 순간은 정말 묘사가 대단하다. 책을 읽는 나도 드디어 앨더의 인생도
'불행 끝, 행복 시작' 이구나 하는 기쁜마음이었고, 음악 용어들은 잘 몰랐지만, 앨더의 연주가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만은 분위기를 통해서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이 소설은 음악을 전공한 사람이라면 더욱 감동깊게 읽을 수 있는 책이 아닌가 싶다.
이 책에서 비중있게 다루는 소재가 있다. 바로 '잠'이다.
우리는 보통 '잠'을 '휴식', '재충전' 등의 긍정적인 요소로 생각한다. 하지만, 주인공은 잠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이다. 잠을 죽음에 비유하고 있다. 그 생각이 아래의 찬송가에 잘 나타나 있다.
오라, 오, 죽음이여, 그대 잠의 형제여
와서 나를 데려가다오.
내 조각배의 노를 풀고
나를 안전한 항구로 데려가다오!
그대를 피하려는 사람도 있으려니와
그대는 나를 더 기쁘게 해주리라
그대를 통하여 나를 갈 수 있기에
가장 아름다운 아기예수에게로
이 찬송가에 맞춰 천재적인 즉흥연주를 이루어내고 잠을 자지 않기위해 자신의 몸을 학대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결말이 이루어지는데... 과연 잠이란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