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개자식에게
비르지니 데팡트 지음, 김미정 옮김 / 비채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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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 이야기할 책은 비르지니 데팡트라는 프랑스 작가의 <친애하는 개자식에게>라는 책이란다. 독특한 책 제목에 관심이 생겨 한 번 눈이 가고, 평점이 좋아서 한 번 더 눈이 가서 구입하게 된 책이란다. 책 제목만 봤을 때는 스릴러물이겠구나, 생각했단다. 읽어보니 사회 소설인데, 사회를 바라보는 태도, 삶을 대하는 자세에 대한 조언 같은 문장들도 있어서 좋았단다. 그런다면 왜 제목이 <친애하는 개자식에게>인가아빠는 얼마 전에 나온, 제목만 들어본 드라마 <친애하는 X에게>와 연관성이 있나, <친애하는 X에게>라는 드라마까지 검색해 보게 되었단다. 결론은 전혀 관련 없더구나.

….

오스카라는 40대 남성 작가가 주인공 중에 한 명이란다. 오스카가 파리에서 우연히 영화 배우 레베카를 목격하게 되었어. 레베카는 예전에 엄청 잘 나가던 유명한 영화배우인데, 50대가 되어서 그런지 나이 든 모습이 자신이 예전에 알고 있던 모습과 너무 달라서, 그 소회를 SNS에 적었어. 그런데, 그 글을 레베카가 본 거야. 여배우에 대한 외모에 대한 평가는 조심해야 하는데…. 레베카는 자신에 대한 오스카의 평가를 보고 화가 엄청 나서 그에게 바로 메일을 보냈단다. ‘친애하는 개자식에게라는 제목으로그리고 내용도 그리 곱지 않았어. 격분하여 쌍욕이 담긴 메일을 보냈단다.

그 메일을 받은 오스카는 곧바로 사과의 메일을 보냈단다. 사실 자신의 누나 코린이 레베카와 어린 시절 친한 친구였다면서, 자신도 어린 시절 레베카와 함께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고 했어. 그러면서 진심으로 미안하다고 메일을 보냈어. 오스카 입장에서도 생각해 보면 자신이 쓴 글을, 유명한 영화배우 당사자가 볼 거라 생각하지 못했을 것 같구나. 오스카가 사과의 메일을 보냈지만, 아직 화가 풀리지 않은지 화가 잔뜩 담긴 메일을 두어 번 더 보냈단다.

이 책은 오스카와 레베카가 주고 받은 이메일로 이야기를 전개해 간단다. 그러다가 중간에 조에 카타나라는 사람의 SNS에 포스팅한 글이 등장한단다. 이 글로 인해 오스카는 큰 위기를 겪게 되지

 

1.

조에 카타나는 오스카의 책을 홍보하는 일을 담당하던 사람이었어. 신입사원으로 들어왔다가 얼마 안 있다가 그만 둔 사람이란다. 조에는 어느날 SNS에 오스카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는 글을 올렸단다. 몇 년 전에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었던 미투 사건을 떠오르게 하는구나. 조에가 운영하는 블로그는 10만 명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는, 영향력 있는 블로그였단다. 그런 블로그의 글이 올라왔으니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단다. 뉴스에도 나오게 되었어. 오스카는 억울하다고 생각했지만, 성추행이라는 것이 늘 가해자의 생각과 피해자의 생각이 다르니까

당시 자신이 조에 카타나를 좋아해서 고백한 것이고, 술 취한 상태에서 자신도 모르게 키스를 하려고 했던 적은 있다고 했어. 단순이 해프닝이라고 생각했다는 거지이 일에 대해서 주변 지인에게 조언을 구했지만, 그들도 오스카가 잘못했다는 말뿐이라고 했어. 이 일이 있고 나서 오스카는 스케줄이 엉망이 되었고, 현재 사귀고 있는 여자 친구와 계획했던 여행도 취소하고, 딸 클레망틴을 보기도 부끄러운 상황이 되었다고 했어.

당시 오스카는 마약과 알코올 중독 때문에 약물 중독자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면서 약물을 끊으려는 모임인 NA에 모임에 참석하고 있었는데, 이 미투 사건으로 NA모임에도 나갈 수가 없었어. 오스카는 이 일에 대해 레베카에게 메일을 썼어. 레베카가 오스카보다 경험이 많아서인지 레베카는 이제 조언을 해주고, 자신도 마약에 빠져 어려운 일에 빠진 적이 있었다면서 현재 어려움에 빠진 오스카를 공감해주며 위로해 주었단다. 친애하는 개자식이 이젠 조언을 주고 받는 친구가 된 것 같았어.

….

이런 시기에 전세계적으로 코로나 바이러스가 유행했단다. 그 시기에 살고 있던 지구상의 모든 사람들의 공통된 경험인 코로나 바이러스. 프랑스도 전 도시가 봉쇄령에 빠졌어. 코로나 바이러스가 모든 이슈를 잡아먹으면서 오스카의 미투 사건도 잠잠해졌어. 조에 카타나도 코로나에 걸리게 되었어. 조에의 블로그를 모니터링하고 있던 레베카는 조에에게 연락해서 격리하고 있는 조에에게 생필품과 먹을 것들을 직접 갖다 주었단다. 유명한 배우가 직접 자신에게 먹을 것과 생필품을 가져다 주었다? 이것은 블로그에 글감으로 최고였을 거야. 조에는 이 에피소드를 자신의 블로그에 올리고 그 글을 오스카도 보았단다. 오스카는 레베카와 친구라고 생각했는데, 자신의 앙숙이나 마찬가지인 조에에게 그런 친절을 베푼 것에 대해 배신감을 느꼈단다. 이제 메일을 끊겠다고 했어. 다 큰 어른들이 생각이 참 얕구나레베카는 오스카의 입장을 생각하지 못했다면서 사과를 했어. 오스카도 마음을 풀어져서 다시 메일을 보냈어.

코로나가 길어지면서 격리 생활은 일상이 되었어. 오스카는 마약과 알코올 중독으로 한때 고생을 많이 했고, 지금은 거의 치유가 된 상태였어. 그런데 미투 사건으로 심리적으로 많이 힘들어했단다. 그러면서 자기합리화를 했어. 자신이 마약이나 술을 끊기에는 나이가 적다고 말이야. 그렇게 자기합리화를 하고 다시 마약과 술을 하려고 했나? 레베카는 그런 그를 설득하고 또 설득하여 결국 오스카는 마약과 술의 유혹을 이겨낼 수 있었단다. 또 그런 오스카를 레베카는 응원했어.

 

2.

아빠가 생각하기에, 오스카는 레베카와 메일을 주고 받으면서 한 단계 성장하는 것 같았어. 그러면서 조에에게 한 자신의 행동에 대해서도 진심으로 반성하게 되었어.

SNS에 오스카와 일을 올린 조에 또한 악성 댓글로 시달리고 있었어. 심적으로 많이 불안해 하고 신경과 진료도 받았어. 그 일을 알게 된 레베카가 찾아와 조언도 해주었단다. 오스카의 누나 코린이 아프다는 소식을 듣고 병문안을 갔어. 코린도 페미니스였는데, 조에와 이미 알고 지내던 사이더구나. 병원에서 조에를 만났는데 못 본 척 하고 지나갔다가 두어 번 더 마주쳐서 결국 미소를 한 번 지었는데, 그 일을 두고 조에는 오스카에게 큰소리로 욕설을 하며 비난했단다. 조에는 여전히 오스카는 자신의 가해자였던 거야. 오스카는 곧바로 진심으로 사과했지만, 조에는 그것마저 진심이 아니고 자신을 얕보는 것처럼 받아들이고 더 심한 욕을 하고 심지어 오스카의 얼굴에 침까지 뱉고 그 자리를 떴단다.

조에의 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 정도까지 하지 오스카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더구나. 조에가 큰소리고 오스카에 욕설을 퍼붓다 보니 주변 사람들도 그들을 주목할 수밖에 없었지. 누군가 그들을 동영상으로 찍었어. 조에가 오스카의 얼굴에 침을 뱉는 장면도 말이야. 그 영상이 온라인에 다시 업로드되고조에는 또다시 사이버 테러를 당했단다. 그런데 그 장면 이전에 조에와 오스카가 함께 있는 장면이 얼핏 보면 다정하게 대화하는 것처럼 보여서, 이번에는 조에를 응원하던 진영에서도 조에를 비난하기 시작했단다. 조에를 지지하지 않는 이들은 그들 나름대로 오스카를 응원한다면서 그의 책을 더 사주어 오스카의 책판매량이 느는 아이러니한 일도 있었어. 이미 오스카는 깊이 반성하고 있어서 이런 현상에 대해 탐탁지 않게 생각했어. 레베카는 끝까지 조언을 해주었는데, 그런 조언들이 아빠가 서두에서 이야기했던 삶을 대하는 태도로 배울만한 글들이 여럿 있었단다. 몇 가지 발췌해 보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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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4-255)

사회적 명성은 당연한 것이 아닙니다. 아주 커다란 격차에서 발생한 산물이에요. 자기 마을이나 계층에서 이름을 얻는 그런 문제가 더는 아닙니다. 19세기 초 세공 장인의 명성이 어떤 것이었는지 잘 모르지만, 아마도 당시에는 가치가 있었을 겁니다. 어떤 영역에서 노력을 제공하고 그 분야에서 재능을 가지고 있었겠죠. 최선을 다해 윤리적 방식으로 작업하면, 주변 사람에게서 존경과 애정이 보상으로 따라왔을 테고요. 사실 그에 대해 잘 모릅니다. 내가 아는 범위는 20세기입니다. 미디어로 전파되는 명성이죠. 어떤 계층이 선택한 개인에게, 그를 바라보는 이들보다 훨씬 더 중요한 권리가 부여되었습니다. 대형 스크린 앞 관객은 눈앞에서 펼쳐지는 연기가 어떠하든 변화시킬 수 없고, 절대적으로 수동적인 위치에 머물러요. 영화는 전개될 것이라고 예고한 대로 전개됩니다. 텔레비전 방송이 방영될 때도 마찬가지요. 브라운관 앞에서 무슨 짓을 하든지 상관 없어요. 그 과정에서 어떤 충격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인터넷이 도입되면서 상황이 바뀌었어요. 사람들이 개입하게 된 거죠. 개입에 가장 효과적인 방식이 모욕임을 다들 바로 이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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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5-286)

헛소리입니다. 감정은 오존층에 뚫린 구멍이고 기후변화이며 변함없는 화산 용암이자 바이러스의 폭격입니다. 공장이나 극장이 아니라 통제할 수 없습니다. 그런 이유로 감정을 기쁘게 맞이할 수 없습니다. 감정은 당신을 복종시키기도 합니다. 늘 미소를 따다가도, 겁을 집어먹을 수도 있어요. 감정은 당신을 뒤죽박죽으로 휘저어 놓습니다. 감정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에 따라 다듬을 수 있는 수공예품이나 개인의 창작물이 아닙니다. 감정은 도자기 그릇이 아니니까요. 우리 세대에 급격히 퍼진 감정은 절망입니다. 집단적으로 퍼져 있어요. 지구 중심에 요란하게 상륙했습니다. 우리 모두를 봉기시킨 것은 바로 그 감정입니다. 각자 사소한 메시지, 자신만의 공식을 가지고 돌진할 수 있지만 아무것도 변화시키지 못합니다. 당신이 세계의 지도자이든 대양의 중심을 떠다니는 표류물이든 상관없이 감정은 동일합니다. 우리는 감정에 구애 받습니다. 그것은 다른 무엇도 대적할 수 없는 화음이며, 무슨 일이 발생하든 울려 퍼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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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6)

당신의 절망을 파괴하는 유일한 기술은 희망입니다. 무척 간단한 문제죠. 희망은 절망을 지우는 단 하나의 해독제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압수당한 것 또한 희망입니다. 디스토피아가 이성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유일한 지평선이 되어버린 겁니다. 미래가 더 나은 방향으로 개선되리라 믿는 건 머저리라는 방증입니다. 그것은 승리한 전체주의입니다. 획일화된 신념이 우리 상상의 세계를 빼앗은 셈이죠. 대안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희망은 멍청이들에게나 유익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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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일로 열심히 조언하던 레베카는 메일 속 세상은 너무 좁다면서, 만나자고 하면서 소설을 끝이 났단다. 주인공들이 메일을 주고 받는 것을 보면서 문득 메일로 사람들에게 안부를 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요즘은 실시간으로 날라가는 메신저로 안부를 전하다 보니 사적인 메일을 쓴 적이 정말 오래된 것 같구나. 회사에서 업무 메일을 쓰는 게 고작이니 말이야. 그런데 메일을 써도 사람들이 읽어보지 않을 확률이 높을 것 같구나. 아빠도 개인 메일을 확인한 것이 정말 오래된 것 같으니 말이야. 세상은 늘 변하지만 짧고 빠른 방향으로만 변하는 것 같구나. 오늘 읽은 <친애하는 개자식에게>는 책제목과 달리 두 주인공의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좋았단다. 한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은 아빠가 이 책을 읽은 지 시간이 꽤 지나서, 뭔가 빼먹은 부분도 있는 것 같고, 잘못 알려준 부분도 있는 것 같구나. 늘 독서 편지를 밀리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싶지만, 이미 밀린 것들이 너무 많아서 그것이라도 다 쫓아간 다음에 다짐을 해야겠구나. 밀린 독서편지를 위해서 앞으로 좀 짧게 짧게 써야겠다.^^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파리에서 우연히 레베카 라테를 봤다.

책의 끝 문장: 편지 속이 좁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요.


나이의 역사에는 어떤 정의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어떤 이는 오십 세에 쓰러집니다. 우리가 동경하던 성격적 특징은 왜곡되고, 오만함은 희한으로 변하며, 유머에는 요실금 환자의 지린내가 나고, 매력은 변절되어 버립니다. 청소년기의 변화와 비교할 수 있겠으나 더 비참하죠. 목소리가 변하지 않고 그대로이거나 사유의 융통성이 그대로인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오랜 친구들을 보석처럼 간직하세요. 여전히 함께 있을 때 편한 사람을요. 점점 뚜렷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소수의 사람들이 있을 겁니다. 더 지혜로워지거나 더 흥미로워지거나 더 관대해진 사람들이죠. 끔찍한 난파 사고의 생존자라도 되는 양 곁에 그들을 잡아두세요. - P71

오늘날은 모두들 좋은 소리만 듣고 싶어하죠. 모두들 착실한 학생이 되기를 원합니다. 교실 구석 난방기 옆에 앉아, 헛소리를 지껄이며 주변을 난장판으로 만드는 얼간이는 오늘날엔 인기가 없죠. 프레베르의 시에 나오는 열등생은 새로운 옷을 입어야 할지도 모르겠어요. 사람들은 기업에서 쓰는 언어밖에 모르니까요. 진지함, 책임감, 고위직의 관점, 최고 수치의 기록, 우리가 견뎌야 할 유일한 도전은 흥미롭지 않습니다. 난장판은 아무것도 모르는 애송이 손에서 시작해야 즐거운 일이 되는 겁니다. - P77

그런데 지금에 이르러 내게 무척이나 새로운 문제가 제기된 셈입니다. 열정은 더는 원할 때 진열장에서 꺼낼 수 있는 게 아니었습니다. 지금은 나를 끌어당기는 게 없어요. 빛나는 것도 없고 나를 뒤흔드는 것도 없습니다. 나는 백만 번이라도 홀로 하는 사랑으로 고통받거나 죽는 편을 택할 거예요. 버림받거나 배신당하거나 창피를 당하거나 학대받는 편을 택할 거예요. 권태에 빠지는 것보다 그 어떤 상처라도 받는 편을 택할 겁니다. - P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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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110)

제 심장을 손안에 쥐었대도 못하시고

제가 그걸 보관하고 있는 한 안 됩니다.

, 질투심을 조심해요.

그것은 희생물을 비웃으며 잡아먹는

푸른 눈의 괴물이랍니다. 오쟁이 진 자가

운명임을 확신하고 죄인을 사랑하지 않으면

그는 더없이 행복 속에 산답니다.

오 그러나, 푹 빠졌지만 의심하고

수상히 여기지만 강렬하게 사랑하는 사람은

얼마나 저주받은 시간을 헤아리겠습니까!


(118)

이 손수선을 카시오의 숙소에 떨구고

그가 발견토록 해야지. 질투하는 사람에겐

공기처럼 가볍고 하찮은 물건도

성경 말씀처럼 강력한 확증이야.

이게 무슨 일을 벌일지도 모른다.

무어인은 벌써 내가 준 독약 먹고 변했어.

위험한 상상은 그 본질이 독약인데

맛이 고약한 줄 처음엔 거의 모르다가

약간씩 핏속으로 퍼지기 시작하면

유황불처럼 타는 거야. 그렇다고 했잖아.


(156-157)

저 하늘이 뜻하여

고난으로 날 시험하려고 낸 맨머리 위에다

갖가지 아픔과 치욕을 쏟아 붓고

이 몸을 가난에 뼛속까지 빠뜨리며

나와 내 희망을 포로로 넘겨줬다 하더라도

난 내 영혼 어디선가 한 줌의 인내심을

찾아냈을 것이다. 하지만 나더러

경멸하는 시간의 느린 부동의 손가락질

시계판 숫자처럼 받으라고 하는 건…… , ,

하지만 난 그것도 잘, 아주 잘 견딜 거다.

그러나 내 심장을 갈무리해 둔 곳

내가 살거나 아니면 삶을 유지 못하는 곳

내 생명수가 흐르거나 말라붙은 샘

바로 그곳에서 버림을 당하거나

또는 더러운 두꺼비 쌍쌍이 뒤엉키어

알 까는 웅덩이로 그곳을 지키게 된다면!

그럴 경우 얼굴빛을 바꾸어라

그대 장밋빛 입술의 어린 천사 인내심아,

맞아, 지옥처럼 험악하게 보이거라!


(169-170)

있어요, 수십 명이. 게다가 그들이 놀고 얻은

이 세상을 채우고도 남을 만큼 많이요.

하지만 전 아내들이 타락하게 되는 건

남편들 잘못이라 생각해요. 예를 들면

그들이 밤일을 소홀히 하면서

우리의 보물을 딴 여자 허벅지에 싼다든지

아니면 유치한 질투심을 터뜨리고

우릴 구속하거나 또는 우릴 때린다든지

약심 품고 용돈을 줄이면, 원 참,

우리도 성깔이 있잖아요. 남편들은 아내들도

자기들과 꼭 같은 감각이 있는 줄

알아야 한다고요. 보고, 냄새 맡고

단 것과 신 것을 둘 다 맛보는

혓바닥을 가진 건 남편들과 같다고요.

남편들이 우리를 단 여자와 바꿀 때

하는 짓이 무엇이죠? 재미 보는 건가요?

그렇게 생각해요. 그게 정으로 시작되요?

그렇다고 생각해요. 약하니까 실수해요?

그도 맞죠. 그럼 우린 정 없어요?

놀고픈 욕망도 약함도 남자처럼 없냐구요?

그러니까 그들은 우리한테 잘해야죠.

안 그러면 그들이 잘못으로 가르쳤기 때문에

우리가 잘못함을 알려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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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판본 오만과 편견 - 1894년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디자인 더스토리 초판본 시리즈
제인 오스틴 지음, 김유미 옮김 / 더스토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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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얼마 전에 브론테 자매들에 관한 책, <브론테 자매, 폭풍의 언덕에서 쓴 편지>을 읽고 나서, 비슷한 시기에 활동했던 다른 여성 작가 제인 오스틴이 생각났어. 그래서 제인 오스틴의 대표작 <오만과 편견>을 다시 한번 읽어보고 싶더구나. 20여 년 전에 읽었는데 줄거리도 잘 생각 안 나고 그랬거든. 최근에 초반본 표지를 그대로 재출간해주는 것이 유행인데, 아빠가 읽은 것은 초반본 표지로 출간한 <오만과 편견>이란다. 초판본 표지라고 했지만 오늘날에 봐도 아주 좋더구나. 책값 지원을 받아서 책값도 무척 저렴하구나. 커피 한 잔 값.

인터넷 서점에서 작년 말쯤부터 올 초까지 제인 오스틴에 관한 책들이 눈에 많이 띄었어. 아빠가 최근에 읽어서 그런 것인가 싶었는데, 알고 보니 2025 12 16일이 제인 오스틴 탄생 250주년이 되는 날이라고 하는구나. 250주년 기념으로 관련된 책들이 많이 출간되었고, 제인 오스틴의 작품들도 많이 재출간되었단다. 다시 읽은 <오만과 편견>은 재미있게 잘 읽었단다. 20여 년 전에 읽었을 때도 이렇게 재미있게 읽었나? 싶었어.

그럼 바로 이야기를 해보자.

 

1.

영국의 롱본이라는 시골 마을에 살고 있는 베넷 부부에게는 다섯 명의 딸이 있었어. 첫째부터 제인, 엘리자베스, 메리, 키티, 리디아가 그들이야. 베넷 부부의 이웃집인 네더필드 파크에 새로운 사람이 이사 왔는데, 젊은 갑부인 찰스 빙리 씨였어. 딸들이 아닌, 베넷 부인이 더 설렜단다. 자신의 딸들 중 한 명과 잘 엮이면 좋겠다면서 말이야. 김칫국도 이런 김칫국이 없구나.

당시 영국의 사회는 사교 모임은 일상적인 활동이었어. 빙리는 마을 사람들과 친지들을 초대하여 무도회를 열었어. 빙리는 이 무도회에 누이들과 친구 다아시 씨를 데리고 왔어. 다아시는 잘 생겼을 뿐만 아니라 빙리보다 더 부자라는 소문이 돌았어. 그래서 많은 부인들에게 관심을 받게 되었어. 하지만 다아시는 그런 관심을 싫어했고 오만하고 거만하게 이야기를 했더니, 부인들은 바로 그를 멀리 했단다. 특히 베넷 부인은 다아시가 자신의 딸들을 무시해서 더욱 싫어했단다. 베넷 부인은 빙리 씨에게만 관심을 가졌어. 다아시는 성격상 춤도 싫어하고 모르는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것을 싫어했어. 아빠로서는 다아시를 백분 이해할 수 있겠구나. 더욱이 다아시는 무도회에서 관심 가는 여자도 없어서 지루할 뿐이었어.

찰스 빙리는 파트너를 바꾸어가면서 춤을 추었는데, 제인하고만 두 번을 추었어. 그 사실을 알게 된 베넷 부인은 빙리 씨가 제인에게 청혼할지도 모른다면서 기대에 부풀어 올랐지. 제인은 마냥 성격 좋은 사람이라서 다른 사람의 좋은 점만 보기 때문에 빙리에게도 호감을 가지고 있었어. 제인에 비해 동생 엘리자베스는 사람을 볼 때 늘 의심의 눈초리를 가지고 본단다. 어렸을 때부터 책읽기를 좋아했는데 그것의 영향일 수도 있겠구나. 무도회가 끝나고 빙리는 제인이 마음에 든다고 다아시에게 이야기했고, 다아시는 제인이 웃음이 헤픈 것 같다는 평가를 했단다.

두 번째 사교 모임에서 다아시는 엘리자베스를 다시 만났는데, 첫 만남에서 느끼지 못한 지적인 아름다움을 느끼고 그녀에게 관심을 갖게 되어 춤을 권했단다. 그런데 엘리자베스는 춤 추고 싶지 않다면서 거절했어. 당시 부잣집 잘 생긴 총각이 권한 춤을 거절하는 것은 평범한 것은 아니었을 거야. 아마 다아시도 좀 당황했을 거야. 그뿐만 아니라 엘리자베스는 관습에 얽매이지 않고 자기 의도대로 말하고 행동했단다. 그것 때문에 빙리의 누이들의 눈 밖에 나기도 했어. 그런데 다아시가 엘리자베스에게 관심을 갖는 것을 알게 되자, 빙리의 누이 캐롤라인은 질투하기도 했어.

베넷 씨는 아들 없이 딸만 다섯 명이야. 딸에게는 상속을 할 수 없었나 봐. 그래서 베넷 씨의 재산은 자매들의 사촌인 윌리엄 콜린스 씨에게 돌아가게 된대. 콜린스는 목사인데 좀 멍청하고 아둔한 사람으로 나온단다. 그런 콜린스 씨가 집에 방문했어. 콜린스 씨는 딸들 중에 한 명과 결혼하겠다고 이야기했어. 너무 당연하듯이 이야기를 하더구나. 콜린스가 와서 보니 제인이 가장 예뻐서 제인에게 청혼하려고 했으나, 베넷 부인이 이야기하기를 제인은 곧 약혼한다고 해서, 두 번째로 예쁜 엘리자베스에게 청혼을 하려고 했어. 엘리자베스 성격상 그 청혼을 받아주겠니. 당시 영국의 문화를 자세히 모르긴 하지만 김칫국 먹는 것이 유행인가 보구나.

엘리자베스의 이모이자 베넷 부인의 여동생인 필립스 부인이란 사람이 있어. 필립스 부인의 초대로 이모의 아들인 데니와 데니의 군대 친구 위컴을 알게 되었어. 데니와 위컴은 모두 장교였는데, 위컴은 다아시를 어렸을 때부터 알고 있었대. 엘리자베스는 위컴과 이야기를 해보니,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어. 위컴과 다아시가 어렸을 때는 친하게 지냈는데 지금은 사이가 멀어졌다고 했어. 그 이유는 다아시가 못된 짓을 많이 했고, 다아시 때문에 위컴 자신이 목사가 못 됐고, 군인이 되었다고 했어. 엘리자베스는 다아시에 대한 점점 안 좋게 생각했단다.

네더필드에서 또 무도회가 열렸어. 엘리자베스는 위컴이 참석하길 기대했는데 위컴은 오지 않았어.

아무래도 다아시와 마주치기 싫어서 그런 것 같구나. 그 무도회에는 엘리자베스의 눈에 거슬리는 남자가 둘이나 있었어. 다아시와 콜린스였어. 콜린스는 자꾸 집적댔어.. 그리고 여자 중에 거슬리는 사람은 한 명, 자신의 엄마 베넷 부인이었어. 베넷 부인은 혼자 마음 속에 품고 있어야 할 말들을 입으로 쏟아내고 그랬어. 창피하신 줄도 모르고 말이야. 그런 엄마 때문에 오히려 엘리자베스가 창피했지.

다음날, 눈치 없는 콜린스는 엘리자베스에게 청혼을 했고, 엘리자베스는 그 자리에서 거절을 했단다. 베넷 부인은 그런 딸을 질책했고, 아버지는 콜린스가 좀 아둔해서 신랑감이 아니라고 엘리자베스의 거절을 잘했다고 생각했어. 콜린스는 엘리자베스가 청혼을 거절하자, 이번에는 엘리자베스의 친구인 샬럿 루카스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했어. 그리고 얼마 안 가서, 콜린스가 이번에는 샬럿 루카스에게 청혼을 했고, 샬럿은 그 청혼을 승낙했단다.

 

2.

빙리의 여동생 캐롤라인 빙리로부터 편지가 왔어. 빙리가 네더필드를 떠나 런던으로 간다고 했어. 다시는 네더필드를 올 계획이 없다고 했어. 그리고 빙리가 다아시의 동생 조지애나와 잘 될 것처럼 썼단다. 베넷 부인에게는 충격적인 소식이었고, 제인도 찰스와 잘 통한다고 생각하고 있어서 상심이 컸단다. 엘리자베스는 그 편지는 캐롤라인 혼자만의 생각이라면서, 제인에게 걱정하지 말라고 했어.

외숙모 가드너 부인이 방문했단다. 가드너 부인은 베넷 부인과 정반대의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된단다. 지적이면서 분별력 있으면서도 우아한 사람이야. 그래서 엘리자베스도 가드너 부인을 좋아한단다. 가드너 부인은 상처 입은 제인을 런던에 있는 외숙모 님에 집에 머물게 했단다. 마음의 상처도 치유할 수 있도록 말이야.

위컴의 소식이 전해졌어. 위컴은 돈 많은 킹 양과 사귀고 있다는 소식이야. 엘리자베스는 위컴을 좋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킹 양과 사귄다는 소식에도 크게 상처 받지 않는 자신을 보면서 자신이 위컴을 사랑한 것은 아니었다고 생각했어.

….

퀼리엄 콜린스와 샬럿 루카스가 결혼을 하고 나서 그들이 살고 있는 로징스 파크에 사람들을 초대했어. 엘리자베스도 그곳에 갔는데, 그곳에 다아시도 왔단다. 부인들의 극성스러운 말들을 피해서 산책을 하려고 나갔는데 우연히 다아시를 만나게 되었어. 하지만 그와 거리를 두려고 해서 못 본 척 하려고 했어. 다아시가 제인 언니와 빙리 사이를 멀어지게 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고 해서 더욱 그를 멀리 하려고 했단다. 그런데 어느날 다아시가 엘리자베스를 찾아와 뜻밖에 고백을 했어. 생각지도 못했던 고백이기도 하지만, 오만한 다아시를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에 엘리자베스는 그 자리에서 차갑게 거절했단다. 그러면서 제인과 빙리 씨 사이에서 다아시의 역할과, 위컴의 권리를 빼앗은 일에 대해 면전에 대고 비난 했어.

다음 날, 다아시는 엘리자베스에서 장문의 편지를 보내왔단다. 전날 엘리자베스가 한 비난에 대한 반박문 같은 것이었어. 제인의 일은 자신이 잘못 봤을 수도 있다면서 자신의 잘못을 시인했어. 자신이 생각하기에 제인과 엘리자베스는 지적인 사람이지만, 엘리자베스의 엄마인 베넷 부인과 어린 동생들이 좀 천박하고 교양 없어 보여서 그 집안과 멀리해야 한다고 찰스 빙리에게 조언을 해주었다고 했어. 다아시가 이야기한 것이 거짓이 아니라서 엘리자베스도 속상했단다. 그리고 또 하나, 위컴의 대한 것은 바로 잡고 싶다고 했어. 위컴은 사기를 쳐서 자신의 돈을 뜯어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동생 조지애나, 그것도 열다섯 살밖에 안 된 조지애나를 꼬셔서 도망가려고 했다는 거야. 조지애나를 사랑해서도 아니고, 3만 파운드 때문에 말이야. 그런 일을 겪고 나서 위컴를 멀리하게 된 것이라고 했어. 그러면서 사촌인 피츠윌리엄에게 확인해보라고 했단다.

얼마 후에 엘리자베스는 가드너 외숙모와 외삼촌과 함께 여행을 갔어. 앞서 이야기했듯이 지적이면서 우아한 가드너 외숙모를 좋아했잖아. 그들과 여행은 엘리자베스에게 진정한 힐링이 되었어. 그런데 여행지에서 우연히 다아시를 또 만났단다. 그런데 얼마 전 오만한 모습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어. 예의 바르고 싹싹하게 행동을 해서, 엘리자베스도 좀 놀랐단다. 위컴의 일에 대해서는 자신이 오해를 해서 미안함도 좀 있었지. 외숙모와 외삼촌은 다아시를 처음 만난 것인데, 그를 좋게 평가했단다.

엘리자베스는 마음의 문을 조금 열게 되었어. 다아시는 자신의 동생 조지애나를 소개해 주기도 했어. 며칠 후 여행중인 엘리자베스에게 집에서 급한 편지가 왔어. 막내 리디아가 위컴과 사라졌다는 거야. 엘리자베스는 이제 위컴이 어떤 작자란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당황했고, 동생 리디아가 위컴에게 사기 당한 것이 뻔하다고 생각했어. 엘리자베스는 외삼촌, 외숙모, 그리고 다아시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도움을 요청했어. 외삼촌과 외숙모는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이 사건을 해결하려고 했어. 일단 같이 롱본에 같이 가자고 했어.

롱본에 도착하자 베넷 씨는 리디아를 찾으러 런던에 가고 없었어. 외삼촌도 런던에 가서 베넷 씨를 만났어. 외삼촌은 베넷 씨를 다시 집으로 보내고 자신이 해결해 보겠다고 했어. 며칠 뒤 외삼촌의 편지가 도착했어. 위컴과 리디아를 찾았고, 위컴과 이야기를 해서 가장 좋은 방법을 찾았다고 했어. 적은 결혼지참금을 조건으로 위컴과 리디아가 결혼을 했다는 거야. 외삼촌이 말씀은 안 하셨지만, 위컴의 빚은 외삼촌이 처리해 준 것 같았어.

얼마 후 리디아와 위컴의 결혼식을 했고 그들은 롱본을 찾아왔단다. 리디아가 이야기하기를 결혼식에 다아시가 참석을 해서 많은 도움을 주었다고 했어. 이건 누가 봐도 엘리자베스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인 것 같은데시간이 점점 지나면서 엘리자베스는 다아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이 잘못된 편견이었음을 깨닫기 시작했어. 그런 엘리자베스의 변화된 모습을 본 다아시는 다시 한번 청혼을 하게 되고, 편견이 사라진 엘리자베스는 다아시의 청혼을 받아들였단다. 빙리도 다시 제인과 다시 만나 그들도 좋은 커플이 되었어.

….

오만에 사로잡혔던 다아시. 편견에 사로잡혔던 엘리자베스. 그들은 오만과 편견의 허물을 깨고 사랑이라는 결실을 얻게 되었구나. 이 소설이 오랫동안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는 무엇보다 자기 주장 강한, 시대를 앞서간 엘리자베스의 매력 때문 아닌가 싶구나. 사람 관계에서 조심해야 할 것이 바로 오만과 편견이 아닌가 쉽구나. 자신도 모르게 오만함을 갖게 되고, 편견을 가지고 남들을 평가하는 경우가 있어. 그 사람을 잘 알지도 못하면서 말이야. 처음에는 별로였다고 생각했던 사람이 나중에 진면목을 알게 되는 경우가 많거든

이 소설을 다 읽고 나서 제인 오스틴의 다른 소설들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리고 20여년 전에 본 영화 <오만과 편견>도 다시 한번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시간을 한정되어 있고 보고 싶은 소설, 영화들은 많고독서 편지 쓰는 시간이라도 줄여봐야겠구나.

그래서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사람들은 돈이 많은 미혼 남자는 당연히 신붓감을 찾고 있을 거라고 믿는다.

책의 끝 문장: 다아시는 엘리자베스를 더비셔에 데리고 와서 두 사람이 맺어지는 계기를 만들어 준 사람들에 대해 진심으로 고마워하는 마음을 잃지 않았다.


"결혼을 잘하는 것만이 목적이라면 네 방법도 나쁘지 않아. 어떻게든 돈 많은 남편을 구하겠다든지, 시집을 꼭 가야겠다고 결심했다면 나라도 그런 방법을 택했을 거야. 하지만 언지의 감정은 그런 게 아니야. 언니는 계획적으로 행동하고 있는 게 아니거든. 언니는 지금 자기가 그 남자를 얼마나 좋아하고 있는 건지, 그런 감정이 바람직한 건지에 대해서도 확신이 없단 말이야. 언니가 그 남자를 안 지 고작 보름밖에 안 됐어. 메리턴에서 그분과 네 번 춤을 추었고, 그 사람 집에서 아침에 한 번 본 적이 있고, 그 후로 네 번인가 같이 식사를 했지. 그 정도로 언니가 그 남자를 파악할 수는 없는 거잖아." - P44

사실 제겐 배려심이 부족합니다. 세상을 편하게 살아가기엔 너무 고집이 세죠. 저는 다른 사람들의 어리석은 행동이나 부족한 점을 빨리 잊지 못합니다. 저에게 무례한 사람들의 행동 역시 마찬가지죠. 그런 감정을 없애려고 아무리 애를 써도 쉽사리 사라지지 않더군요. 저는 남을 잘 용서하지 못하는 성격인 것 같습니다. 한번 잘못 본 사람은 끝까지 좋아할 수가 없으니까요." - P106

숙모, 정말 너무 기뻐요! 숙모는 제게 새로운 활기와 생기를 선사해 주셨어요. 절망과 우울은 이제 그만 안녕을 고해야죠. 바위와 산 같은 자연에 비하면 남자 따위는 하잘것없는 존재예요. 정말 멋진 여행이 될 거예요. 우리는 자기가 무얼 봤는지 제대로 설명도 못하는 여행자는 되지 말아요. 우리가 갔던 곳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훤히 꿰고 있어야 해요. 호수와 산과 강이 머릿속에서 마구 뒤엉키게 해서는 안 돼요. 어느 곳의 경치를 묘사할 때도 서로 엇갈린 주장을 하면서 말씨름을 해서는 절대 안 되죠. 여행에서 돌아온 후 자기감정에 빠져서 지루한 여행담으로 다른 사람들을 괴롭히는 그런 여행자가 되면 절대 안 돼요." - P271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전 그런 확답을 드릴 수 없습니다. 저는 그런 협박에 겁먹어서 부당한 일에 응하지는 않습니다. 영부인께서는 다아시 씨가 따님과 결혼하기를 바라시지만, 제가 원하시는 확답을 드린다고 해서 두 사람의 결혼 가능성이 커지는 건 아니겠죠. 그분이 제게 마음이 있으시다면, 제가 그분의 청혼을 거절했다고 해서 따님에게 청혼을 할까요? 외람된 말씀이지만 영부인꼐서 제게 이런 부탁을 하시는 것부터 상식에 어긋난 일이고 더욱이 그런 부탁을 뒷받침할 만한 근거도 전혀 설득력이 없군요. 제가 이런 논리에 넘어갈 거라고 생각하셨다면 저를 대단히 잘못 보신 겁니다. 조카분께서 영부인이 이 문제에 관여할 권리는 분명 없으시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러니 부디 더 이상 이 문제로 절 괴롭히지 말아 주시기 바랍니다. - P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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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

나 역시 전쟁이 끝없이 이어진다고 느꼈었어요. 아들 이언이 이집트 알라메인에서 죽었을 때(엘리의 아버지인 존과 함께 전사했지요.) 조문객들이 찾아와 나를 위로한답시고 하는 말이 삶은 계속되는 거예요였어요. 엉터리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당연히 삶은 계속되지 않아요. 계속되는 건 죽음이죠. 이언은 이제 죽었고 내일도 내년에도 그 후로도 영원히 죽어 있을 테니까. 죽음에는 끝이 없어요. 하지만 어쩌면 슬픔에는 끝이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엄청난 슬픔이 노아의 대홍수처럼 나의 세상을 휩쓸어버렸고, 여기서 벗어나려면 꽤 오랜 시간이 걸리겠죠. 그런데 벌써 물 위로 솟은 작은 섬들이 있네요. 희망? 행복? 뭐 그런 것들로 부를 수 있겠죠. 당신이 의자 위로 올라서서 부서진 건물 더미를 애써 외면한 채 반짝이는 햇빛을 받는 모습을 기분 좋게 상상해본답니다.


(173)

(…) 건지의 역사에 대해 말하자면, , 말은 적을수록 좋은 법, 섬은 한때 노르망디공국에 속했으나 노르망디 대공이던 윌리엄이 정복자 윌리엄으로 등극하면서 채널제도를 뒷주머니에 챙겨 와 잉글랜드에게 넘겨주었다. 여러 가지 특권도 함께. 훗날 존왕이 이런 특권들을 강화했고, 에드워드 3세가 또다시 확대했다. 도대체 왜? 그들이 이곳을 특별히 선호한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없다, 하나도 없다! 그 후 유약한 헨리 6세가 프랑스 영토 대부분을 프랑스인들에게 돌려주었을 때, 채널제도는 잉글랜드 왕실 소유지로 남겨졌다. 굳이 돌려받을 이유도 없으니까.

채널제도는 기꺼이 영국 왕실에 충성과 애정을 바치지만 친애하는 독자들이여, 이 점을 유의하라. 왕실은 채널제도가 원치 않는 일은 그 어떤 것도 강요할 수 없다!


(305)

나는 잘못됐다고 사과하고는 오빠 말이 전적으로 옳다, <오만과 편견>이야말로 이 세상에 존재하는 가장 훌륭한 러브 스토리다, 라고 말해줬어요. 긴장감이 엄청난 작품이기 때문에 끝까지 읽기도 전에 애간장이 녹아서 정말로 죽을지도 모른다고도 얘기해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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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의 흑역사 - 이토록 기묘하고 알수록 경이로운
마크 딩먼 지음, 이은정 옮김 / 부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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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우리의 정체성은 어디서 만들어질까. 뇌를 빼고 정체성을 이야기할 수 없을 것 같구나. 심장이 달리고 있지만, 뇌가 죽었다면 뇌사라고 해서 의학적으로 죽은 것으로 인정하기도 한단다. 우리 몸 전체로 봤을 때는 적은 분량밖에 차지하는 뇌이지만, 우리 몸 전체를 지배한다고 할 수 있단다. 뇌는 정체와 동작원리가 완벽하게 알려지지 않은, 아직도 미지의 영역이란다. 뇌에 이상이 있으면 이상한 신체 증상을 보이기도 하는데, 그 증상들이 아주 다양하단다. 그런 다양한 증상들을 책으로 엮어 출간한 경우가 많이 있단다. 아빠도 그런 책들을 여럿 읽었고,

최근에 또 한 권을 읽었는데 그것이 오늘 너희들에게 이야기할 마크 딩먼의 <뇌의 흑역사>라는 책이란다. 책 제목에 흑역사라는 단어를 붙이는 것이 한때 유명했는데, 그런 맥락에서 이 책의 우리나라 제목을 <뇌의 흑역사>라고 진 것이 아닌가 싶구나.

….

 

1.

이 책을 읽다 보면 우리의 뇌가 정상임에 감사한 마음이 들게 되더구나. 아빠는 기억력이 좋지 않은 뇌로 변해갔지만 말이야. 뇌가 고장이 나면 참 다양한 증상으로 나타나는데 그 중에 몇 가지 사례를 들어볼게.

먼저 자신이 이미 죽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대. 멀쩡히 살아있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은 이미 죽은 몸이니 장례를 치르고 묻어달라고 하는 이들이 있대. 주변 사람들이 얼마나 힘들까. 사고로 몸의 일부를 절단하게 되면 뇌는 한동한 그것을 인식하지 못하는 환상지에 대한 내용은 다른 책에서도 읽은 적이 있어서 그럴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멀쩡하게 있는 몸이 없어졌다고 인식하는 사람들이 있다는구나. 없어야 할 신체가 있어서 괴로워하던 그 사람은 멀쩡한 자신의 손가락을 자르고 나서야 만족감을 느꼈대. 그런데 그것도 시간이 지나면서 손마저 거추장스럽게 느껴져서 손목까지 잘랐다고 나는데, 손목을 자를 때의 고통이 안 느껴질까? 아무리 뇌에 이상이 있다고 하지만, 이런 일이 가능할까? 뇌의 정체가 무엇이길래, 이런 것을 용납한단 말인가.

원치 않는 생각이 반복적으로 떠올라 불안감을 주는 것을 강박증이라고 하는데 이런 강박증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갖고 있을 거야. 그런데 그 강박증이 심하면 생활하는데 문제가 되지. 어떤 여자는 강박증이 심해지면서 담뱃재를 먹는 사람이 있대, 먹을 수 없는 것을 먹는 것을 이식증이라고 하는데, 그 사례들을 들어주었는데 정말 이상한 것들을 먹는 사람들이 많더구나. 그리고 이상한 행동을 하는 이들도 있는데, 어떤 부부는 쓰레기를 모으는 경우도 있대. 이런 경우는 저장 강박증이라고 하는구나. 무엇인가 모아야 하는 하는 강박증. 좁은 공간에 수많은 동물들을 모으는 사람그것은 동물들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야.. 좁은 공간에 수많은 동물들을 몰아넣고 그곳에서 배변과 섞여 함께 지내는 동물들.. 열악한 환경으로 영양실조에 걸린 동물들아무리 뇌가 고장이 나서 한 행동이지만 동물 학대로 처벌 대상일 것 같구나. 연구를 해보니 뇌의 전전두피질에 손상이 생긴 경우 이런 저장 강박증상을 보이게 된다고 하는구나.

….

뇌에 이상이 있을 경우 머리가 이례적으로 좋아지는 경우가 있단다. 서번트 증후군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킴 픽이라는 사람의 예를 들었어. 킴 픽은 어릴 때 두개골 이상으로 정신지체아 판정을 받았어. 성인이 되어도 아이큐가 87에 불과했지정신지체, 발달이상의 예상되었던 그는 뛰어난 기억력과 산수 능력에 특출한 재능을 가지고 있었대. 58세까지 12000권을 모두 외웠다고 하니 정말 대단하구나. 이렇게 경이로운 천재 증상이 나타나는 서번트 증후군은 전측두엽에 이상이 있을 때 나타난다고 해..

2006년 마흔 살의 데릭 아마토란 사람은 수영장에서 수영을 하다가 바닥에 머리를 심하게 부딪혀 뇌진탕 증상이 있었대. 심한 두통과 기억력에 문제도 생겼다고 하는데, 이상하게도 갑자기 피아노를 치고 싶은 욕구가 마구 생겼다는구나. 그 전에는 피아노를 제대로 쳐 본 적도 없는데 말이야. 그렇게 피아노는 쳤는데 엄청 잘 치게 되었다는 거야. 이후 그는 피아노 연주자로 활동을 했다는구나. 머리에 충격을 받은 이후 천재적 재능을 갖게 된 경우 후천적 서번트 증후군이라고 하는데 극히 드문 사례라고 하는구나. 그러니 괜히 머리를 벽이 박고 그러면 안 된다^^ 그런데 더 신기한 사례는 머리에 손상이 없는데도 어느날 갑자기 지능이 좋아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는구나. 뇌의 작동 비밀은 정말 신기하구나.

 

2.

뇌에 이상이 생기면 성에 대한 욕망도 이상해진다고 하는구나. 에리카라는 사람은 에펠탑에 사랑에 빠져서 결국 2007년에 결혼까지 했대. 그런데 에리카가 사람이 아닌 사물과 사랑에 빠진 것은 에펠탑이 처음은 아니라고 하는구나. 그 전에는 활, 일본도와 사랑에 빠진 적도 있대. 이런 이들을 사물성애자라고 한단다. 그리고 성도착증이라고도 부르는 패티시에 관한 이야기도 실려 있단다. 정말 다양한 것에 성적 욕망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는데, 어떤 사람은 옷핀에 성적 끌림을 느낀다고 했대. 그 사람의 경우 측두엽을 일부 수술하고 증상이 나아졌다고 하는구나.

하지만 이런 잘못된 성적 욕망은 성범죄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단다. 그리고 성아소애자도 뇌의 문제가 관련 지어 이야기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렇다면 이런 성범죄를 뇌의 문제로 책임을 돌릴 수 있을까. 지은이는 그런 성적 욕망을 실제로 실행하여 옮기는 것은 윤리적 결정을 한 것에 대한 책임을 지지 못한 것이므로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이야기한단다. 정상적인 성적 욕망을 가진 사람들도 윤리적이지 않으면 실행하지 않는 책임감을 갖고 살아가니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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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9)

성도착증의 신경과학적 논의도 쉽지 않다. 소아성애와 같은 문제 있는 성적 행동을 신경생물학적 이상의 탓으로 돌린다면 충동을 실행으로 옮긴 사람에게 범죄에 대한 면죄부를 줄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만일 소아성애자가 자신의 행동을 뇌종양의 탓으로 돌릴 수 있다면, 만일 소아성애자가 자신의 행동을 뇌종양의 탓으로 돌릴 수 있다면, 이들은 행위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걸까? 이 질문에는 더 깊은 철학적 논의가 필요하지만, 소아성애자의 뇌가 소아성애적 행동을 일으킬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음이 밝혀진다고 해서 범죄를 저지른 인해 죄가 없는 건 아니라고 나는 생각한다. 비정상적 뇌 활동으로 인해 소아성애적 관심이 생긴다 하더라도, 그것을 실천으로 옮기기까지 무수한 결정을 내려야 하며 (오늘날 개인의 책임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을 바탕으로)그 모든 결정에는 도덕적 책임이 뒤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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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보다 보면 영화나 드라마의 소재로 등장하는 여러 사례가 나오는 것 같구나. 다중인격장애라고 부르는 해리성 정체감 장애도 그런 것 중에 하나야. 내 안의 또 다른 자아가 있는 것은 영화와 드라마의 단골소재거든. 캐런이라는 사람의 경우 17명의 인격을 가지고 있었다는구나. 계속된 치료를 통해 9년만에 하나의 인격으로 만들었다고 하니, 이런 해리성 정체감 장애를 가지고 있는 이들은 희망을 가져야겠구나. 신기한 것은 인격뿐만 아니라 신체의 증상도 다르게 나타나는 경우도 있대. 예를 들어 어떤 인격의 경우 시력이 문제가 없는데, 다른 인격이 나타나면 실명을 한다는 거야. .. 정말, 알면 알수록 신기하구나.

..

뇌의 정신이 신체를 지배하는 사례들도 이야기를 해주었어. 뇌에서 강하게 믿으면 그것이 신체에 영향을 준다는 거야. 어떤 사람이 오진으로 암을 진단 받았대. 그런데 그 사람은 자신이 암으로 곧 죽을 것이라고 강하게 믿었고, 그는 얼마 못 가서 죽고 말았다는구나. 그런데 죽고 나서 부검을 해보니 암은커녕 죽을 만한 어떤 병도 없었대. 자신이 죽을 것이라는 믿음 때문에 결국 죽었다는 거야. 이걸 반대로 이야기하면 아무리 큰 병이 걸렸더라도 자신이 살 수 있다는 강력한 믿음만 있다면 다시 건강을 회복할 수도 있다는 거야. 이런 믿음의 치료의 가장 유명한 것은 플라세보 효과라는 것이 있단다. 플라세보 효과는 너희도 들어봤을 것 같은데,  이것은 실제 효과가 있어서 의사들은 플라세보 효과를 많이 이용을 한다는구나. 플라세보 효과와 반대로 치료에 대한 부정적인 예상을 하면 해로운 결과가 나오는 노세보 효과라는 것도 있다는구나. 이것은 우리가 반면교사로 삼아야겠구나.

….

뇌에 이상이 생기면 갑자기 글을 읽지 못하게 되는 경우도 있대. 특히 뇌졸중 후유증으로 이런 경우가 가끔 나타난대. 글을 쓸 수는 있지만 읽지 못하는 실독증 증상이 나타난다는구나. 그렇게 글씨를 읽지 못하는 기능 이외에 말을 잃어버리는 실어증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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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

명칭실어증은 대뇌피질의 여러 구역에 생긴 손상에 의해 발생한다. 특히 환자가 겪는 장애에 따라 손상 구역이 조금씩 달라진다. 동사를 잘 떠올리지 못하는 환자들은 대뇌피질의 전면부 근처에 손상을 입었을 가능성이 높고 명사를 떠올리는 데 문제가 있는 환자들은 측두엽 근처에 손상을 입는 경향을 보인다. 더 세세하게 구분할 수도 있는데, 측두엽에서 어떤 영역에 손상이 생기면 사물의 이름을 떠올리지 못하고, 이와는 또 다른 영역에 손상이 발생하면 생물의 이름을 떠올리지 못하는 장애가 유발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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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율증이라는 것이 있어. 언어에 강정이 실리지 않은 채 말을 하는 거야. 마치 대충 만든 AI의 목소리라고 해야 할까. 이 증상은 우반구가 손상되었을 때 나타날 수 있다는구나. 임플란트 수술 후 말투와 억양이 이상하게 변하는 외국인 억양 증후군이라는 것도 있대.

앞서 믿음이 병을 낫게 할 수도 있고, 더 악화시킬 수도 있다고 했잖아. 그런 믿음이 혼자가 아닌 여러 사람이 함께 믿으면서 비극적인 일이 일어난 경우도 있대. 공유정신병적 장애 또는 유발된 망상 장애라는 부르는 증상은 여러 사람들이 같이 망상적 사고를 갖는 경우라고 해. 이 경우 무엇인가 의심하는 의심회로가 비정상적으로 기능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런 경우의 최악의 경우는 존스타운의 예처럼 사이비 종교 단체로 모여 900명이 단체로 자살하는 사건도 있었다는구나.

그밖에 뇌수막염 치료 후 유달리 생물만 알아보지 못하는 현상,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는 안면실인증 현상도 있고, 뇌졸중 치료 후 오른손이 마치 자아가 생긴 것처럼 자기 맘대로 행동하는 외계인손 증후군도 있고 손이 커지는 느낌을 갖는 앨리스 증후군 등 다양한 증상들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해주었어.

이 책을 읽다 보면,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아빠의 뇌가 그래도 정상임에 고마워야 해야 하고, 앞으로도 뇌를 잘 관리해 주어야겠구나. 피곤하면 잠도 푹 자고, 적당한 운동으로 뇌를 활성화 시키고 말이야. 너희들도 숙제 한다고 늦게 자는 경우가 있는데 너희처럼 아직 뇌가 성숙하지 못한 청소년의 경우는 악영향을 줄 수 있단다. 제발 일찍들 주무시길.

오늘은 여기까지

 

PS,

책의 첫 문장: 1966, 구름 한 점 없는 무더운 8월의 어느 날이었다.

책의 끝 문장: 이러한 현실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남들도 나와 같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만으로도 우리 사회 전체의 정신 건강을 개선하는 데 큰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알렉스가 겪은 건 카그라스증후군으로, 1923년에 이 병증을 처음 기록한 프랑스의 정신과 의사 조셉 카그라스의 이름을 따 명명한 이상증이다. 환자는 배우자, 자녀, 부모, 형제 등 가까운 사람들이 저도 모르는 새 똑같이 생긴 사기꾼으로 바꿔치기 되었다고 믿는 독특한 일탈 행동을 보인다. 환자는 대개 외관이나 행동의 사소한 차이점, 혹은 환자 자신도 잘 설명하지 못하는 특정할 수 없는 특징을 들어 사기꾼과 ‘진짜’ 사이의 차이를 설명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 P36

강박 사고와 강박 행동은 인간이 얼마나 쉽게 뇌에 관한 통제력을 잃을 수 있는지 다시금 일깨워 준다. 환자들은 자신의 생각으로 인해 고통받고 있으며 짜증날 정도로 달갑지 않은 행동부터 트라우마가 될 정도로 고통스러운 행동까지 심각한 수준의 행동들을 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린다고 호소한다. 이러한 생각과 행동은 환자 스스로 원하는 것이 아니지만 자발적으로 발생한다. 마치 악덕한 선동가가 뇌 안에 들어앉아 우리 행동을 조종하는 것과 비슷하다. 신경과학 연구가 강박장애에 관한 사실들을 밝혀내 환자들의 생각과 삶의 주도권을 되찾을 수 있게 도와줄 날이 빠른 시일 내에 왔으면 한다. - P89

투쟁-도피 반응은 공포를 느끼거나 극도의 긴장을 느낄 때 심박수가 올라가고 혈압이 상승하며, 숨이 가빠지고 동공의 확장되는 등 우리가 이미 잘 아는 신체적 변화를 일으킨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즉시 행동할 수 있도록 산소가 풍부한 혈액을 근육으로 더 많이 보내고 주변 사물을 더 잘 볼 수 있도록 동공을 확장하여 도망가든 싸우든 조치를 취하게끔 우리 몸을 대비시키기 위해서다. 동시에 현재 상황에서 에너지 쏟을 필요가 없는 과정을 억제하는 역할도 한다. 방광수 수축(싸우는 중에 오줌을 지린다고 무척 안타깝지 않겠나)이나 소화 같은 것 말이다. - P148

이와는 별개로, 비처의 발견은 임상 의학계에 큰 충격을 안겼다. 이 발견은 플라세보 효과가 상상 이상으로 강력하다는 점은 물론, 약의 효능이 상당 부분 플라세보 효과에 기인한다는 점을 암시했다. 다시 말해 가짜 약을 먹고도 나아진다고 느끼는 이유가 나아질 것이라고 믿기 때문인 것처럼 진짜 약을 먹고 느끼는 효능의 일부 역시 약을 먹으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라는 것이다(나머지 효능은 약의 실제 성분 덕분이다) - P169

당신의 뇌가 정상적으로 기능한다면, 축하한다. 이 순간을 소중히 여기기를 바란다. 뇌와 나머지 신체 기관이 영원히 멀쩡하지는 않을 테니 말이다. 인간의 뇌는 경이로운 유기적 기계이지만, 모든 기계가 그러하듯 언젠가는 고장 나기 마련이다. 그러니 할 수 있을 때 뇌의 모든 기능을 활용하라.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고, 다양한 감정을 경험하고, 즐거움을 탐닉하고(절제하는 연습도 하고), 깊이 생각하고, 몸을 움직이자. 뇌가 허락하는 모든 일을 해 보자. 그냥 하지 말고 즐겁게 하자. 우리의 뇌를, 그리고 뇌가 우리에게 빌려주는 능력을 당연하게 여기지 말자. - P2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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